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별 의미없는 것

2년 모은 동전저금통 깨봤더니…

기록하는 사람 2009. 3. 14.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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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종종 아들녀석에게 돈을 빌립니다. 카드를 주로 쓰다보니 지갑에 항상 현금이 별로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돈이라는 게 빌려쓸 땐 '공돈'이지만, 갚을 땐 '쌩돈'이신 거 아시죠?

어제도 아들녀석에게 빌린 돈 4만 원을 갚은 아내는 아까운지 입맛을 다지며 두리번거리군요. 그러더니 방 구석 어디엔가 놓여 있던 동전 저금통에 눈길을 멈췄습니다. 갑자기 눈에 빛이 나는 것 같더니, "저 저금통 깨서 내가 가져도 돼?" 하고 묻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심하게 "그래"라고 했죠. 아내가 저쪽 방으로 저금통 두 개를 가져가더니 그 때부터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쪽 방에서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었는데, 연신 "야~ 돈 세는 재미가 짭짤하네~" 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도 나는 무관심하게 인터넷에만 열중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윽고 아내와 아들녀석이 "아버지, 이거 사진 찍어요. 블로그에 올려야죠." 라는 겁니다. 아! 어느새 아들녀석과 아내도 '블로그 마인드'를 확실히 갖추고 있었던 겁니다.

저도 "참 그러면 되겠네?" 하며 카메라를 챙겨 저쪽 방에 가봤습니다. 아래와 같은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거 세는 게 보통일이 아니었을텐데, 참 대단합니다.


아마 천 원짜리 종이돈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천 원짜리와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 오십 원짜리, 십 원짜리를 모두 열 개씩 분류해놓았더군요.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가위는 오른쪽 저금통을 깨느라 동원했고, 계산기도 갖다 놓았더군요.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비닐봉지를 가져오더니 단위별로 돈을 넣어 봉투엔 매직으로 갯수와 액수를 써넣었습니다.


어제 아내와 아들녀석이 깬 저금통 두 개입니다. 컵라면은 크기를 가늠해보시라고 가운데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개의 저금통에서 나온 돈은 모두 얼마일까요?


보시다시피 11만 7770원이었습니다. 예상보다 적더군요. 전 저금통 한 개당 적어도 10만 원 정도는 될 줄 알았는데….

어쨌든 아내와 아들녀석은 이렇게 돈을 정리해 쌓아두고 흐뭇한 표정으로 잠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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