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조중동 아닌 신문 기자들은 불쌍한 존재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사실과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덧붙입니다. ‘한.경.서(한겨레와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소속 기자들은 아닐 수도 있지만.’

얼마 전 서울에 있는 한 신문사 지부장과 이런 얘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신문사들은 왜 노조 활동이 별로 없지요?” “아, 예. 기자들이 노조 활동을 잘 하려고 하지 않아서요.”

“그래도, 대부분이 그렇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니요, 대부분이 그래요. 모두들 다른 데로 옮겨갈 생각만 하고 있으니…….” 저는 이 대목에서 조금 충격을 받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따로 준비돼 있었습니다. 바로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그것입니다. “옮겨갈 때 옮겨가더라도 있을 때는 노조 활동을 나름대로 해야지 않나요?”

“그것이 그렇지 않은 까닭이, 이를테면 조중동 같은 데서 사람을 고를 때, 노조 활동 경력이 있으면 싫어한다 이 말이죠.” 머리가 깨졌습니다. ‘거의 노예 수준이구나.’

조중동만 조중동스러운 데서 머물지 않고, 조중동 아닌 것들까지도 조중동스러운, 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 바로 한 순간에 다 이해가 됐습니다.

조중동 기자들은 조중동 소속이라서 조중동스러운 관점에서 기사를 써댑니다. 이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조중동 아닌 기자들도 조중동스러운 기사를 써대는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었습니다.

노조 활동도 장차 옮겨갈 조중동 눈치 보느라 못하는데, 기사는 어련하겠습니까. 조중동 비판은 꿈에도 생각 못하겠지요. 자기 소신이나 소속 신문사 논조보다는, 조중동이면 어떻게 할지를 먼저 떠올리겠지요. 비참합니다.

신문사 정경도 함께 얼비칩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바깥으로 해바라기를 합니다. 신문사 발전이나 논조나 이런저런 일들은 관심사가 아닙니다.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밖에 안 되는 곳이니까요.

그러다가 어느 날 슬그머니 조중동에서 뽑은 경력 기자 명단에 이 신문사 소속 기자 이름이 몇몇 오릅니다. <미디어 오늘> 같은 매체에서 이를 다룹니다. 남은 기자들은 허탈해 합니다. 어떤 이는 부러워할는지도 모르겠군요.

낡고 초라한 경남도민일보 사옥. 사실 그것도 13층 가운데 3 4 5 6층만 경남도민일보 몫입니다. 그래도 경남도민일보가 불쌍하지 않은 까닭은 줏대를 잃지 않은 구성원이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은 우리 <경남도민일보>도 겪습니다. ‘기자 양성 학원’이라는 비양도 듣습니다. 그러나 서울 조중동 아닌 신문과 다른 점은, <경남도민일보>를 떠나 다른 매체로 옮길 생각이 없고, 그래서 <경남도민일보> 발전에 관심을 크게 두는 구성원이 다수라는 점입니다.

불쌍하다거나 불쌍하지 않다는 규정은 아주 주관적입니다. 아무리 헐벗고 굶주린다고 해도 모두 불쌍한 존재가 되지는 않습니다. 아주 작고 매우 가난한 매체에 종사한다고 해도 모두 불쌍한 인간이 되는 것 또한 아닙니다.

사람 몸이 아니라 의식 또는 생각이 작고 가난해지거나 헐벗고 굶주릴 때 그 존재는 불쌍해집니다. 존재가 생각과 행동에서 줏대를 잃어버리거나 정체성을 놓칠 때 불쌍해집니다.

이를테면 그 존재가 어떤 한 신문사 기자라고 한다면, 스스로를 그 신문사 기자라 여기기보다는 예비 조중동 기자나 미래 조중동 기자라고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할 때가 바로 그런 때입니다.

이런 경우 쓰라고 있는 완전 토종말 하나. ‘얼간이’가 그것입니다. 얼+간+이입니다. ‘얼’은 ‘넋’을 뜻하고 ‘간’은 ‘간다’는 뜻이고 ‘이’는 ‘사람’입니다. 있어야 마땅한 얼이 없으니 얼간이는 근본 불쌍한 존재입니다.

기자가 얼간 세상에서 뭐가 제대로 될 리 있겠습니까? 기자가 얼이 나가면 사태는 자기 존재의 불쌍함만으로 끝나지는 않습니다. 헐값에 자기 영혼까지 팔아 먹은 기자들이 장차 무엇을 얼마나 팔아넘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무서운 일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미디어 비평 전문 인터넷 매체 <미디어스>에 12월 1일 기고한 글을 조금 손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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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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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03 09: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아리솔 2008.12.03 1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소름이 돋는 글입니다...
    노조에서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 때문이라니...

    진짜 조중동은 폐기 되어야 겠네요...

    재활용이 가능할까요..가능하지 않다면 폐기 시켜야죠.

