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촛불집회를 찾아다니며 영상을 찍어 올리고 있다. 100여 개의 영상 중 가장 내 가슴을 후벼 팠던 두 명의 발언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200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습니다. 그들이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하루 6명의 노동자가 그렇게 죽는다는 사실이 9시 뉴스에 매일 나오면 우리나라가 여태 이랬겠습니까?"
"학생들은 그러한 비정규직이 되지 않기 위해서 비인간적인 입시경쟁에 내몰립니다. 1년에 250명의 학생이 주로 성적을 비관하여 죽습니다."
"1년에 우리나라 국민 1만 5000명이 자살을 합니다. 주로 노인들입니다.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 키운 자식들이 노동현장에서 고용불안에 내몰리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며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고 목숨을 끊습니다."
위는 진주 촛불집회에서 박지호라는 분이 자유발언으로 한 말이다. 그는 우리나라 모든 문제의 핵심이 비정규직이며, 이는 박근혜 퇴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창원 촛불집회에서는 24살 전기공 권오선 씨가 발언대에 나왔다. 그는 20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경력 4년인 지금까지 월 120만 원을 받는다며 "여자친구가 있지만 이 월급으론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건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대로 20, 30년을 더 살라고 하면 나는 살 수 없을 것 같다"면서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도 나아질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는 "영상을 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며 "사실 이거야말로 박근혜 사기단이 전원 감옥에 가도 그대로 남을 '헬조선'의 핵심"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하승수 변호사도 이 영상을 보고 "박근혜 한 사람이 물러나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며 "올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바꾸는 일에 매진하려 한다"고 경향신문 칼럼과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밝혔다.
최병천 전 민병두 국회의원 정책보좌관은 "박근혜가 퇴진한 이후에도, '목소리 없는' 하위 90%의, 분산된 노동자들의 고단한 노동이 해방되는 일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라며 "목소리 없는 이들을 사회적-정책적-정치적으로 조직화하고, 청년 전기공을 위해 실현가능한 정책을 만들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한 일"이라고 페이스북에 썼다.
그랬다. 우리는 어쩌면 이렇게 뻔한 문제의 핵심을 다들 알면서도, 나는 그들보다 좀 낫다는 이유로 이 불편한 진실을 짐짓 외면해왔던 건 아닐까. 당장 나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박지호 권오선 씨의 물음에 답할 수 있는 대선후보나 정당이 과연 있는지도 알아봐야겠다. 비정규직 문제를 빼고 경제와 민주주의를 논하는 후보나 정당이 있다면 그건 다 사기라고 이분들이 말하고 있다.
이건 촛불이 내게 던져준 과제이기도 하다.
※경남도민일보 칼럼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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