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뉴미디어

지역신문이 블로거 파워와 결합하면?

기록하는 사람 2008. 9. 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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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경남도민일보는 '블로거 지역공동체, 어떻게 실현할까'라는 주제로 경남 블로거 컨퍼런스라는 행사를 치렀다. 같은날 국내 최초의 지역메타블로그인  '블로거's경남'(http://metablog.idomin.com)도 오픈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했던 한 블로거가 이런 질문을 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이런 행사를 하고, 지역메타블로그를 만드는 건 결국 블로거들의 힘을 이용해 다음(Daum) 등 포털처럼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 아니냐?"

사실 맞다. 그 분은 마치 기존 언론이 블로그와 결합해 매체파워를 키우는 것이 불순한 것처럼 말씀했지만, 나는 이것이야말로 지역언론이 당연히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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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에서 열린 블로거 컨퍼런스. 사실 이런 행사가 서울 외 지역에서 열린 것도 처음이다. /박일호 기자


주제발표를 했던 양광모(블로거 양깡)씨도 이야기했듯이 전체 인구의 46%가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산다. 하지만 소위 메이저 언론에서 지역뉴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10분의 1, 아니 50분의 1도 되지 못한다.

온라인에도 서울만 있고 지역은 없다

종이신문은 그렇다 하더라도 온라인세상은 또 어떤가? 인터넷 특유의 집중현상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도 '지역'은 없다. 메타블로그에서 주목받는 블로그 포스트 또한 서울이나 전국의 관심사가 될 만한 내용에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의 발전이 오히려 지역공동체를 말살하고 여론의 획일화와 중앙집중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회의가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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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민일보가 오픈한 지역메타블로그.

하지만 지역을 사랑하고, 고향을 사랑하는 블로거들도 많다. 그들은 자신이 발딛고 사는 삶의 현장에서 나와 이웃의 이야기를 열심히 전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온·오프를 막론하고 함께 모일 자리가 없었다. 넓은 온라인 세상에서 파편화한 하나의 객체일뿐이었던 것이다.

블로그가 1인 미디어 도구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논의의 장도 서울에서만 펼쳐지고 있을뿐 지역에서는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래서 경남도민일보가 아직은 가능성도 불투명한 '블로거 지역공동체(Local blogosphere)'를 실험하고 나선 것이다.

사실 내가 이 실험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나 스스로도 성공에 대한 확신은 없다. '지역'이라는 타이틀을 걸로 시도했던 프로젝트의 대부분이 실패해왔던 데 대한 피해의식도 있다.

우리가 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니까 중부권에 있는 한 지역신문사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를 통한 수익모델은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리스크를 무릅쓰고 한 번 해볼테니까, 우리가 성공하면 따라하시고, 실패하면 접든지, 아니면 실패를 거울삼아 더 정교하게 추진하든지 해보라고 했다. 그러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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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0일 경남 마산에서 열린 '블로거 지역공동체' 주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블로거와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박일호 기자


다행히 이번 행사에서 참석자들의 반응은 예상 외로 좋았다. 참석율도 그렇게 부진하진 않았다. 원래 목표가 선착순 신청자 100명이었는데, 88명에서 더 이상 참석자가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고 했더니,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는 한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요즘 토론회에 80명이 넘는 사람이 참석하는 경우가 있느냐. 많아야 50명이고, 그것도 항상 그 얼굴이 그 얼굴이지 않느냐."

조중동의 여론독점이 깨지는 그날까지...

상당수 참석자들은 이번 행사의 후속모임이 예정돼 있지 않다는 데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메타블로그를 통한 온라인상의 네트워크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오프라인에서도 모임이 이어지길 희망했다. 그러면서 블로그의 기능과 활용방법 등에 서툰 초보블로거들을 위한 '블로그 운영 강좌'와 같은 교육프로그램을 경남도민일보가 개설, 운영해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런 교육이 개설된다면 얼마간의 수강료를 내더라도 참석하겠다는 사람이 현장에서 확인된 숫자만 20여 명이었다.

힘 닿는대로 해볼 생각이다. 힘이 부쳐서 포기하는 일이 있을지언정, 조중동처럼 블로거와 누리꾼들을 적으로 삼고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는 적어도 하지 않을 것이다.

블로거 양깡님은 토플러의 말을 인용해 "지방분권이 실현된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남지역의 블로거 전사들이 경남도민일보와 상호보완, 감시·견제하면서 상승작용을 일으켜 막강한 미디어파워를 갖게 되길 바란다. 그 파워를 통해 지역여론시장까지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의 독점구조를 깨고 여론의 민주화를 경남에서부터 만들었으면 정말 좋겠다.

※미디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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