    폐기란 단어의 의미는 다양하더라도 말이죠.

  3. jyj 2008.12.03 1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본을 어떻게 할것인가 결국 삼성을 선두로 한 자본앞에 줄서기 할뿐입니다
    기득권 입맛에 맞추지 못하면 그냥 배고프게 살뿐이죠
    현실속에 이런 삶을 살기란 극소수인물빼고는 불가능 하다고 봅니다
    대안은 전체 국민의식이 상승하여
    극심한 경쟁이아닌 서로 돕자는 연대의식이 절실하다고 봅니다
    위에서 말한 그런 기자분들은 비만 언론계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어디가나 존재하는 모습이라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03 1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우리 사회 어디 가나 존재하는 모습...... 사다리 타고 오르기의 끝장은? 조중동을 자기 영혼보다 높은 데 있는 존재라고 하는 도착들.

  4. 대구고대 2008.12.03 1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국 언론은 동아(고대) 조선(연세대) 중앙(성균관대)이 주류이고, 비주류 대장은 한계레(서울대)와 경향(일본 산께이)이 앞서고 있다.
    동아는 당연히 고대편을 들고 무조건 고대를 앞세우는게 의리있고 한국인 정서에 친근감으로 다가온다.
    조선은 연대편이면서도 고대를 항상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기사가 눈에 뛴다. 연세대보다는 고려대를 앞세움으로서 그 덕을 보려는 약간은 이상한 신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빅3임에는 틀림없다.
    중앙은 삼성이 뒤를 바치는 덕분에 주류에 머물러있으며 삼성이 성대를 편입하면서 친성균관대학교를 기사 전면에 부각시킨다. 많은 한국의 진보세력에게 성대를 어필하려 하고있으나 성대는 고대 뒷꿈치에도 못따라온다.
    한계레는 재미있는게 진보를 표방하면서도 오묘하게 뒤에선 서울대출신이 신문경영을 잡고 은근히 보수보다 더 꼴통 보수적인 색체를 뛴다. 과거엔 고대를 까는게 취미더니 이명박 대통령 이후엔 연대를 까는 기사를 내보내며 재미보고있다. 서울대 칭찬은 많고 고대 칭찬은 없고 연대 까는 기사는 넘치는 은근히 친근감가는 신문이다.
    경향은 중립을 표방하며 연명하고 있는데, 알고보면 일본 특파원을 위장한 일본정보요원 구로다가 쓰는 사무실 제공등 친일의 대표적 신문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나머지는 언론통폐합해야한다.
    전두환 전대통령께서 잘한것중 하나가 사이비 찌라시 박살낸것이다. 어쩌면 이시점에도 또 필요한것같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03 12: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무슨 말씀이쉰쥐요? 일부러 학벌과 연결지어 쓰셨는쥐요? 또, <한겨레>를 일부러 <한계레>라고 쓰쉬는쥐요?

      그리고, 전두환 찬양 또는 회고는, 개인 취미로 고이 간직하시는 편이 우리 사회를 위해 훨씬 나을 듯합니다만.

    • 염군 2008.12.03 12:2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러니까 대구가 욕을 먹지 ㅉㅉㅉㅉㅉ

      뭐 이건 말도 안되고 논리도 없고

      그렇다고 감성에 호소하는것도 아니고..

  5. 참마로 2008.12.03 12: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도 조중동을 신문이라고 생각하나? 이미 찌라시 수준을 넘어 폐지인데...

  6. Favicon of http://www.vincentkwak.com Vincent 2008.12.03 15: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신이 아뜩해지는 글이군요. 하지만 언제는 진짜 기자들이 정신줄 놓은 얼빠진 유사 기자들을 밀어내고 우리나라 언론의 주류가 되겠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04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결국 이것도 근본을 따져보면 <자본의 힘>에 가 닿는 것 같습니다. 자본과 진실은 처음부터 거리가 먼 것 아닌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생각을 씁쓸하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죠. ㅜㅜ

  7. Favicon of http://ftk.idomin.com 상큼한 김선생 2008.12.03 16: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줏대있는 생활인과 줏대없는 생활인의 차이 아닐까요?
    조중동이 신문업계에서 연봉이 꽤 높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한경서는 그 동네 거의 최저 연봉에 속한다고 들었구요.

