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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등축제 싸움 진주시민은 이미 이겼다

기록하는 사람 2016. 9. 2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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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동갑내기 친구들과 진주에 다녀왔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무역항 늑도와 하루노쓰지' 특별전을 보러 간 김에 유등축제 준비가 한창인 진주성과 남강 일대도 둘러봤다.

다음날인 토요일에도 의무경찰로 근무 중인 아들 덕분에 다시 진주에 갔다. 때마침 진주성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의 '가림막 반대, 유료화 반대' 집회와 인간 띠 잇기 행사를 구경했다.

진주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은 지난 1년 내내 진주지역 최대 이슈였다. 시민단체는 지난해 축제기간 중 끊임없이 '가림막 철거'를 외쳤고, 시민과 관광객으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이끌어냈다. 무릎 꿇고 엎드린 할머니 등을 밟고 서서 가림막 너머 남강을 구경하는 사진은 전국적인 화제가 됐다.

당황한 축제 주최측은 할머니 사진을 유포한 시의원을 규탄하는 관제데모까지 열어 반격에 나섰으나 가림막 자체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진 못했다.

시민단체 설문조사에서 가림막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나오자, 주최측은 표본도, 문항도 황당하기 짝이 없는 관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런 과정에서 시민단체는 집요하고도 공세적으로 진주시를 코너로 몰았고, 이에 대한 진주시의 대응은 옹색하고도 유치했다. 급기야 진주시장은 문제를 지적하는 시의원에게 뜬금없이 "소망등 사봤어요?"라고 받아치는 모습까지 보였다. 얼마나 답이 궁했으면 저럴까 싶기도 하다.

오죽했으면 홍준표 경남도지사까지 나서 시민단체 편을 들었을까. 진주시장도 괴로울 것이다. 그래서일까. 김재경(진주 을) 국회의원은 최근 홍준표 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진주시장이 죽으려고 한다. 괴롭히지 좀 마라"고 부탁하기도 했단다.

나는 축제 유료화와 가림막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 싸움에서 시민단체가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다. 진주시장이나 공무원들도 알고 있다. 다만 자존심 때문에 패배를 인정하기 싫을 뿐이다. 축제의 성패 여부 또한 작년에 이미 판가름이 난 상태다. 2014년 280만 명이었던 축제 방문자가 2015년엔 40만 명으로 7배나 줄었으니 논란 여지도 없이 끝장 난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1만 원이었던 입장료를 절반인 5000원(경남도민과 인근 전남 시·군민)으로 사실상 내렸고, 진주교와 천수교에는 가림막 대신 아치형 조명 터널이 설치됐다. 물론 남강 변에 울타리처럼 나무를 촘촘하게 심어 조망을 가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흉물스런 헝겊과 비닐 가림막이 사라지게 한 것만으로도 위대한 시민의 승리라고 말하고 싶다.

입장료를 대폭 내렸지만 진주시는 애가 타는가 보다. 최근 보도를 보니 산림조합과 남동발전 등 기관·단체에서 입장권을 무더기로 구입해주고 있단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일반 개인의 자발적 구매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뜻으로도 보인다.

이제 시민단체는 올해 유료입장객 수와 입장료 수입을 잘 따져볼 일만 남았다. 진주시는 작년보다 입장객이 늘어도 욕먹고, 줄어도 욕먹을 일만 남았다. 시민단체의 꽃놀이패다.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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