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 ‘수능 코앞에 둔 고3들 소등식’(http://2kim.idomin.com/520)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더랬습니다.
수능 닷새 앞두고 보충수업과 야간 자율 학습을 않는 소등식(消燈式)을 고3 아들이 학교에서 하는 바람에 고등학교 입학 3년만에 처음으로 일찍 마쳤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보충수업을 보충수업답게 자율학습을 자율학습답게, 강제로 하라고 윽박지르지 말고 필요에 따라 본인이 스스로 선택하게끔 하면 좋겠다는 내용을 덧달았었지요.
그랬더니 ‘모과’라는 필명으로 어떤 분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자녀가 있다시면서 그 때 마음으로 기도한 내용을 적어주셨습니다.
저는 그 기도 내용을 보면서 참 진솔하게 꾸밈없
이 소박하게 하고픈 기원(祈願)을 바쳤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우리 대학입시 체계는 이처럼 적응의 대상인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극복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수능 수험생과 보호자라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런 바람을 간절하게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알쏭달쏭한 문제는 찍으면 그것도 맞춰주시고,
그리고 그동안 너무 수고했으니까 보너스로 모르는 문제도 몇 개 맞춰주세요.”
저도 내일(아니, 벌써 오늘이군요.) 수능 시험 치는 고3 아들을 위해 이렇게 빌겠습니다. 그런데 ‘모과’님 댓글에는 이것보다 더 빛나는 다른 무엇이 있었습니다.
아들 수험표에 적혀 있는 수능 시간표.
“점심 시간이다, 천천히 먹어라.”
“자 이제 마지막 시간이다. 침착하게 잘 하자.”
“이제 끝났다. 수고했다.”
그보다도 저는, 이 같은 효과까지 낸다면 더 좋겠지만, 아들이 인생에서 크고 중요한 고비를 넘는 데 마음이나마 함께 해야지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기도도 하고 텔레파시도 보내려 합니다.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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