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동조합 지부장을 하던 시절, 종종 이런 농담을 하곤 했다. "폼나게 감방 한 번 가보는 게 꿈"이라고.

농담이긴 했지만, 군사독재 치하에서 20대를 보내면서 감방은커녕 경찰서 유치장에도 한 번 갇혀본 적이 없는 데 대한 콤플렉스가 은근히 작용한 말이었다.

지부장 임기를 마친 후 다시 기자질을 하면서도 비슷한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쓴 기사로 인해 명분있는 필화(筆禍)사건을 당해보는 게 꿈"이라고. (진짜 그런 일로 고초를 당한 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말이다.)

그러나 군사독재 시절과 달리 아무리 권력자를 조지는 기사를 써도 안기부(국정원)나 보안사(기무사)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요즘 젊은 독자들은 잘 모르겠지만, 군부독재 시절엔 권력자가 싫어할 기사를 쓰면 '적을 이롭게 한 죄(이적행위)'라는 명목으로 무조건 잡아갔었다.)

잡혀갈 기회는 이제 없을 줄 알았더니…

아! 그런데, 마산시청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이 들어온 적이 있었다. 내가 기사를 통해 황철곤 마산시장을 '군사독재보다 더 심한 지방독재자'라고 비방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형사고발이 아니라, 민사소송이었다는 점이다. 그들도 내 '꿈'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일까. 폼나게 감방 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1억 원의 거금을 요구했다.

내게 그런 큰 돈이 어디 있나. 민사소송 대신 형사고발을 해달라고 사정을 했지만, 그들은 듣지 않았다. 돈 때문에 할 수 없이 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꼬박 1년 간 법정투쟁을 벌였고, 결국은 승소했다.

판결이 나던 날 이렇게 탄식했다. '아! 이제 폼나게 감방 가는 시대는 지났구나.'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마자 언론장악 쓰나미가 불어닥친 것이다. MBC PD수첩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KBS와 YTN에서도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기자와 PD들이 잡혀가는 일도 이제 시간문제다.

YTN '뉴스의 현장' 생방송 도중 YTN지부가 '공정방송 투쟁'을 알리는 손팻말 시위를 진행했다. ⓒ미디어스 송선영

 
한국 언론사(史)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필화도 발생했다. 엉뚱하게도 사건의 진원지는 대표적인 보수언론 중 하나인 중앙일보다. 이 회사 이여영 기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썼던 '5.29 촛불집회 참관기'라는 글이 문제였다. 그는 5월 29일 광화문 일대에서 본 촛불집회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한 뒤 이런 소회를 남겼다.

"허기를 채울 요량으로 인근 식당에서 꽤 늦은 저녁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허기가 가시는 게 아니라 속이 더 쓰렸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 대해, 내가 몸담고 있는 중앙일보가 최근 기록한 것과 민심은 다시는 맞닿을 일이 없을 것처럼 멀어지고 말았다는 데 생각이 미쳐서다.
물론 언론은 단순한 민심의 기록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민심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훈계할 특권을 갖고 있지도 못하다. 진실은 과연 어느 쪽에 더 근접해 있을까?
우리 나라를 뒤엎은 정치적 당파주의와 사회적 냉소주의가 가장 가까워야 할 언론과 대중을 이분법적으로 갈라놓았다. 비록 나 자신은 직접 간여하지 못했지만, 지난 한 달여간 조중동의 보도가 다분히 당파적이고 냉소적이었다는 사실을 이제 나는 안다. 대중 역시 그에 당파적이고 냉소적으로 대응했지만.
쓰린 속을 달래려고 소주를 한 병 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안타까워서, 기어코 소주 한 병을 다 비우고야 말았다."

중앙일보 사주나 간부들이 기분 나빴을 만한 부분을 굳이 찾자면 이 정도다. 당시 나도 이 글을 보고 이여영 기자를 알게 됐는데, 그 때 느낀 소감은 '중앙일보에도 그나마 생각할 줄 아는 기자가 있네'라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조중동 기자들이 (신문에는 못쓰면서) 블로그를 통해서나마 이런 글을 자꾸 쓰게 되면 수구꼴통 이미지가 희석될 수도 있겠구나'라는 걱정도 했었다. 그런 식으로 블로그와 기자들을 '이용'하는 조중동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중앙일보는 연봉계약직이었던 이여영 기자를 계약해지해버렸다. 이런 좀팽이같은 조직을 내가 과대평가했던 것이다. 이걸 슬퍼해야 하나, 기뻐해야 하나. 게다가 이 기자가 다음(Daum)에 블로그를 옮겨 쓴 '중앙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은 '이해당사자(?)'에 의한 권리침해신고로 인해 임시접근금지 조치까지 돼 있다.

