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진주 촛불집회서 벌어진 MB-유딩 퍼포먼스

기록하는 사람 2009. 1. 1.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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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가 한창 달아오르던 지난 5월,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딩과 싸운다'는 말이 회자된 바 있습니다.

당시 촛불집회가 여중생들에게서 발화됐던 데서 비롯된 풍자였는데요. 과연 요즘 들어서는 일제고사 관련 교사들을 해직까지 시킴으로서 이에 반발한 초등생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어제 저녁, 그러니까 2008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경남 진주에서는 언론총파업 엄호를 위한 시민들의 촛불집회가 사흘째 열렸습니다. 29일과 30일에는 진주시 가좌동에 있는 진주MBC 앞에서 열렸고, 31일엔 시내 번화가인 차없는 거리에서 열렸는데요.

남쪽 사람들은 추위에 약합니다. 아마 올해 들어 가장 추운날이었음에도 약 4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날은 제가 사는 마산에서 특별한 집회가 없었던 탓에 진주에 가봤습니다.

하필 이날 저녁은 경남과 같은 남쪽지역 사람들은 거의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추웠고, 바람도 거세었습니다. 수은주는 영하 2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찬바람까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실제 체감온도는 훨씬 더 추웠던 것 같습니다.

노트북을 이용해 MB의 언론장악 동영상을 틀어주고 있는 도우미가 완전무장을 한 채 앉아 있습니다.

세찬 바람 때문에 스크린이 흔들릴까봐 뒤에서 잡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이 채처롭네요.


40여 명 남짓한 참가자들은 선 채로 추위에 덜덜 떨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했습니다.


하지만,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추위에는 전혀 아랑곳없이 헤벌레~ 웃는 표정을 한 채 한 손에는 삽을 들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열심히 추파를 던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예 이불 같은 걸 둘러쓰고 나온 분도 있었습니다.

진주 촛불집회에는 이렇게 아이들을 안고 나온 주부들도 보였습니다.


그는 MB 가면을 쓰고 있었고, 가슴에는 '미쳤어, ♬, 나는 미쳤어'라는 글이 적힌 팻말을 매달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춤을 추면서 열심히 삽질을 해댔고, 시민들은 킥킥 웃으며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유딩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습니다. 그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며 놀리거나 삽을 빼앗으려 했고, 그 때마다 그는 삽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발버둥쳤습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유딩과 싸우는 MB'라는 제목을 붙여도 될 만한 재미있는 퍼포먼스가 자연스레 연출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재미난 장면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봤습니다.

이 MB 가면은 지난 29일 마산 촛불집회에서도 등장했던 그 가면이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촛불집회에서 이 가면이 유행할 거라는 필이 확 오더군요. 아마 그러면 한나라당과 이 정부는 마스크뿐 아니라 '가면금지법'도 추가해 만들 것 같습니다.

이날 가면의 주인공에게 다가가서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누구세요?"


"아, 그냥 대학생인데요, MB가 하는 짓에 하도 열받아서 오늘 집회가 열린다기에 나왔습니다."

"춥지 않나요?"

"춥습니다. 하지만 서울 간 사람들도 많은데, 서울은 더 춥겠지요?"

2008년 마지막날, 경남 진주의 풍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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