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촛불집회 뒤에는 촛불산책이 있다

기록하는 사람 2008. 12. 30. 17:36
반응형

어제(29일) 마산과 진주에서 언론총파업 사수를 위한 촛불집회가 5개월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진주에선 오늘도 열립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촛불, 시즌2'가 진행될 것 같습니다.


어제 마산 창동 촛불집회가 끝난 뒤, 그냥 헤어지기 아쉬운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잠시 뭔가 의논을 하는 듯 하더니, 이른바 '촛불산책'에 나서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따라 가봤습니다.


1렬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촛불과 손팻말을 든 채 천천히 걷기 시작합니다. 행진하듯 빨리 걸으면 절대 안됩니다. 말 그대로 그냥 산책하듯 주변 상가 구경도 하면서 어슬렁 어슬렁 걷습니다.


헉! MB가 '언론장악 저지'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웃는 표정으로 산책을 하고 있군요. 지나가는 사람들이 "아이쿠, 놀래라!" 하면서도 재미있는지 낄낄 웃습니다.

이 MB 가면은 옥션에서 판매하고 있다네요. '이명박 가면'이라고 검색어를 치면 쉽게 구입할 수 있다네요.

도로의 끝에 다다르자 한동안 우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구경합니다. 절대 구호 같은 것은 외치지 않습니다. 그냥 놀러나온 가족들이 거리 풍경을 구경하며 서 있는 모습입니다.


한쪽에선 장난도 칩니다. MB 가면을 쓴 사람이 꿇어앉아 두 손을 들고 있는데, 누군가가 발길질을 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합니다.

이렇게 서 있다가 다시 길을 바꿔 약 700미터에 이르는 오동동 사거리까지 다시 산책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산책을 마친 이들은 인근 보쌈집에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소주 한 잔으로 회포를 풀었습니다.

MB 가면을 썼던 분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 가면을 쓰고 다니면 '이 자식들, 이게 뭐하는 짓이야'하며 나무라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오히려 재미있어 하는 분들이 더 많다는 겁니다.

이렇게 '촛불, 시즌2'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