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주완

설 명절에 남편이 살아남는 법

기록하는 사람 2009. 1. 2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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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 써먹는 비장의 요리-물메기 회와 물메기 탕

어김없이 설 명절이 돌아왔습니다. 이럴 때면 맏며느리의 남편인 저는 은근히 아내와 제수씨의 눈치가 보입니다. 자칫 명절 연휴가 끝난 후 아내의 '명절 증후군'에 시달릴 우려가 높기 때문이죠. 그러면 저도 힘들어지니까요. 제 남동생도 마찬가지겠죠.


그래서 제 나름대로 고안해낸 전략이 있습니다. 우선 아내와 제수씨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지난 명절에 이어 이번에도 제가 준비한 선물은 구두 티켓입니다. 물론 구두티켓이지만, 지갑이나 뭐 다른 가죽제품도 살 수 있습니다. 이번 티켓은 10만 원짜리를 7만 5000원에 구입했으니 실제 투자한 액수보다 생색을 더 낼 수 있습니다. 

이거 명절 끝난 뒤에 주면 안됩니다. 연휴 시작하는 첫날 줘야 '효력(?)'를 발휘합니다. 좋은 기분으로 '명절 노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두번째는 연휴 첫날, 제 비장한 실력으로 감히 여성들이 하기 힘든 요리를 만들어 바치는 것입니다. 바로 생선요리, 특히 제 고향 남해의 특미인 물메기 활어회와 탕입니다.


물메기는 외관이 무섭고 징그럽게 생겼기 때문에 여성들이 꺼려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저는 시장에서 물메기를 사면서 바로 포를 떠달라고 주문합니다. 그러면 횟감으로 뜬 포와 함께 탕거리를 따로 봉투에 담아줍니다.

물메기는 버릴 게 없습니다. 머리와 지느러미, 내장까지 모두 탕으로 끓이면 그 시원한 맛이 아귀탕이나 복국보다 훨씬 윗선에 놓입니다.

제가 집에 와서 하는 일은 이미 떠온 횟감을 먹기좋게 칼로 썰어 접시에 담는 것입니다. 물메기회는 그냥 초장에 깨소금을 좀 넣고, 취향에 따라 마늘 다진 것을 좀 넣어 찍어먹으면 그 시원함과 담백한 맛이 거의 환상적인 겨울특미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안주거리를 만들어 먹어서 좋고, 아내와 제수로부터 점수를 따서 좋습니다. 거의 일석이조입니다.


아버지와 아내, 동생, 제수,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소주와 곁들여 맛있게 먹고 난 뒤, 이젠 탕을 끓입니다.

탕은 그냥 무와 대파를 썰어넣고, 마늘 다진 것을 적당량 넣은 후,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기만 하면 됩니다. 이번에 끓인 것은 물을 좀 많이 넣는 바람에 제 입맛에는 2% 모자란 탕이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맛있다며 잘 먹어서 흐뭇합니다.


물메기 두 마리로 끓인 탕은 세끼 정도까지 계속해서 먹을 수 있습니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그리고 점심까지 물메기탕을 먹었습니다. 따라서 며느리들이 제수 장만에 앞서 매 끼니마다 따로 국을 고민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음은 장보는데 따라가서 열심히 짐꾼 노릇을 합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돌아와 짐을 풀어놓고 나면 저는 커피를 끓여 며느리들에게 갖다바칩니다. 이쯤에서 아내로부터 "당신 오늘 왜 이렇게 서비스가 좋아?" 라는 말을 듣게 되면 이번 명절 며느리 부려먹기는 반쯤 성공입니다.

이제 남은 연휴 동안에도 적당한 기회에 커피를 타주거나, 한 두 번쯤 설겆이 하는 것만 도와주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다른 남편분들은 명절 어떻게 보내세요? 아내의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는 남편분들은 제 방법도 한 번쯤 시험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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