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라는 전달수단은 사라져도 '뉴스'라는 상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문사'는 사라져도 취재를 하고 뉴스를 생산하는 '기자'라는 직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신문사에서 밥을 벌어먹고 있는 기자들이 술자리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다. 좀 보수적인 기자는 '신문'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다. TV가 생겼을 때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건재하고, VTR이 나왔을 때 극장은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근거로 제시된다.
자본은 냉혹하고도 정직하다
물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단언할 순 없다. 하지만 굳이 수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을 정도로 신문의 영향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아울러 신문의 광고시장도 하루가 다르게 축소되고 있는 게 눈앞의 현실이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당장 올해 들어 지역신문의 광고수주는 작년 대비 40~50%가 줄었다. 서울 일간지나 시사주간지들도 마찬가지다. RSS 구독자 100만 도달을 알리고 있는 블로그 테크크런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냉혹하면서도 정직한 게 돈이다. 종이신문의 수요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돈이 받쳐줄 때만 가능한 논리다. 광고가 신문을 떠난다는 건 그만큼 신문의 영향력이나 광고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정직한 자본주의적 반영이다. 물론 건설경기 위축을 광고 감소의 원인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건설경기가 다시 살아난다 해도 예전만큼 광고시장을 회복할 것 같지도 않다. 워낙 광고매체가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벼룩신문>이나 <교차로>가 처음 생겼을 때를 생각해보라. 기존 지역일간지 종사자들은 '저게 무슨 신문이냐'며 다들 우습게 봤다. 결과는 어떻게 됐나. 100만 원 이하 소액광고시장은 그런 생활정보지들이 모두 빼았아 가버렸다. 뒤늦게 지역일간지들도 벼룩시장 비슷한 지면을 만들어 소액광고를 탈환해보려 했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지금 온라인 광고시장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진 네이버나 다음 같은 거대포털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소액광고는 이미 신디케이트화하고 있다. 이 역시 종이신문의 광고주들을 빼앗아갈 게 뻔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신문에서 광고가 떠나면 어떻게 될까. 말하나마나 종이신문을 아끼는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신문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게 자본의 논리다.
들머리에서도 말했듯이 '신문'은 사라져도 '뉴스'는 여전히 가치있는 상품이다. 그 상품을 생산하는 기자라는 직업도 존재할 것이다. 포스트 신문은 어떤 형태일까.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전자종이(e-paper)가 될지, IP-TV가 될지, 모바일신문이 될지, 아니면 또다른 뭔가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지금도 미디어임을 부인할 수 없는 포털뉴스나 블로그가 아예 신문을 대체해버릴지도 모른다. 미국에선 이미 고정독자 100만 명을 확보한 블로그도 생겼고, 파워블로거의 콘텐츠를 묶어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생겼다고 한다. (몽양부활의 관련 글 : http://blog.ohmynews.com/dangun76/214909)
준비하지 않으면 신문도, 기자도 죽는다
분명한 것은 한동안 이 모든 것들이 공존하면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니, 벌써 그 경쟁은 시작됐고 진행 중이다.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진 모르지만 협공을 받고 있는 쪽은 신문이다. 성급한 입장에선 지난 촛불시위 때의 사례를 들어 미디어로서 영향력은 물론 의제설정력에서도 이미 인터넷이 종이신문을 제쳤다고 보는 이도 있다.
또 하나 분명한 것은 '기자'라는 직업은 여전히 존재하더라도, 그 고용형태나 일하는 방식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금처럼 출퇴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기자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특정 회사에 고용된 기자와 프리랜서 기자, 그리고 아마추어 블로거의 경계는 갈수록 허물어질 것이다. 미국처럼 전문성과 영향력을 갖춘 블로거에게 출입증을 내주는 정부기관이나 자치단체도 조만간 생길 것이다. 그들의 콘텐츠를 구입해서 쓰는 매체들도 생길 것이다.
문제는 이런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좀 호기를 부려 말하자면 4~5년 내에 현실화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신문과 기자는 죽거나 사이비(似而非)로 전업해 살아남을 것이다. 사이비는 과거, 현재, 미래의 영원한 틈새시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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