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동네 소식

남강유등축제 싸움의 성과는 없었던 것일까?

기록하는 사람 2016. 9. 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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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페이스북에 진주남강유등축제에 대해 좀 부정적인 글을 올렸더니, 진주의 이혁 씨도 역시 부정적인 댓글을 올렸다.

"아마 올해도 대성공이라고 떠들겁니다. 실제로 그 수치를 얻기위해 온갖 방법들을 동원 할거구요. 티켓만 팔면 됩니다. 강매와 덤핑티켓이 넘치겠지요. 출향기업과 이해관계로 유착된 이들이 티켓잔치를 펼칠 겁니다. 결국 이창희와 진주시는 작년보다 1프로라도 더 높은 자립율을 창조해내고 언론은 기다렸다는듯 빨아댈 겁니다. 진주시민은 어떻게 이 막가는 권력과 싸워야 할까요? 결국은 공천으로 하사받는 지방권력을 끝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지경임에도 야권은 하나되지 못합니다. 선거준비를 못합니다. 이길 수 있음에도 공동의 목표가 아닌 각 정당과 정파의 목표밖에 없습니다. 가림막 만큼이나 답답한 현실입니다."

그리곤 이런 자조적이고 비관적인 글도 덧붙였다.

"이기는 싸움의 경험이 있어야 시민들도 싸움에 나설 수 있는데 과연 우리는 이기는 싸움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요?"

진주시민 이혁 씨의 비관적 평가에 붙여...

그러나 나는 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 설치를 둘러싼 진주시민들의 지난 1년에 걸친 싸움을 그리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렇게 한 번 생각해보자. 첫째, 과연 지역사회의 이슈가 이만큼 뜨거웠던 적이 과거에도 있었나. 둘째, 그 이슈를 놓고 싸우는 시민단체의 주장에 일반 시민들의 지지가 이만큼 높았던 적이 또한 있었냐는 것이다.

내가 과문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런 지역이슈는 일찌기 없었다.

더 거슬러올라가 내가 20대, 30대였던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어땠었을까. 내 기억으로 그때 이른바 '운동권'은 아예 '지역'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오직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까 하는 고민만 있었을 뿐이었다. 내가 사는 지역, 진주시장이 뭘 하고 있는지, 개천예술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진주시의 행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런 건 완전히 관심밖이었다.

그래서였을까? 80년대 진주에서 열렸던 한 집회에서 당시 노동운동가 이석행 씨(아마 진민노련 의장이었을 게다)가 연설에서 "진주시청을 우리가 접수해버립시다"라고 외쳤을 때 뭔가 튀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 물론 그가 말한 '진주시청 접수'라는 것도 '정권 타도'의 연장선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운동권 지도자의 입에서 '지역행정관청' 이름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나로선 미처 생각지 못했던 말이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런 투쟁의 시대를 거쳐 1991년 지방의회가 부활했고,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도 주민 직선으로 뽑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시민들의 자치의식도 성장해왔고, 지역에 대한 관심 또한 점점 높아져 왔다. 그런 덕분에 남강유등축제 유료화와 가림막도 지역시민사회에서 뜨거운 지역이슈로 만들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진주의료원 폐쇄나 무상급식 중단이 주민소환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홍준표의 원인제공으로 시작된 것이긴 하지만,) 그런 시민의식의 성장 배경 속에서 가능해질 수 있었다고 본다.

지역언론 또한 과거에는 종이신문을 보는 독자 1만~2만 명에게만 지역현안을 전할 수 있었지만, SNS와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20만~30만, 어떤 경우에는 50만 명 이상에게 지역 이슈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이슈확산 기능이 커지고 넓어졌다.

강민아 진주시의원이나 류재수 의원이 자신에 대한 악의적인 허위보도를 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언론중재위 제소나 명예훼손 고소 등으로 대응하는 대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그 언론을 직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도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제 한 개인의 SNS가 웬만한 언론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가능한 일이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진주지역 시민단체가 1년 동안 싸워왔던 가림막 투쟁은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것일까? 나는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시민은 이미 이겼다. 1만 원이었던 입장료를 사실상 5000원으로 끌어내렸고, 헝겁과 비닐로 만든 흉물스런 가림막이 사라지게 한 것도 오로지 시민의 힘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다만 진주시장은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또한 자존심 때문에 차마 백기항복은 할 수 없고 입장료 5000원 인하, 진주교와 천수교에 조명 터널이나마 설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진주시민들, 고생 많으셨다. 이혁 씨 또한! 그런 의미에서 재미있는 움짤(GIF) 사진을 첨부한다. 즐감하시길... (혹 세 분 중 한 분이라도 지우라고 하시면 지우겠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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