지역에서 본 세상

경남도·김해시 봉하마을 손님 홀대 심했다

기록하는 사람 2009. 5. 2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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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은 좀 해야겠다. 초상집에서 음식 투정하는 걸로 비칠까봐 대놓고 이야기는 못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봉하마을의 첫날,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들은 대부분 쫄쫄 굶었다. 우선 문을 연 마을 식당이 없었다. 하나 있는 연쇄점 또한 이날은 대통령을 잃은 충격에 문을 닫았다.

문제는 경남도와 김해시의 처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의 예우에 어긋남이 없이 정중하게 모시라"고 했다지만, 적어도 24시간동안 경남도와 김해시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없었다.

이른 아침 서거 소식이 알려진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봉하마을엔 김해시의 수돗물을 담은 물병 외에는 아무것도 지원되지 않았다. 컵라면이라도 사오려면 2km이상을 걸어나가야 했다. 2km 전방부터 경찰이 차량 통제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문상객들이 밥은 커녕 김치 조각 하나 없이 깡소주와 맹물을 들이켜야 했다.


그나마 민주당 국회의원이나 높으신 분들 수십 명은 빈소 옆에 있는 한 식당에서 급히 끓인 국밥으로 요기라도 했다. 그러나 이내 음식재료가 떨어지는 바람에 더 이상 국밥을 끓이지 못했다.


일부는 뒤이어 봉하마을을 찾는 지인들에게 부탁하여 김밥이나 빵이라도 사오도록 부탁해 그나마 굶주린 배를 채웠다. 그렇게 아는 사람이라도 없는 경우, 그냥 굶을 수밖에 없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노무현 전대통령 빈소에 먹을 음식이 없습니다' 라는 포스팅으로 아쉬움을 전했지만, 경남 사람인 나로선 아쉬움 정도가 아니다.

경남도와 김해시는 이 지역의 지방행정기관이다. 마음만 있었다면 얼마든지 구호식량이라도 배급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내가 볼 때 한나라당 김태호 도지사와 김종간 김해시장은 '시간'이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시사인 천관률 기자가 사온 김밤과 만두로 요기나마 했다.


'국민장'으로 합의되는 시점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게 합의되어야 컵라면이라도 지원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던 것일까? '국민장'이 안되면 비록 전직 대통령일지라도 지원할 수 없는 것일까?


오늘(24일) 국민장으로 합의가 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비슷한 시간에 경남도의 행정지원반이 구성된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정말 이건 아니다. 아무리 소속 정당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우리 동네에서 일어난 일이고, 우리 동네에 찾아온 손님인데, 이래선 안된다. 정말 너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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