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천의 생각 : "박근혜가 퇴진하면, 내 삶도 바뀌는 것입니까?"
강추한다. 경남도민의 돈으로 만든, '경남의 한겨레신문'인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가 찍은 영상이다.
권오선. 창원지역 촛불집회에서 자유발언을 했던 24살의 가난한 청년 전기공이다. 20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노동을 하고 있지만, 급여는 4년전이나 지금이나 '최저임금' 수준이다.
권오선 씨는 얼마전 산재신청을 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는데 노동위원회는 권오선 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랑하는 여성이 있지만 월급이 너무 적어서 결혼할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한다.
권오선 씨는 역사책에서 봤다며, 87년 6월 항쟁 이후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서 근로조건이 개선되고 최저임금제 등이 시행됐음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촛불집회 참여자들에게 묻는다. "여러분들에게 정말 묻고 싶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나의 삶은 나아지는가? 이대로 계속 20~30년 살라면 나는 더이상 살 자신이 없는데, 여러분들은 어떤가?..."
권오선 씨의 발언이 다 끝나고 집회사회자는 참석자들 역시 24살 가난한 청년 전기공 권오선의 마음과 한결같을 것이라고 마무리 발언을 한다.
사회자의 말처럼, 정말 그럴까? 정말 한결같을까?
내 생각은 다르다. 박근혜 퇴진의 '정치전선'에는 민주노총-한국노총을 포함해서 대기업-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적극 가담했다. 하청노동자들-청년들도 적극 가담했다.
그러나, '사회경제적 전선'은 정치전선과 다르다. 상위 10%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가진 원청 자본+원청 노동이 있고, 그 반대편에 '과당경쟁'에 시달리는 하청자본+하청노동이 있다.
전자는 '조직된' 진보와 보수이며, 후자는 쪽수는 훨씬 더 많지만 '분산된' 다수이다.
전자는 상위 10%이지만 '목소리'(voice)를 확보하고 있지만, 후자는 쪽수는 훨씬 더 많지만 '투명인간'같은 존재들이다.
박근혜가 퇴진한 이후에도, '목소리없는' 하위 90%의, 분산된 노동자들의 고단한 노동이 해방되는 일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이다. 왜? '촛불의 주체'가 균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향후 박근혜가 퇴진하면 결국 '목소리가 있는' 보이스=스피커가 확보된 집단의 의견은 과잉대표되고, '목소리가 없는, 투명인간'의 의견은 과소대표될 것이다.
가난한 24살 청년 전기공의 처지가 나아지기 위해서는, '청년전기공의 눈으로' 세상을 재해석하고, 기존의 담론 모두를 비판적으로 재구성하며, '청년 전기공을 위해' 실현가능한 정책을 만들수 있을 때이다. 그리고 그런 열망을 사회-정치적으로 조직할 수 있을 때이다.
돌이켜보면, 청년이 말했던 87년의 노동자 대투쟁도 결국 그러했다. 박근혜가 퇴진하고, 정권교체가 이뤄져도,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아주 아주 약간이야 바뀌겠지만, 그 수준은 매우 미미할 것이다.
'목소리없는' 이들을 사회적-정책적-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말이다.
최병천
글쓴이 : 최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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