    조중동의 자양분이 되고 싶어한다는데 어쩌겠어요. 웃자랄까 싶어 잉여자원 중 골라서 뽑는데 잉여자원을 자쳐한 기자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몇이 저 혼자 잘살아 보겠다고 한 가지만을 향해 돌격하는 꼴을 보니 너무 우습네요. 함께 뭉쳐 인간이 되기 보다 저는 잉여자원이면서 잉여자원에서만 벗어나 제대로 대접받는 자원이 되겠다는데 어떡합니까? 에효…

  8. MIS 2008.12.03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산사람입니다.. 오늘 마산에 있는 한 업체에 일 관계로 잠시 들렸다가 경남도민일보를 처음
    보았습니다.. 지방지에 대한 편견인지 크게 눈여겨 읽지는 않고 대충 훑어보다가 신문을 놓았는데
    우연찮게 블로그에 들렸다가 제 짧은 생각으로 제대로 읽지도 않고 놓아버린 죄책감(?)에 댓글
    남깁니다.. 이정도의 생각이 있으신 분들이 만든 신문이라면 그 내용 역시 충실하고 알차다고 감히
    보지도 않은 제가 단언합니다.. 회사가 김해인지라 하나 구독해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04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선생님 기대에 미치고 있다고 감히 말씀 올리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일러주시니 더욱 힘내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Orz...

  9. Favicon of http://ㅔ 작살난디 2008.12.06 13: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찮게 웹서핑중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을 하나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물론 모조리 다 는 아니고)
    당장 오늘 저녁 무었을 먹을지 내일은 뭐할지 내 눈앞에 펼쳐진 내앞길만 보고 살았다는 생각을
    새삼스럽게 기자님들의 글들을 보며 깨닫습니다.
    세상을 넓게 품어야할 20대의 저에겐 너무나도 세상에 무관심 했다는걸 깨달으며 반성의 시간을 가집니다.
    다들 사는게 어렵다는 핑계하에 저또한 그 면죄부를 기대하며 무관심속에살았네요.^^
    이젠 옆도보고 뒤도보고 위도 볼려고합니다.ㅎ 조금 높은 담넘어있는곳은 기자님들의 글들을통해
    알아가려고합니다. 이 세상 누구보다 객관적인 저의 시야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또한 경상남도 창원에산다는것조차 괜시리 맘속으로 자부심을 가지게되네요.(지역감정을유발할려는건아니고요;;;;;)
    앞으로도 자주 들리겠습니다.

  10. 대학 4학년 2008.12.08 02: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취업준비할 나이이다 보니 주위에 소위 언론고시 준비하는 친구들이 좀 있는데요,
    대학 다니면서 누구보다 운동권인 척 떠들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조중동으로 가는 사람들 은근히 많더라구요.
    한겨레랑 조선일보는... 연봉 차이가 거의 두배던데요.
    조선일보 신입사원 초봉이 SBS 신입 PD 초봉과 맞먹는다는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SBS는 방송3사 중에서도 가장 많이 주니까요...]
    그런데 한달에 삼백만원 이상씩 받으면서 쓰는 기사 수준은 왜 그모양인지;; 뭐 그 회사가 하는 일에서 개연성을 찾는다는 게 무리일지 모르겠지만요.

    그냥... 쓰신 글 보니까 당연히 그럴 것 같네요. 앞으로도 조중동의 연봉은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 않을테고... '양심적인' 언론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이 가질 자부심이라는 게 정말 회사에 대한 자긍심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좀 많이 안타깝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10 16: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기는 합니다만, 신문사 기자 월급이 사회 전체 평균으로 보면 절대 적은 편이 아니라는 사실에도 눈길을 조금은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요.

  11. 저는요 2008.12.09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동아일보를 끊어보려고 애를 섰는데 1년약정이 되어있어 참고 보고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집 나물 다듬을때도 쓰지 않습니다. 그저 폐지보다 더한 정말 쓰레기더군요.
    다른 어떤것에도 쓰지 않고 그냥 내버립니다.
    그냥 짐입니다. 대신 서울신문을 그냥그냥 보는편입니다. 동아일보 끊는다고 했더니 서울신문을 넣어 주더군요.
    근데 정말 돈주고 본다는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그 돈있으면 유니세프에다가 더 내야겠습니다.
    배웠다는분들이 글을 쓸텐데도. 해도 너무해서 정말이지.
    하늘을 누가리고 아웅한다고 가려지는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하진만 어쩌겠습니까?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그들도 불쌍한 피해자이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12.10 16: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불쌍한 피해자이기만 하면 오히려 좋을 텐데, 그들이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 기득권층 <사다리 타고 오르기 놀이>의 주된 구성원이라는 점에서 더욱 비판받아 마땅한 집단이기도 하지요.

  12. 선의선 2009.02.19 1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난 소망한다..
    난 남들과 다르며 깨어있다며 주목받고자 하는 경남도민일보의 기자님들이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각 군단위에서 벌어지는 천태만상과 온갖 협박들에 냉정한 잣대를 스스로 들이대본 적이 과연 몇번인가 자문해볼것을 간절히 바란다..
    이런 문제의식조차 없는 짝퉁 기자들이 대다수인 현실에서 그나마 이런 블로그까지 만들며 고군분투하는 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드리는 바이나, 이런 "있어보이는" 글 몇개가 엄연히 벌어지는 우스운 현실을 정화시켜줄 수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