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생각-김훤주

현영과 공지영 가운데 누가 더 셀까?

김훤주 2009. 1. 11.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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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잘 팔리는 책을 소개하는 그런 글이었는데 공지영의 산문집이 대상이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있는 책인데요, ‘즐거운 나의 집’을 먼저 읽고 잇달아 샀던 책이지요.

“소설가 공지영(46)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내려가다 다시 올라왔다. MC 현영(33)이 2008년 12월 27일 MBC TV ‘명랑히어로-명랑독서토론회’에 출연, 강력히 추천한 덕분이다.”

2008년 3월에 나온 책입니다. 2008년 12월 24~30일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에 여덟 번째로 오르더니 올해 1월 2~8일 인터파크서는 두 번째 자리까지 치올랐습니다. 우리 지역은 어떤가 싶어 봤더니 3일치에서는 10등 밖에 있었으나 10일치에서는 7등을 했더군요.

그러니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연예인이 한 마디 하니까 현영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사서 읽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대단합니다, 현영이.

그런데 오늘 보도자료를 받아보니 공지영도 대단하더군요. 동문선이라는 출판사에서 ‘얀 이야기 2’라는 일본 사람이 쓴 소설책을 소개하는 것인데, 이 책을 다시 살려낸 이가 공지영이라고 합니다.

‘얀 이야기 1’을 2004년 5월 펴냈는데, 4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팔리지 않았고, 그래서 나머지 번역을 다 마쳐 놓고도 출판을 포기한 상태였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2008년 5월 갑자기 팔리기 시작했는데 알아보니 공지영의 바로 그 책 덕분이었답니다.

‘얀 이야기 1’은 카와카마스가 얀을 여러 차례 찾아와 그 때마다 ‘내일’ ‘영명 축일’을 지내는 데 필요하다면서 갖가지를 얻어가고 얀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있는 그대로 다 내준다는 줄거리라고 합니다. 공지영은 자기 산문집에서 이리 썼습니다.

“위녕, 엄마는 책장을 덮고 창문을 열었다. ‘어이없어’라 중얼거리고 싶었지만, 엄마 역시 눈물이 어리고 말았다. ‘카와카마스는 나쁘잖아.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고, 가져간 것을 돌려주지도 않고, 가엾고 외로운 얀에게 멀고 빛나는 강 너머를 바라보게 해놓고……. 나쁜 사기꾼이잖아’ 하고 싶었지만 몇 분 동안 눈물은 흘러내렸다. 이 이유를 너는 아니? 엄마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책을 소중히 여길 것을 예감했다.”

이렇게 해서 ‘얀 이야기 1-얀과 카와카마스’ 는 초판으로 찍은 4000권이 다 팔려나갔고, 이에 힘입어 ‘얀 이야기 2-카와카마스의 바이올린’이 이번에 나올 수 있게 됐다는 얘기였습니다. 궁금증이 일어 무작정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번역을 맡은 이의 글이 하나 걸려 들었습니다.

공지영 문학관에서.

‘공지영의 힘’이 제목이었습니다. ‘지난해 달력 뒷면에 <당신께서 시작하도록 허락하신 일을/ 마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잘 되리라는 아무런 보장이 없더라도…….>라 적어뒀는데 그것이 이뤄지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갑내기 공지영에게 이리 적었습니다. “‘얀 이야기’를 읽고 ‘눈물이 어렸다’는 그녀에게, 7권까지 이어지는 ‘얀 이야기’를 애정 다하여 번역할 수 있는 힘을 보태 주어서 감사하다고, 아니 당신도 저자처럼 ‘멋지다’고, 많은 독자들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을 선물해 주어 참 고맙노라는 이 소식이 가닿기를 조심조심 바란다.”

현영이 텔레비전에서 무슨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이는 어쨌든 자기가 읽고 느낀 바를 나름대로 진솔하게 말했을 테고, 그것이 보는이들 마음을 움직였을 것입니다. 이런 사정은 공지영도 마찬가지였겠지요.

현영은, 떨어지던 공지영 산문집을 끌어올려 줬습니다. 공지영은 까딱 잘못했으면 묻히고 말았을 책을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쯤 되면, 현영과 공지영 가운데 누구 힘이 더 세다고 해야 할까요? 예? 누가 더 세고 말고로 따질 그런 일이 아니라고요?

김훤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상세보기
얀 이야기 1: 얀과 카와카마스 상세보기
얀 이야기. 2: 카와카마스의 바이올린 상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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