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조승수 ‘원내 진출’, 이건 아니다

김훤주 2009. 5. 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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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승수 당선은 좋지만

먼저, 낚시에 걸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하하. 실망시켜 드리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이 재미라도 좀 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조승수 ‘당선’이 ‘억수로’ 기쁩니다. 제가 조승수 당선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투표가 있었던 29일 밤 ‘수요 인문학’ 강의를 듣고, 강의 내용과는 아무 관계없지만, 조승수 투표 결과가 궁금해졌습니다. 같이 강의 듣는 후배 권범철한테 물었으나, 한 군데인지 전화를 해 보더니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헤어져서 자동차를 몰고 오는 도중에, 제가 잘 아는, 선배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후배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5% 개표했는데 조승수가 50%를 웃돌고 한나라당 떨거지가 40% 가까운 30%라 했습니다.

2. ‘원내 진출’은 아니다

저는 이랬지요. “그러면 끝났네!!!” 그러고 있는데, 진보신당 경남도당에서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드디어 원내 진출~! 조승수 당선 확정입니다~!!!” 저는 이것을 보며, ‘야, 아닌데. 당선은 맞지만, 원내 진출은 아닌데…….’ 했습니다.

원내 진출을 우리말로 풀어보면 ‘원 안으로 나갔다.’가 됩니다. ‘안으로’ ‘나간다’니,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건 아닙니다. 제대로 하려면 ‘원내 진입’이라 해야 맞습니다. 진보를 하려면, 글말부터 맞게 써야 합니다.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은 됩니다.

이렇게 잘못 쓰는 낱말이 또 있습니다. ‘동지’입니다. ‘(사는) 뜻이 같아야’ 동지입니다. 저는 제 동지가 제 아내뿐이라고 여깁니다. 어쩌면 아내도 동지가 아닐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진보진영에는 ‘동지’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지금은 진보신당에 많이 가 있는 이들이 여전히 민주노동당에 남아 있는 이들을 향해 ‘자주파 동지들’이라 합니다. 그 반대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평등파 동지들’!! 개떡 같은 ‘동지들’입니다.

뜻이 같다면, 정당은 왜 같이 못합니까?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소리지요. 뜻이 같지 않으면서도, 그냥 관행을 따라 동지, 동지, 동지라 해대는 것일 뿐입니다. 속으로는 서로 “저 개 같은 새끼!” 할 수조차 있는데도요.

3. 당적 정리했어도 ‘골수 진보신당’

어쨌거나, 저는 지역에서 인식이 ‘골수 반주사’ ‘골수 진보신당’으로 돼 있나 봅니다. 제가 지난해 노조 지부장을 그만두면서 진보신당 당적을 정리했는데도 말입니다.(우리 경남도민일보는 윤리 강령에서 ‘정당 가입’을 금하고 있거든요. 노조 지부장은, 노조 정치활동을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정당 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만.)

어제 밤에는 저랑 같은 집행부에서 사무국장을 했던 이시우 기자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조승수 당선 좋겠습니다.’인가 그랬습니다. 제가 ‘난 당선을 위해 아무 일 안 했는데’ 하니까 다시 ‘예글네요암튼전당원이셨으니까 추카드림다’ 했습니다.

잤습니다. 자고 있는데 아침 여섯 시 즈음에 전화가 왔습니다. 열 살가량 많은 선배셨습니다. 한 달 전까지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던 이 선배도 저더러 축하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아닌데요.’ 말씀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저녁에는 전화가 한 통 왔습니다. 저보다 열여덟 살 많은 대선배셨습니다. 이런 분이 저를 부르시면 아무 대꾸 없이 그 부름을 받아들여 가서 뵈어야 합니다. 보통은 무슨 하실 말씀이나 시키실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밤에 만났더니, 아무 시킬 일도 없고 할 말도 없다셨습니다. 그냥, 조승수 당선을 보니 문득 갑자기 제가 생각났을 뿐이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래서, 축하하느라 술 한 잔 먹이고 싶어졌다셨습니다. 이 분은 민주노동당 당원이십니다. 어제는 제가 좀 취하고 말았습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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