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의 고향 천안 병천면에서 3.1만세운동을 기념하는 봉화제가 열렸습니다. 87년 전 독립만세가 울려퍼졌던 아우내 장터에 '그날의 함성'이 다시 울려퍼졌습니다. 깜깜한 밤하늘 횃불의 물결 속에서 퍼지는 독립만세 함성. 차가운 밤 공기를 가르고 천지를 울립니다."

유관순열사기념관 홈페이지(http://www.yugwansun.com) 첫 화면 '보도자료'방에 들어 있는 YTN 기사입니다. 이태 전인 2006년 4월 28일 올린 3월 1일치 기사인데, 이보다 최근 글은 아직 없습니다.

올해도 이와 비슷한 보도가 나갔습니다. 기자가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얘기하면서 참여한 남녀를 몇몇 인터뷰하는 식으로 됐을 것입니다. 2006년 보도 내용도 구성이 딱 그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진 출처 유관순열사기념관 홈페이지

날짜가 잘못 됐습니다

어쨌거나 저는 이 보도를 보면서, '아,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만세시위를 재연하는 기념행사가 3.1절 전날인 2월 마지막날에 치러진다는 시점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름난 삼일운동 만세 시위가 일어난 데가 바로 아우내장터입니다. 익히 알려진 유관순 열사가 서울서 만세시위에 참여했다가 다니던 이화학당이 휴교를 당하자 고향으로 가서 벌인 시위입니다.

일어난 차례가 어떻게 되느냐 하면 서울이 먼저고 아우내장터는 그 다음입니다. 그런데도 서울 음식점 태화관에서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읽은 데 맞춰 치르는 3.1절 바로 전날에 아우내 기념행사라니,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기록을 보니까, 아우내장터에서 거사한 날은 4월 1일(음력 3월 1일)입니다. 하루 전인 음력 2월 그믐날은 열사 고향 뒷산 매봉산 등에서 내일 거사를 한다고 알리는 신호로 횃불을 올린 날입니다. 1919년 양력 3월 1일은 음력으로 1월 29일이니, 한 달 정도 당겨진 셈입니다.

실제보다 앞당겨진 까닭은?

왜 이렇게 날짜를 바꿨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그래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습니다. 쉽게 짐작이 됐으니까요. 까닭은 바로, 이른바 '중앙 언론 신문 방송'에 한 줄 또는 한 장면 나기 위해서입니다.

삼일절 하면 유관순, 유관순 하면 아우내장터, 우리들 상상력은 이렇게 돼 있습니다. 게다가 서울이고 지역이고 구분없이 삼일절 기념행사는 거의 다 3월 1일에 치러지기 때문에 이른바 '중앙 언론'들의 관심을 끌려면 이 날에 맞춰야 한다고 여겼음이 아마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2007년 치러진 마산 삼진의거 행사 사진(출처 경남도민일보)

양력 4월 1일 또는 음력 3월 1일에 맞춰 기념행사를 하면 이른바 '중앙 언론'은 쳐다도 보지 않을 개연성이 아주 높습니다. 보기를 들자면 우리 경남에서는 꽤 이름 높은 시위인 마산 삼진의거가 있습니다. 삼진의거 재연 행사가 실제 일어난 4월 3일 해마다 치러집니다. 경남의 지역 매체에서는 이를 크게 보도하는 반면, 이른바 '중앙언론'은 아예 다루지 않습니다.

제 날짜가 가장 나을 것입니다

봉화제 날짜가 이렇게 앞당겨지면 이를 보는 대부분 사람들은 89년 전에도 실제로 이 날에 아우내장터 시위가 일어났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 머리에 왜곡된 역사가 새겨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천안은 보니까 3월 14일 목천면 목천 공립 보통학교 학생들이 앞장선 목천 시위, 3월 20일 입장면 사립 광명학교 여학생이 나선 입장 시위, 더 나아가 3월 28일 입장면 직산금광 광부들의 봉기까지 있다 합니다. 가장 나중이 엉뚱하게도 가장 처음이 돼 있는 우스운 모양입니다.

따라서 제가 보기에는, 지금이라도 이른바 '중앙언론'에 기대어 서울 사람들에게 좀더 많이 구경거리가 돼 보겠다는 생각일랑 깡그리 씻어버리고, 지역 역량을 끌어모은다는 생각으로 봉화제를 제 날짜에 해야 맞습니다.

그러면 행사가 더욱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중앙언론'에 '노출'이 되면, 아무래도 "보여 주는 자체"에 목을 맬 수밖에 없습니다. 보여주는 자체에 빠지지 않아야, 기리고자 하는 아우내장터 시위(또는 유관순 열사)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봉화제 퍼포먼스(출처 맨 위와 같음)

4월 1일은 한창 따뜻해지는 시기입니다. 그러니 만큼, 이 날 기념행사를 꾸리면 천안시 병천(竝川-'아우내'를 뜻하는 중국글)면에 사는 주민 전체가 함께하는 대단한 잔치(요즘 말로 축제라 할 수 있는)로까지 발전시켜 나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사실과 딱 맞추면 바로 이런 이로움이 있습니다. 1920년 순국한 날인 9월 28일에 치르는 열사 추모제와 내용이나 성격이 겹치지 않겠느냐 얘기도 나올 수는 있겠지만, 지역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면 그것은 한낱 쓸데없는 걱정이 되고 말 것입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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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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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03.04 1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글 잘 보고 있습니다^^
    사진 아래의 빨간줄에서 4월3일이라고 된건 오타인가요??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03.04 21: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반갑고 고맙습니다. 주신 의견 보고 어쩌면 헛갈리기 쉽겠다 싶어서 조금 문장을 고쳤습니다. 4월 3일은 마산 삼진의거 재연 행사가 있는 날입니다요. ^.^*

  2. Favicon of https://redmovie.tistory.com 구자환 2008.03.05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그렇군요. 역시 보시는 관점이 예리하십니다. 언젠가 들었던 친일은 축소되고 항일은 부풀려져 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당신은 뭐하냐는 질타가 나올까봐 조심스럽지만 이 참에 그 문제까지 다룬 기사도 꼭 보고 싶군요.. ^^;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08.03.05 1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그런데, 뒤에 말씀하신 내용은 제가 다루기에는 아주 벅찬 분야입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겠습니다요. 뭐, 실력이 될 때까지는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