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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내부식민지 근성 못벗어나는 지역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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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문학 강의를 위해 마산에 온 강유원 박사(철학)는 한국의 대학을 세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서울대와 고대, 연대를 뜻하는 'SKY대'와 '기타대', '지잡대'가 그것입니다.

'지잡대'와 '기타대'를 아시나요?

'기타대'는 서울대와 연대, 고대를 뺀 '서울의 기타대학'을 말하고, '지잡대'는 '지방의 잡다한 대학'을 뜻한다고 합니다.

강유원 박사는 '기타대'와 '지잡대'를 같은 반열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 우리사회에서는 '지방대'가 아무리 좋아도 서울의 삼류대학보다 못한 걸로 보는 풍조가 만연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성적으로도 들어갈 수만 있다면 '지방국립대'보다는 비용이 훨씬 많이 들더라도 서울 소재 대학에 가려고 기를 씁니다.

강준만 교수.

세계에서 한국만큼 수도권 집중이 심한 나라가 없고, 격차가 심한 것도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고 봅니다.

강준만 교수가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책에서 지방이 피폐해진 가장 큰 이유로 꼽는 것도 바로 이 교육문제(특히 대학 문제)입니다. 강준만 교수는 이 책에서 아직도 지역의 우수 인재를 서울로 보내는 걸 '지역발전전략'이라고 우기는 데 대해 "내부 식민지 근성에 찌든 추태"라고 단호히 말합니다.


어쨌든 '사람은 서울로 가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인재의 서울 집중 현상이 심각한 한국사회에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또한 자기 지역에서 인재를 키우려 하기 보다는 서울 '진출'에 성공한 지역출신 인재를 지원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전국의 각 지자체가 서울에 건립해 운영중인 '○○학숙'이라는 겁니다. 자기 지역을 떠나 서울의 대학에 '진출'한 학생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고, 장학금까지 지급하는 정책이죠. 지자체 관료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서울에서 성공한 지역출신 인재들이 높은 자리에 오르면 결국 우리 지역을 챙겨주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식민지 논리이며, 노예 또는 거지 근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자체들이 서울로 떠난 인재들을 지원해주고 있는 사이, 자기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들은 스스로 '2류' 또는 '3류'라는 열등감과 자괴감이 저절로 몸에 배이게 됩니다. 마치 서울에 가지 못한 대학생은 뭔가 모자라는 인물로 취급받게 되는거죠.

서울 간 지역인재 지원하면 도와줄거라고?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면, 최근 경남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대학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의 지원대상 축소를 어떻게 볼 것이냐는 말을 하고 싶어서입니다.

경남도의회는 최근 이 조례의 지원대상 중 당초안에 포함돼 있던 '경남출신 대학생'을 제외시켰습니다. '경남 소재 대학 재학생'만 지원하겠다는 거죠.

저는 이 소식을 듣는 순간 '경남도의회가 모처럼 참 좋은 결정을 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을 지키고 있는 학생들에게 그나마 작은 혜택과 자부심이나마 줄 수 있는 조치라고 생각했죠. 물론 이것만으로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에는 턱도 없겠지만, 이런 작은 일에서부터 중심을 잡아나가야 한다는거죠.

그런데, 경남도의회의 이 결정이 알려진 후 이상한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누구보다 지역중심성을 확실히 지켜야 할 지역언론과 지역시민단체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등록금 대책을 위한 경남지역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기자회견. @경남도민일보


심지어 우리 경남도민일보조차 사설을 통해 "지원대상이 경남출신 대학생에서 경남소재 대학생으로 바뀐 점은 아쉽다"고 논평했습니다. 그러면서 경남도의회가 "지역대학 진학을 독려하자는 차원"이라고 이유를 밝힌 데 대해서도 "언제부터 지역대학 진학을 독려했는지 의문이다"라는 황당한 논리로 비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민주노동당도 경남도의회의 이 조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강창덕 대표 같은 분도 블로그를 통해 "경남도가 언제부터 경남지역에 다니는 대학생들을 우대해주었는지 의문이다"고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강창덕 대표는 한 발 더 나아가 "서울에 기숙사를 지어주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철회한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경남도의 예산 삭감은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합니다.

황당한 논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거에도 지역 대학생을 생각해주지 않았으니, 지금도 지역 대학생을 우대하면 안 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지역에 살다보면 이런 황당한 일이 참 많습니다. 여기서 태어나 어릴 때 잠시 있었던 것 말고는 평생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이 좀 유명해지면 그를 숭배해마지 않는 사람들이, 정작 외지에서 우리지역에 들어와 열심히 지역에 봉사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고깝게 보는 풍조도 만연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제 생각이 좀 이상한 건가요? 이상하시면 일단 아래 강유원 박사의 강의 동영상을 한 번 보시고, 의견 올려주세요.



※공교롭게도 이 글에서 실명을 거론한 세 사람 모두 강 씨네요. 강유원, 강준만, 강창덕 말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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