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한겨레·경향도 조중동과 한 통속

김훤주 2008. 9. 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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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경찰총장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경찰청장이 있습니다.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사기꾼들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는 있다. 그러나 범죄 신고 포상금 제도 자체가 사기꾼에 너무 집중돼 있어 예산 문제가 있다. 신고도 하루 한 건 이상 처리해야 하는 인력 문제가 있다.”

또 국방부 장관이 있습니다. 마찬가지 국회에서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영해 경비가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다. 그러나 영토 침범 격퇴 전체 비용이 바다에 너무 집중돼 있어 예산 문제가 있다. 영해 출동도 하루 한 번 이상 해야 하는 인력 문제가 있다.”

만약 진짜 우리나라 경찰청장과 국방부 장관이 이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해 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치안 유지를 책임지는 경찰이, 국가 방위에 몸과 마음을 바쳐야 국군이 어째 이럴 수 있느냐고 나라 안팎이 온통 들썩거릴 것입니다.

당장 우리나라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이렇게 떠들 것입니다. “사기꾼이 설치고 다닌다면 국민이 재산을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고 영해 경비가 불안하다면 국민 생명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예산과 인력 타령으로 제 할 일을 하지 않으려 하다니 도대체 무슨 말이냐!”

경제 현장 거래 질서 파수꾼 공정위의 헛소리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 행위와 유통 거래의 파수꾼이요 심판관이며 경찰관이라 할 수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이와 맞먹는 헛소리를 했는데도 세상은 참 조용하기만 합니다. 이해 당사자까지 뚜렷하게 존재하는 사안인데도 말입니다.

신문고시에 따라 불법 경품을 신고한 데 대한 포상금 지급 결정서.

공정거래위원장 백용호가 9월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랍니다. “신문시장이 여전히 혼탁하지만 포상금 제도 자체가 신문고시에 너무 집중돼 예산 문제가 있으며 신고도 하루에 한 건 이상 처리해야 하는 등 문제가 있다.”

만약 조중동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그려보는 것도 때로는 재미있습니다. 조중동이 신문고시랑 죽이 맞다면, 이들은 제목을 바로 “백용호 공정위, 신문고시에 대못질”, 이리 달고도 남았으리라 저는 짐작합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백용호가 신문고시를 축소.폐지하려는 목적은 “여태껏 정부 비판 보도를 해온 조선.중앙.동아 같은 독립 언론의 숨통을 끊어놓는 데 있다.”면서, 신문고시를 유지.강화해야 할 근거를 적어도 1백 개 정도는 갖다 끌어댈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몸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는 물론 전국 어느 신문도 그리 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자기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듯이, 자기네 신문을 보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전혀 영향이 없다는 듯이, 굳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도 마찬가지입니다. ‘변방’의 한 개 지부장일 뿐인 저만 이리 틈나는 대로 떠들지, 본부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중동 OUT 캠페인을 전국을 돌며 하고 있는 탓인지, 하루 두세 차례 내기도 하던 그 흔한 성명서 하나 없습니다.

게다가, 백용호의 신문고시 축소.폐지 추진과 정면으로 맞서는 판결이 나왔는데도, 그냥 단신 처리만 한 데가 대부분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4일 “(불법 경품은) 다른 경쟁 관계 신문을 시장에서 배제하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며 조중동에게 패소를 안겼습니다.

법원은 이에 더해 “구독료 20%를 넘는 불법 경품은 가격.품질.서비스 같은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아니라 자금력을 바탕 삼은 부당한 이익 제공으로 자유.공정 경쟁을 해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언론노조도 여기에 짧은 환영 논평조차 더하지 않았습니다.

신문고시 유지·강화만이 독자 매수 저지 가능
저는 이른바 조중동이 나쁜 이유가 그이들의 왜곡.편향보도나 자기네 이기주의 보도 행태에 있다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조중동이 나쁜 가장 크고 근본적인 까닭은, 그이들이 여론을 매수하기 때문입니다.

조중동이 여전히 뿌려대고 있는 불법 경품. 3만6000원이 넘는 금품 제공은 모조리 불법이랍니다.

여론 매수는 민주주의를 해치는 범죄 행위입니다. 상품권 자전거 비데 현금 그리고 공짜 신문 따위 불법 경품을 뿌려대지 않고 정당한 방법으로 80% 이상 점유를 했다면 이는 제가 부러워하고 따라 해야 할 대상이지 잘못됐다고 꾸짖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아시는대로, 이들 조중동의 자연 절독률이 한 해 40%를 웃도는 상황에서 이들은 여론 독점을 위해 독자를 매수하는 데 아무런 스스럼이 없습니다. 갖은 경품을 불법으로 뿌려댐으로써 떨어져 나가는 독자를 어거지로 붙잡아 놓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고시 축소·폐지 움직임에 대한 침묵은 조중동의 독자 매수와 여론 독점을 동조하는 잘못입니다. 신문고시 유지.강화 움직임에 대한 방관은 복잡다양한 현대 사회의 여론 다양성을 해치는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이렇게 규정하고 나니 정말 우스꽝스럽고 한편으로는 절망스럽네요. 까닭은 바로 조중동과는 달리 민주주의와 가치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매체들조차 침묵으로 조중동을 방조하고, 조중동을 깨부수자는 언론노조까지도 현실에서는 조중동을 거들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조중동 OUT 캠페인을 벌이려고 26일 창원 마산에 온 우리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에게 했더니, 곧바로 대응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방송 쪽 조직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와 민영 방송광고대행 허용 반대에 힘을 모으고 신문 쪽 조직은 신문고시 유지 확대에 초점을 맞추자고 얘기했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 매체 비평 전문 매체 <미디어스>에 9월 25일 기고한 글을 조금 고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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