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언론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대체 뭐하나

기록하는 사람 2008. 8. 10.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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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힌다. 지금 나는 적당히 술에 취했다. 그래서 약간 오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쓰고 자야겠다.

<미디어오늘>과 <미디어스>는 둘 다 제호에서 보듯 미디어비평 전문지다. 또한 인터넷매체다. <미디어오늘>은 주간 종이신문도 내고는 있지만, '일간' 인터넷매체도 겸하고 있다.

그런데 둘 다 어제와 오늘, 미디어비평 전문지로서 역할을 포기했다. 인터넷매체로서 역할 또한 포기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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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그나마 팩트라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중국에서 올림픽 핸드볼경기 응원을 하던 중 거꾸로 뒤집힌 태극기를 들고 흔드는 모습이 <연합뉴스>에 포착됐다. 이 사진을 본 누리꾼들이 '국가 망신'이라고 비난을 제기했고, 여러 블로거를 통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그 때가 9일(토) 저녁이었다.

여기까진 그냥 해프닝으로 웃고 넘길 수 있다. 예전에 노무현 정부 때도 이런 일은 있었다. 미국 대통령 부시도 성조기를 거꾸로 들었다가 옆에 있던 아내와 딸의 지적에 따라 고쳐 들었다고 한다. <미디어스>나 <미디어오늘>이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까지는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문제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지적과 비난이 제기되자 몇 시간 만에 그 사진들이 주요 포털사이트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청와대의 요청이나 압력에 따라 <연합뉴스> 또는 포털이 사실은폐에 나섰든지, 아니면 <연합뉴스>나 포털이 알아서 기었든지 둘 중 하나다.

이쯤 되면 미디어비평 전문지라면 즉각 비중있게 취재에 나서야 한다. 이건 고민의 대상도 아니고 그냥 기본에 속하는 거다. 그런데 두 매체 모두 오늘까지 단 한 줄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블로거들은 그 사이에 수많은 관련 포스트를 발행했고,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뒤늦게 이런 누리꾼의 반응을 담아 기사화했다.

그러나 명색이 '신문'이라는 <한겨레>와 <경향신문>도 사진이 삭제된 경위를 속시원하게 밝히진 못했다. 그 진실을 밝히려면 포털과 <연합뉴스>, 청와대 세 곳만 확인하면 된다. 블로거들에게 그걸 기대할 순 없다. 명색이 청와대 출입기자를 두고 있고, 미디어 담당기자를 두고 있는 신문사라면 비록 일요일이라도 그 진실을 밝혀 기사를 내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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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스, 이게 뭔가.


좋다. 그것까지도 이해하자. 내일(월)쯤 되면 거기에 대한 이어지는 기사가 나올 거라고 보자.

그런데, 미디어비평 전문지라는 두 매체는 대체 뭔가. 왜 지금까지 한 줄도 없나. 어제가 토요일이어서? 오늘도 일요일이라서?

에라이, 그러면 그냥 휴일엔 사이트 닫아라. 왜 열어놓고 독자들을 자꾸 헛걸음하게 하나. <미디어오늘>은 더 가관이다. 지금 이 신문의 인터넷 톱기사는 '박태환 금메달, 주요언론 '긴급 속보''다. '긴급 속보' 좋아하네. 그 아래엔 '박태환 400m 금, 세계 제패' 기사도 있고, '다시 보는 '우생순'...여자 핸드볼 '감동'' 기사도 있다. 언제 스포츠신문으로 종목을 바꿨냐?

헉! '우생순' 기사를 열어보니, 있긴 있다. 기사 말미에 "한편..."으로 처리한 <한겨레> 인용보도다. 이거 보니 더 열받는다. 장난 치나.

물론 기자도 노동자고, 휴일엔 쉬어야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기자는 '돈내기(도급제) 노동자'다. 휴일은 편의상 정해놓는 거다. 평일 근무시간도 편의상 정해놓고 적당히 알아서 자기 맡은 역할만 하면 나머지 시간을 어떻게 쓰든 누가 상관하지 않는다.

따라서 아무리 휴일이라도 자기 나와바리(왜놈말 써서 미안하지만)는 챙겨야 하는 게 기자다. 그 정도 프로의식도 없이 어떻게 조중동을 이기나. 정말 실망이다.

내일(11일, 월)은 출근이다. 출근시간 맞춰 정상업무를 시작한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기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회심의 역작을 내놓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

내가 술 기운에 오버하는 건가? 내일 아침 내가 쓴 이글도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아침에 다시 읽어보니 제가 주제넘은 글을 썼네요. 지역신문으로서 경남도민일보도 제대로 못챙기면서, 지역신문 기자로서 지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매체를 나무라다니요.

따지고 보면 별 일도 아닌 걸 지나치게 오버했다는 생각도 드네요. 뭐 그렇게 시급을 다투는 뉴스도 아닌데... 저보다 훨씬 열심히 하고 있는 두 매체 기자들에게 괜히 딴죽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후배에게 주필(酒筆) 날리지 마라고 충고까지 했던 제가 이렇게 주필을 갈길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이 글을 삭제하고, 마치 이런 글 쓴 적이 없는 것처럼 시치미 뚝 떼진 않겠습니다. 제가 연합뉴스처럼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대로 남겨놓은 채 "그러는 니는 얼마나 제대로 하는 지 보자"는 따가운 시선 감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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