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본 곳

쓸쓸하면서도 상큼한, 진달래

김훤주 2009. 3. 27. 09:55
반응형

22일, 시간을 내어 창녕 화왕산 기슭에 있는 용선대(龍船臺)를 다녀왔습니다. 원효가 한 때 머물렀다는 관룡사라는 절간을 지났습니다. 거기서 서쪽으로 500m 정도 위에 있는 커다란 바위 덩어리가 용선댑니다. 용선대에는 통일신라 말기에 세운 석가여래 석조부처님이 한 분 모셔져 있습니다.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를 만났습니다. 진달래는 철쭉이랑 곧잘 혼동이 되는데요. 진달래는 갈래꽃이고 철쭉은 통꽃입니다. 진달래는 빛깔이 조금 옅은 반면 철쭉은 짙다고 할 수 있지요. 진달래는 먹을 수도 있어서 참꽃이라 하고요, 철쭉은 독성이 있어서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 한다는군요.

그래도 둘 다 꽃은 꽃이고 그것도 (대체로는) 잎이 나기 전에 피는 이른 봄꽃이지요. 그리고 진달래는 잎사귀에 털이 없지만 철쭉은 털이 좀 나 있습니다. 진달래가 조금 일찍 피고요, 철쭉은 다음에 이어서 피어납니다. 그런 면에서는 진달래가 철쭉에게 언니가 되는 셈이네요. 하하.

제게는, 피어난 꽃 뒤에 있는 꽃봉오리가 오히려 눈에 띕니다만.


아직 무리 지어 확 피어나기는 이른가 봅니다. 제가 보기에 진달래들은 응달에서 먼저 피어나기 시작하는데(그리고 이것들도 골짜기 움푹한 응달에 있었는데), 책 같은 데 찾아보니까 양달에서 핀다고 돼 있네요. 하하. 어쨌거나 제게는 상관이 없습니다.

왼쪽 가지 끝 녹색은 잎눈이고 고동색은 꽃눈입니다.

조금 흐립니다만 그래도 버리기는 아까워서리, 하하.


어쨌거나 나무에서 피는 꽃이 반가웠습니다. 봄에 피는, 나무꽃이 아닌 풀꽃은 어지간히 눈이 밝지 않으면 보기 어렵지요. 왜냐하면, 추운 날씨에 바람에 적게 시달리려고 조그맣게 피는데다 따뜻한 지열(地熱)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땅바닥에 바짝 엎드리기까지 하기 때문입니다.


또 같은 나무에 피는 꽃이라 해도, 진달래 아닌 대부분은 사람들 가꾸는 정원이나 길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이거든요. 그러니까, 개나리꽃이랑 매화랑 벚꽃이랑 개나리꽃이랑 목련꽃이랑은 또다른 눈맛이 진달래에는 있습니다. 한편 쓸쓸하면서도 어쩌면 상큼하달 수도 있는…….

신라 시대 소 타고 가던 어르신이 수로부인을 위해 불렀다는, 헌화가(獻花歌)가 떠오릅니다. 그 어르신도 이 노래를 부를 때 아마 한편으로 쓸쓸하고 한편으로 상큼했겠지 싶습니다. 예쁜 수로부인 때문에 쓸쓸했겠고, 진달래 때문에는 상큼했을 것입니다.

                           짙붉은 바위 가에
                           손에 잡은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 하신다면
                           꽃을 꺾어 받자오리다.

김훤주

힘내라 진달래 상세보기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