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이 판국에도 박근혜 지지하는 20%의 실체는?

기록하는 사람 2017. 2. 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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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도 박근혜 구하기 집회(일명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어떤 주장을 하는지 궁금했다. 15일 진주에는 우리 임종금 기자가 다녀왔고, 18일 마산 오동동에는 내가 직접 가봤다.

임 기자가 세어보니 진주에는 1500여 명 정도가 모였다고 한다. 그런데 주최 측은 1만 2000명이라고 주장했다. 마산은 많이 잡아 1000명쯤으로 보였다. 그런데 무대에 오른 한 연사는 1만 명이라 주장했다. 뻥이라고 쳐도 심한 뻥이었다.

하지만 억지로 동원되거나 일당을 받고 나온 것 같진 않았다. 모금함에 1만 원씩 자발적으로 넣는 사람도 꽤 많았다. 참석자의 연령대는 90% 정도가 60~70대로 보였다.

마산 오동동에서 열린 친박 태극기 집회 @김주완

집회를 주최한 ‘마창진 구국행동시민연합’의 대표는 천만수(56) 전 경남팔각회 총재였고, 사회를 맡은 손종식(46) 씨는 페이스북 프로필에 ‘새누리당 경남도당 디지털정당위원장’이라고 스스로 소개해놓았다.

이 외에 이승일, 이경임, 정성동, 김은영 등도 눈에 띄었는데, 이들이 그나마 40~50대로 젊은 축에 속했다. 시의원이나 도의원 등 지역 정치인은 보이지 않았다. 무대에 올라 연설을 한 박철종(67)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회 상임대표(전 마산예총 회장)이 그나마 유명인사였다. (아래 영상 : 박철종 대표의 연설)

그들의 주장엔 논리가 없었다. ‘박근혜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이 모든 사태는 고영태 일당의 기획 폭로에서 비롯된 것’이이라는 식이었다. 그로 인해 드러난 박근혜의 죄상과 무능은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도 않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박근혜의 유일한 죄가 있다면 ‘오로지 신하(최순실?)를 잘못 둔 죄밖에 없다’고도 했다. 또한 이미 검찰에 의해 최순실의 것으로 판명된 ‘테블릿PC는 무조건 조작된 것이며 JTBC 손석희는 죽일 놈’이었다. 촛불을 든 시민들은 모두 좌경, 빨갱이였다. 연사의 입에서 손석희, 문재인, 김제동의 이름이 나오면 청중은 “죽여라” “죽이자” “직이삐자”고 외쳤다. (아래 영상 : 김은영 전 진주인터넷뉴스 대표의 연설)

문재인을 욕하는 이유는 그가 촛불집회에서 ‘보수를 불태워 죽이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는지 영상을 찾아봤더니 명백한 왜곡이었다. 그가 실제 한 말은 이랬다.

“오늘 200만 촛불은 구악을 불태우고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횃불로 활활 타오를 것입니다. 군대 안 가고, 세금 안 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비리하고, 반칙과 특권을 일삼고, 국가권력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삼은,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망쳐 온, 이 거대한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횃불로 모두 불태워버립시다.” 이 발언의 앞뒤 맥락을 잘라버리고 “불태워 죽이자”로 바꿔 비난의 근거로 삼은 것이다.

나는 박근혜의 국정 지지율이 4%로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을 때 “그게 여론조사의 함정”라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지지자는 이런 지경에도 20%는 될 것이라고 봤다. 그들은 여론조사 응답을 거부했을 것이다.

그 20%가 지금 박근혜 구하기 집회에 나오고 있는 것이다. 왜? ‘자신의 무지로 대통령을 잘못 뽑아 나라를 망친 잘못’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는 건 이토록 어렵다. 적어도 그 20%에게는. (아래 영상 : 승병단 단장이라는 스님의 연설) 

#태극기집회 #박근혜구하기 #박근혜탄핵 #박근혜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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