21세기 필화 사건의 첫 주인공 이여영

이 일로 이 기자는 블로그에 쓴 글로 해직된 최초의 기자이자, 21세기 들어 발생한 '명분 있는 필화'의 첫 주인공이 됐다. 블로그 갖고 있는 조중동 기자들 참 안됐다. 신문 기사와 달리 블로그의 가장 큰 장점은 자유로운 글쓰기인데, 그것마저 회사의 편집방침에 따라야 하게 됐으니…. 그들은 앞으론 블로그 포스트도 일일이 데스크의 검열을 받아야겠다.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http://blog.daum.net/yiyoyong). '중앙일보를 떠나며'라는 글이 임시접근금지 조치돼 있다.


PD저널에 따르면 이 기자는 '나와 같은 나쁜 선례가 남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중앙일보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단다.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소송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이런 치사한 일을 보고도 말한마디 못하고 있는 동료, 선·후배들까지 생각해줄 필요가 있나.

대신 그런 정신과 의지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여 한국언론사에 길이 남을 대(大)기자가 되기 바란다. '중앙일보 해직기자'란 명예로운 딱지를 당당히 걸고서 말이다. 아직 젊고 능력까지 있으니 능히 그럴 것이라 믿는다.

나도 한 때 포기했던 '명분 있는 필화'나 '폼나게 감방 갈' 기회를 다시 노려봐야 겠다.

※덧붙이는 말 : 이 글을 올리기 직전 엄호동 위원이 쓴 '한 여기자의 인권은 안중에 없던 언론과 포털' 이라는 글을 봤다. 나는 엄 위원의 생각과 좀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기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임있는 글을 쓰는 일종의 공인이다. 그가 블로그에 올린 글 또한 스스로 공개한 것이며, 다음블로거뉴스에 송고한 것도 메인에 편집될 수 있음을 충분히 염두에 둔 것이다. 블로그에 얼굴사진을 공개한 것도 스스로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이여영 기자의 블로그 또한 단순한 개인 일기쓰기용 도구가 아니라 이미 웬만한 인터넷신문보다 많은 방문자를 보유한 '미디어'로 봐야 한다.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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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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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현철 2008.09.18 12:5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원하네요.

  2. Favicon of http://go.idomin.com 파비 2008.09.18 13: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정말 쫀쫀한 중앙일보네요. 기가 차서 말도 안나오겠네...
    그런데 중앙일보 걔들 약간 돌머리들 아니에요?
    필자님 말마따나 이기자 같은 사람이 하나 둘 쯤 블로그에서 뛰어주면
    지들 이미지 개선도 되고 좋을 텐데 말입니다.
    진짜로 기가 차네. 그나저나 이건 완전히 <언론이 언론을 탄압하는>
    히스테릭한 상황인데... ㅉㅉㅉ

  3. Favicon of http://itviewpoint.com 떡이떡이 2008.09.18 13: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건 중앙일보 조직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블로그를 통한 언론인 필화 사건으로 확산시키는 건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여러 온오프라인 언론사를 거치면서 경험한 바, 대부분의 기성 언론사들은 기자 블로깅에 큰 한계를 두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기자들이 블로그 자체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게 제대로된 기자 블로거가 없는 진짜 문제겠지요. 또한 매문을 하는 기자의 속성상 '자기 검열'이 심한 편입니다.

    관련 포스팅 - http://itviewpoint.com/73885

  4. 정말나쁜것은 2008.09.18 14: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나쁜 짓만 골라하는 것이 지금의 정부죠. 불법적인 것들을 법을 개악해서 합법적인 것으로 만들어놓고 악행을 저지르면서 합법적인 것들은 불법적인 것으로 법을 개악해서 국민들의 바른 소리를 탄압하니까요.

  5. Favicon of http://theprojecty.net 무적전설 2008.09.18 17: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이~ 그래도 감옥가시면 안되죠 ㅋㅋㅋ

  6. 기자양반 2008.09.18 20: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대로 계속된 불교편향정치 중단시킬 때가 되었다.

