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포는 부산광역시 북구에 있는 동네 이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구포국수라 하면 부산 구포에서 만들어내는 줄 잘못 알고 있습니다.
8월 초 이런 기사가 난 적이 있네요. 제목은 “부산 전통식품 ‘구포국수’, 옛 명성 되찾는다”입니다. 첫 문장도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식품 가운데 하나인 ‘구포국수’가 종합식품회사로 새롭게 출발한다.”입니다.
이 노컷뉴스 기사는 이런 설명도 붙였습니다. “구포국수는 동래파전과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전통식품으로 일제강점기 근대 국수류의 생산 메카였던 구포지역에서 생산, 판매되던 국수를 통칭하는 것이다.
바닷바람과의 교차로 짜고 습한 낙동강 강바람으로 자연 건조해 쫄깃한 국수 면발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탔지만 상표분쟁과 대기업 식품회사와의 경쟁 등으로 현재는 ㈜구포국수 한 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기사는 틀렸습니다. 구포국수는 부산 구포에서 만들지 않습니다. 적어도, 창원이나 마산을 비롯한 경남 전역 가게에는 죄다 구포국수를 갖다놓고 있습니다. 포장 종이를 눈여겨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일제 시대를 거쳐 1950년대와 60년대 70년대까지는 구포에서 국수를 뽑고 말리고 자르고 포장하고 했을 것입니다만, 지금 시장에는 구포에서 만든 국수가 깔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국수 공장들이 황강이 있는 합천이나 경호강 덕천강이 흐르는 산청에 들어서는 것이랍니다. 가회면은 황매산 아래에 있는데, 여기 물은 아마 황강이 아니라 경호강으로 접어들겠다 짐작이 됩니다.
금산 인삼은 금산에서 납니다. 창녕 고추는 창녕에서 납니다. 남해 마늘은 남해에서 납니다. 진영 단감은 김해 진영에서 납니다. 밀양 대추는 얼음골이 있는 밀양에서 납니다. 거창 사과는 수승대가 빼어난 거창에서 나지요.
그러나 구포국수는 부산 구포에서 나지 않습니다. 우리 집에 있는 구포국수의 고향은 합천입니다. 그랬거나 말았거나 저는 구포국수를 좋아합니다. 토요일이나 일요일 점심때는 제가 양념이랑 국물을 만들고 면발까지 삶아서 아이들이랑(쓰러지기 전 옛날에는 아내도) 종종 먹곤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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