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책들은 ‘잔소리’를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제대로 잔소리를 하라고 합니다. 잔소리를 잘 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잔소리를 자녀 교육에 필요한 수단으로 긍정하는 셈이지요. 제목도 <소리치지 않고 야단치지 않아도 아이가 달라지는 잔소리 기술>입니다요.
과연 잔소리가 무엇일까요? 사전에서는 ‘쓸데없이 늘어놓는 자질구레한 말’ 또는 ‘필요 이상으로 듣기 싫게 꾸짖거나 참견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부모는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반대로 생각합니다. 사람에 따라서, 듣기 싫다거나 쓸데없다의 기준이 달라집니다.
게다가, 꾸짖음이나 참견은 교육의 구성 요소이기도 합니다. 잔소리는 이렇습니다. 부모나 선생은 날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에게는 가장 싫은(때로는 죽고 싶을 정도로) 것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꾸짖기나 참견하기를 좀 잘해보자는 얘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인 아이들 속성을 잘 알아야 하는 법이지요.
하지만 이 책은, 상대를 알기 전에 부모 입에 달린 잔소리가 어떤 존재인지 파악하는 순서부터 거칩니다. 이를테면 ①잔소리하는 이유를 모르는 부모가 많고 ②잔소리와 대화를 구분하지 못하는 부모도 많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부모(또는 선생)가 모르는 아이들 특징이 먼저 나오고, 잔소리를 잘하기 위한 부모의 지혜라든지 자녀 특성에 맞게 잔소리하는 방법, 그리고 잔소리 잘하는 기술(처음 중간 끝)이 이어집니다.
아주 구체적이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공저자 셋 가운데 둘은 동화작가고 하나는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그래서인지 글이 생생한 느낌을 주고 장면 설정과 보기 들기가 아주 잘 맞아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스스로는 대화를 하고 있다고 여기는데, 정작 아이는 지겨워하거나 저항하거나 화를 많이 내는 부모라면 이 책은 한 번 읽어볼 만합니다.
또는 자기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가 화 또는 스트레스 때문임을 느끼는 이들을 비롯해 아이 행동이나 말에 스스로를 주체할 수 없었던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도 권할 만한 책입니다.
물론 이 책에서도 대화 방법이나 상담 기술을 일러주는 이런저런 책들 어디에서 본 듯하다는 느낌을 주는 구절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보시지요. 그러면 그런 책들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장점이 이 책에 있음을 알 수 있답니다. 고래북스. 285쪽. 1만1800원. 최영민·박미진·오경문 지음.
잔소리 기술 - 최영민.박미진.오경문 지음/고래북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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