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고향은 경남 남해군입니다. 남해에서도 설날 아침에 차례를 지내지만, '차례'라고 하지 않고 '떡국제'라고 한답니다. 그야말로 모시는 조상의 수만큼 떡국만 차려놓고 절을 올리는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듯 떡국 외엔 나물도 올리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 것도 없는 게 아쉬워 구운 생선 한마리 올려놓은 게 전부입니다.
저희 집에서만 이러는 게 아니라, 남해군에서는 거의 모든 집안이 이렇게 설날 아침 떡국제를 지냅니다. 그리고 친지들 댁에 세배를 하러다니고, 조상님 묘소에도 세배를 하러 가는 건 다른 지역과 같습니다.
보시는대로 떡국제의 차례상은 이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설 전날 저녁 그믐제 상차림은 이렇습니다. 흰 두루마기와 유건을 쓰고 제를 올립니다.
설날 아침 떡국제는 이렇게 단출하지만, 다른 지역에 없는 풍습이 하루 전날인 섣달 그믐날에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그믐제'라는 저녁 제사인데요. 지난 1년 간 무사하도록 돌봐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 그믐제는 그야말로 그야말로 제사답게 상이 비좁을 정도로 풍성하게 차립니다. 그믐제는 보통 제사와 달리 밤 늦게 지내지 않고, 초저녁인 오후 6~7시쯤에 지낸 후, 밤새도록 윷놀이를 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세워야 합니다.
어제 저녁엔 저희 가족도 그믐제를 일찍 지낸 후 늦게까지 할아버지와 손자, 손녀까지 3대가 모여 윷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물론 밤을 세우진 못하고 자정쯤엔 모두들 골아떨어졌습니다만, 거실에 불은 밤새도록 켜뒀습니다.
설날에 끓이는 떡국도 육지와는 약간 달리 쇠고기나 닭고기를 넣는 대신 굴과 조개 등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을 넣어 맛을 냅니다.
굴과 조개를 넣어 떡국을 끓입니다.
육지 출신의 며느리도 "우리 친정에선 육고기를 넣는데 여기 시집와서 해물을 넣는 걸 보고 처음엔 좀 이상하더니, 요즘은 이게 더 입에 맛는다"고 말합니다.
다른 지역은 각각 설 차례를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하네요. 참고로 저희 처가인 진주시 금산면에서는 설날 아침, 친지 어른들이 집집마다 돌면서 순서대로 차례를 지내시더군요. 그러면 어르신들이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설날 하루에만 해도 여러번 차례를 지내야 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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