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한국현대사

3.15의거기념사업회는 변할 수 있을까

기록하는 사람 2020. 11. 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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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4.11민주항쟁은 4.19혁명의 첫날입니다.’ 이 문구에 3.15의거기념사업회(3.15사업회)가 발끈했다.

알다시피 4월 11일은 김주열 열사의 시신이 왼쪽 눈에 최루탄이 박힌 처참한 모습으로 떠오른 날이고, 분개한 마산시민이 총궐기해 이승만 독재를 붕괴시킨 계기가 되었다.


3.15사업회 측이 발끈한 이유는 이랬다. “4.11이 첫날이라면 3.15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냐?”


이후 이 단체 김장희 회장과 해당 문구를 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김영만 상임고문이 9차례에 걸쳐 지상논쟁(경남도민일보)을 벌였고, 급기야 지난 6일 열린 3.15사업회 주최 심포지엄에서도 이 문제를 공식주제로 다뤘다. 나도 토론자 중 한 명으로 참석했는데, 다들 이런 반응이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심포지엄 초청장

“3.15만 홍보해오다가 이제는 4.11도 함께 홍보하여 시민들에게 더 높은 긍지를 심어주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그게 이토록 예민하게 다뤄질 문제인지 모르겠다.”(김주완)

“제가 마산시의원 시절, 3.15 관계자에게 다른 민주단체들도 포괄할 수 있는 민주화운동단체를 제안했더니 ‘3.15로 다 들어오면 되지’라고 말하더라. 3.15가 3.15로 끝나는 게 아니라 미래의 후배, 후손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민주화단체들과 유기적인 관계가 필요하다.”(이옥선 경남도의원)


“3.15와 4.11을 둘러싼 논쟁은 학술전문가들에게 맡겨두고, 미래세대에게 어떤 민주주의 환경, 인권 환경을 물려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이창곤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회장)


“4.11항쟁이 4.19혁명의 첫날이라는 말을 비판하는 3.15사업회도 ‘3.15는 대한민국 최초 민주화운동’이라고 주장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다. 그러면 앞의 운동들(대구 2.28, 대전 3.8 등)은 어떻게 되는 거냐?”(조유묵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공동대표)


“시기구별은 주관적 역사해석의 영역이므로 어느 것이 더 객관적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과거지향적 논쟁 말고 미래지향, 자기성찰적인, 현재 세대도 의미를 둘 수 있는 논쟁을 해야 한다.”(지주형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

이처럼 참석자들은 오히려 3.15사업회의 자기성찰과 변화를 요구했다. 과연 3.15사업회는 변화할 수 있을까?

“독립운동기념단체가 친일파를 감싸는 일을 상상할 수 없듯이, 민주화운동기념단체도 독재부역자를 감싸고 도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는데, 이은상과 같이 독재의 편에 서서 민주화운동을 불순분자 또는 좌경용공세력의 준동으로 매도해온 문인들과 관계를 단절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는 질문에 변종민 상임이사의 답은 이랬다.


“마산문인협회와 함께 하는 3.15의거 전국 백일장 행사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마산문인협회가 이은상 선생 추종세력이 주가 되는 그런 단체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분도 있고 또 민주적인 문인들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백일장을 협업하고 있는 것이고요.”

결국 단절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심포지엄 웹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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