    불교계는 정부로부터 매년 이래저래 명목으로 수백억의 거금을 지원 받는다.
    문화제 보수비를 제외하고도 말이다. 타종교는 정말 국물도 없다.
    이런 불교가 종교편향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더구나 국유림을 거기 거주하던 자들 다 추방해 내고 오래 거주 관리했다는 이유 등 여차여차해서
    사찰로 편입시키고 더구나 문화제관람료라하여 돈까지 받아내고 있는 곳도 꽤 된다.
    더 가관인 것은 그 땅에 국가기관 가령 송신소 같은 것이 세워지면 세를 내든지 철수하라고 데모를 한다.
    내막을 아는 자들은 눈을 뜨고 볼 수도 없는 일이다.

    종교편향의 특혜를 받고 있는 것은 타종교가 아니라 불교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가 특별반을 만들어 모든 내막을 밝혀내 주길 바란다.
    그야말로 종교편향이 없도록 말이다.

    그리고 불교에서 대통령에게 헌법파괴자라고 하는 말은 그야말로 억지소리다.
    현재 불법을 저질러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자들이 영장체포자들인데 이들
    을 보호하면서 경찰의 체포를 헌법파괴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누가 헌법 파괴자인가?

    조계사가 치외법권 지역처럼 행세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 불교계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도리어 불교계는 종교편향 관련집회를 계획하여 종교편향을 조장하는 듯한 인식을 주고 있다.

    그리고 관광지도 도로표지 문제를 말하는데 불교만 제외됐답니까?
    타종교는 아예 제외할 일도 없을 만큼 지금도 전에도 관광지도나 도로표지에 없었답니다.

    저 같으면 낯이 없어서 가만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사과하고 말 것도 없는 것 가지고 여러 차례 사과했고요.
    그러나 사과 무시하고 대회로서 일을 저지르다니,,,
    실지 내막은 총무원장 검문에 화나 들고 일어난 것 아닌가요.


    진짜 탄압과 편향이 되려면 노무현처럼 '주민 80% 지지 얻어 교회 세우라,'
    '대지의 사방 3m 안으로만 교회건축물을 세워야 한다.'(이리 되면 100평 땅에 화장실 한 칸 세우기도 어려움)는 등의

    악법을 만들려고 한다든지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하는 것 아닌가?

    기독교는 그 이상의 핍박을 수없이 받았지만 교회는 대통령 사과를 강요하지 않았다.

    요즘 대통령도 검문검색 받는 세상이다.
    하물며 어린 경찰이 수칙에 따라 총무를 검문했다고 그게 탄압인가?
    모르고 검문했을 수도 있고, 알았다면 범법자를 숨겨주는 등 오죽 속상했으면 그랬겠는가?
    이번 불교시위는 억지 부리는 시위요 개인감정에 따른 것임을 부인할 길 없다.

    대통령에게 부탁하건데 이번 기회에 mbc가 불교방송화 됨과 daum의 반기독교적 행태를 시정해 주길 바란다.
    불교와 타종교간의 지원 등의 특혜를 없애고 국고지원을 서민에게 돌리고 평등하게 해달라.
    불교가 원한다면 종교편향 없애는 법제정 조금도 반대하지 않는다.

    진짜 그렇게 되길 바란다.


    기독교언론에 부탁하건데 종교편향된 언론 방송 포털 등에 대해서 적절히 대처해 주길 바란다.
    함께 부채질하지 말고,,,,

    • 서양도둑괴 2008.09.19 03:32  댓글주소  수정/삭제

      교회에서는 마리아가 낳은 사생아 예수를 놓고 아브라함의 집안망신을 감추기 위하여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여 민족을 속이고 세상을 속이는 일을 하고도 과학으로는 설명할수가 없다 ㅋㅋㅋㅋ

  7. 바른말 2008.09.18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양반 초등학교졸업했어 그렇게 분별력이 없어서... 쯧쯧쯧~~
    그리고 조계사총무원장 당신이 정말 수행하는 사람이 맞아 돌을 닦으라고 하니까 개밥통을 닦았나요?
    당신들이 그렇게 잘 하는 목탁때릴 때마다 우리는 부처수제자이니까 경찰검문받지 않아된다는 마음으로 목탁치는가요?
    이 양반아 모국가 수상도 검문검색 받고도 검문하는 경찰에게 칭찬을 하고 갔다는 사실도 모르요
    우리집안도 불교집안이었지만....
    어이!
    기장양반 정신차렷 당신은 기자 자격이 없어 이런것도 분별못하고...

  8. 바른말 2008.09.18 20: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자양반 거기에다 댓글을 달려고 했던니 막아버렸데요?

    그래서 여기에다 올렸으니 이해하시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