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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여섯 가지 이유

기록하는 사람 2019. 1. 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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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경남도청과 김경수 지사가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핀테크 결제수단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한 번 따져보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시범서비스 중인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땐 실패할 것 같다. 악담이나 저주가 아니다. 꼭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쓰는 글이다.

첫째, 다른 결제수단에 비해 불편하다. 우선 제로페이 기능이 있는 앱을 열어야 한다. 여기까진 카카오페이와 같다. 경남은행 앱으로 제로페이를 써봤더니, 매장의 QR코드를 스캔한 후, 결제금액을 손으로 입력해야 한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다. 미리 설정한 비밀번호 여섯 자리를 입력해야 끝난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내 스마트폰 앱을 직원에게 한 번 보여 주기만 하면 된다.

경남은행 앱 제로페이 소개 화면. 설명은 이렇게 해놨지만 실제 결제과정은 많이 불편하다.

둘째, 제로페이로는 택시요금 결제가 안 된다. 나는 카카오택시를 주로 이용하는데, 호출할 때 스마트폰에서 '자동결제'를 선택하면 내릴 때 미리 등록된 내 카카오뱅크 체크카드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간다. 택시 안에서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도 없다.

셋째, 제로페이로는 인터넷 쇼핑몰 결제도 안 된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연동된 체크카드로 쉽게 결제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도 물론이다.

넷째, 제로페이는 캐시백이나 할인 혜택이 없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 카드는 모든 소비에 대해 평일에는 0.2~0,3%, 주말엔 0.4% 캐시백도 돌려준다. 물론 앞의 택시요금도 캐시백이 적용된다. G마켓이나 옥션 등 주요 쇼핑몰에서는 3만 원 결제시 3000원, 6만 원 결제시 6000원을 돌려준다. 10% 할인이나 마찬가지다. 핸드폰 요금도 5만 원 이상 자동이체시 5000원을 돌려준다. 오프라인 제휴매장 할인도 많다.

다섯째, 제로페이는 연동되는 체크카드가 없다. 이 또한 카카오뱅크나 카카오페이와 다른 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안 되는 매장이 많은데 카드로는 대부분 가능하다. 체크카드 연동이 안 된다는 건 그만큼 결제할 수 있는 곳이 한정적이란 뜻이다.

카카오택시의 택시요금 자동결제 알림. 제로페이는 안 된다.

여섯째,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이유로 인해 연봉의 25%를 제로페이 소비로 채우긴 너무 어렵다. 25%를 초과하는 금액, 그 중에서도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한 금액에 한해 직장인 소득공제 40% 혜택을 주겠다는데, 채우는 것 자체가 어려우니 그림의 떡이다. 게다가 체크카드 소득공제 30%와는 별반 차이도 없다.

사람들이 핀테크 결제를 사용하는 까닭은 딱 두 가지다. 편리하면서도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편리하지만 이익이 없거나, 이익이 있어도 불편하면 쓰지 않는다. 두 가지 다 없는데 망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과연 제로페이 결제만으로 연 소득의 25%를 쓸 수 있을까?

카드수수료 부담을 제로로 만들어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러려면 돈을 쓰는 소비자의 마음을 먼저 얻어야 한다. 현재로선 그럴만한 유인 요소가 없다. 소득공제 40%는 빛 좋은 개살구다.

허점 투성이 상태에서 시범서비스를 먼저 시작한 것도 실책이다. 확실한 유인 요소들을 만들어놓은 후 '짠~!'하고 띄워도 성공할까 말까 한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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