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의 위원장 이병하와 부위원장 손석형(경남도의원)과 사무처장 하정우 세 분이 경남도민일보를 찾아오셨습니다.
우리 노조 지부는 이 세 분을 맞아 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이 위원장이 요청한 술자리였습니다. 술값도 그래서 이 위원장이 치렀습니다.
이 위원장과 저랑은, 이 위원장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 본부장을 할 때부터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당적을 제가 갖고 있지는 않지만은요.
각설하고, 오동동 통술 골목으로 가려고 부지부장 차를 탔습니다. 타고 가서는 가톨릭 마산교구청(가톨릭 문화원) 앞에 차를 세웠습니다.
이런 것을 두고 무어라 말을 하면 알맞을까요?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 도시의, 황폐한 불모성? 차를 세운 바로 옆 담장, 콘크리트와 콘크리트 사이였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종류가 가지 같았습니다. 가지는 보통 모종을 심는데 여기는 아마 씨앗이 싹을 틔운 것 같습니다. 줄기와 뿌리가 이어지는 부분은 통통하게 부어올랐습니다.
저는 이럴 때면, 기쁨이나 즐거움에 앞서 참담함에 딱 막힙니다. 물방울 하나 스며들지 못하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그런 것을 당연한 듯이 여기지도 않는 인간들의 무심함.
그 다음에 오는 느낌이 바로 ‘나도 바로 그런 인간들 가운데 하나라는 황당함과 부끄러움.’ 부끄러움은 저라는 존재의 야멸침에 대한 것입니다.
사전을 찾아보면 이렇습니다. “야멸치다 : 남의 사정은 돌아보지 않고 자기 생각만 하다.” 그러다가 결국 그 야멸침으로 제 발등을 찍고 마는 어리석음.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들 몫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그날 술을 취하도록 마시지는 못했습니다. 이 위원장 등에게는 참으로 미안했는데, 술 마시는 내내 온 몸이 불편했습니다.
김훤주(전국언론노동조합 경남도민일보지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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