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5월 20일 들판에 나갔습니다. 모내기를 앞둔 무논에는 먹이가 많기 때문에 여러 새들이 어슬렁거립니다. 때로는 한쪽 다리로만 서 있기도 합니다.
먹이가 되는 미꾸라지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곰곰 들여다보는 장면인데도 명상(冥想)하는 장면이라도 되는 듯이 간주합니다.
물이 깔린 논바닥에서 먹이를 콕 집어내기 위해 재빨리 부리를 박는 장면을 두고도, 슬그머니 집어넣고 그냥 뜻 없이 즐기는 장난질 정도로 여깁니다.
2.
그러나 새들이 그냥 무논에서 노닥거리는 양 보이지만 실은 생존을 위한 몸놀림입니다. 먹고 살려고 치는 발버둥입니다. 조금이라도 쉬거나 한 눈 팔 여유가 이들에게는 없습니다.
봄에 시작해서 가을이 되기까지 부지런히 먹어서 튼튼하게 해야지만 철새들은 먼 거리를 날아 갈 수 있습니다. 알을 낳고 알을 까고 새끼를 돌보는 데에도 필요한 활동입니다.
3.
사람들은 세상살이가 버거우면 자기가 놓여 있는 자리를 애써 벗어나려고 합니다. 결국 ‘부처님 손바닥’밖에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굳이 벗어나서는 이런 새들 이런 몸짓 따위를 보며 부러워합니다.
4.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옛날에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제가 그 때는 정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눈으로 보지 못한 것들도 마찬가지 너무 많았습니다.
5.
이 같은 새들의 생존을 위한 몸놀림을, 자유롭고 평화로운 몸짓으로 여기고 부러워함으로써, 마음이라도 가라앉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사람들 세상살이가 팍팍하다는 사실을 저도 뒤늦게나마 온몸으로 깨치고 말았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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