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희생자 창원위령탑이 2022년 11월 26일 제막됐다. 참 오래 걸렸다. 72년만에 희생자 이름이 비석에 새겨졌다.
건립취지문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기에 이렇게 말씀드렸다.
-반갑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매년 합동추모제를 지내면서 학살 희생자의 성함이, 천에 인쇄된 글자로 걸려,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면서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최근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에서, 위패와 영정도 없이 ‘사고 사망자’라는 글자만 놓여 있는 것을 보았을 겁니다.
-이처럼 그 죽음의 책임자는 희생자의 이름이 새겨지는 걸 무서워합니다. 그리고 유족들이 한데 모이는 것도 두려워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우리는, 학살이 일어난지 무려 72년 만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이름이 새겨진 비석과 비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유족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들은, 참사를 단순 ‘사고’로, 희생자를 그냥 ‘사망자’로 불렀습니다.
-마치 교통사고 사망자처럼 여겨지길 바랐던 것입니다.
-이태원이 ‘사고’가 아니라 ‘참사’이듯, 이승만 정권이 무고한 국민을 총살하고 수장하여, 시신도 못찾게 한 국가폭력은 무엇입니까? 바로 ‘학살’입니다. ‘정치적 살해’입니다.
-용어를 바로잡는 것을 ‘정명’이라고 합니다. 건립취지문에는 ‘학살’, ‘국가폭력’, ‘정치적 살해’, ‘이승만 정권의 민간인학살’ ‘박정희 쿠데타 세력의 불법행위’라는 말을 똑똑히 새겨넣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지문 말미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위령탑이 하늘에 계시는 영령들께 해원(解冤)의 상징물이 됨과 아울러 후세의 시민들에게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공간으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저는 이 공간이 추모공간을 넘어서, 평화로 나아가는, 한단계 더 높은 역사적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위령탑이 있는 이 공간을 ‘창원평화공원’으로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창원평화공원’ 어떻습니까?
-마지막으로 건립취지문에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입혀 격을 높여주신 서예가 조현판 선생님께도 고맙다는 인사 올립니다
-유족 여러분, 그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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