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포늪(생태체험장), 산토끼노래동산, 부곡온천
7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창녕에서 블로거 팸투어를 진행했습니다. 창녕군이 주최하고 경남도민일보 자회사인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을 했습니다. 블로거 등 함께한 사람은 15명이었습니다.
경남 창녕에는 한 번 찾아가볼 만한 데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우포늪이 있습니다. 소벌(우포)·나무개벌(목포)·사지포늪(모래벌)·쪽지벌 넷으로 이루어진 여기를 한 바퀴 둘러보는 것은 기본이겠지요.
지난 7월에는 우포늪생태체험장이 문을 열어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우포생태체험마을회의 안내를 따라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길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쪽배타기·미꾸라지잡기·수생곤충살펴보기·습지식물헤치며다니기 등 2시간 남짓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포늪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다 생태계보전지역이기도 해서 함부로 들어가면 안 되기에 대신 공간을 만들어 습지체험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우포늪 또는 우포늪 생태체험장에서 오전이나 오후 시간을 보냈다면 나머지 오전이나 오후는 창녕 곳곳에 있는 문화재를 찾아다녀 보시라 권합니다. 물론 이런 문화재 말고도 나이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는 산토끼노래동산을 찾으면 되고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모시고 있는 경우라면 부곡온천이 또 그럴 듯합니다.
산토끼노래동산은 1920년대 일제강점기 이일래라는 분이 창녕 이방초등학교 교사로 있으면 국민 동요 명성을 얻은 '산토끼' 노래를 작사·작곡한 데 착안해 이방초교 바로 옆에다 창녕군이 지었습니다.
여러 토끼를 종류별로 살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토끼의 생태·습성도 알 수 있으며 또 롤링미끄럼틀 같은 놀이시설과 나무그늘이 좋은 쉼터 등이 있어서 한 나절 노닐기 좋습니다. 부곡온천은 다른 여러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물이 뜨겁고 수질도 뛰어나서 여러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창녕석빙고 정면.
창녕장터의 석빙고와 술정리동삼층석탑
어쨌거나 문화재 탐방지를 꼽으라면 창녕 장터 일대를 가장 앞자리에 놓겠습니다. 창녕석빙고에서 시작해 술정리동삼층석탑을 거쳐 하씨초가까지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우리나라에 석빙고는 여섯 개가 남아 있는데 신기하게 영남 지역에 몰려 있습니다. 경북 경주·안동·청도에 하나씩,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하나, 그리고 경남의 창녕에 두 개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다들 하나인데 창녕에는 창녕읍·영산면에 하나씩 있습니다.
원래 모습대로인 것은 똑같지만, 영산은 작고 창녕은 크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얼핏 보면 가야시대 고분을 닮았으나 자세히 보면 위쪽에 채광이나 환기를 위한 돌로 구멍을 내어놓아 바로 구분이 됩니다.
또 앞(남쪽)이 높고 뒤(북쪽)가 낮게 해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얼음녹은 물이 쉽사리 빠지도록 도와줍니다. 창녕석빙고도 여느 석빙고와 마찬가지로 뒤쪽에 개울이 있는데요, 얼음녹은 물이 바로 빠져나가 땅바닥에 고이지 않도록 하려고 잡은 입지입니다.
옛날에는 철문이 열려 있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지만 요즘은 보호를 위해 자물쇠로 잠가 놓아 바깥에서 들여다보기만 할 수 있습니다. 철문 오른쪽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올리면 전등이 켜져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한여름에도 문 앞에 서면 안에서 시원하고 서늘한 기운이 끼쳐 오는데요, 찰흙을 다져 만든 바닥과 이런저런 돌로 쌓고 다듬은 벽면, 그리고 길고 네모나게 다듬은 돌로 군데군데 반원형으로 둘러 만든 천정이 눈에 들어옵니다.
앞에 있는 석빙고비에 '숭정 기원후 재임술 2월 초1일 시 4월 초십일 필(崇禎紀元後再壬戌二月初一日始四月初十日畢)'이라 적혀 있어 1742년(영조 18년) (음력) 2월 1일부터 4월 10일까지 두 달 열흘 동안 쌓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양반들이야 이듬해부터 여름에도 얼음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겠지만 일반 백성이나 천민들은 추위 더위도 가리지 못하는 허름한 옷차림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부림을 받았을 테니 딱한 노릇입니다.
이제는 남서쪽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장터 거리를 이리저리 헤쳐나가는 길인데요, 거리가 직선으로 600m 남짓이어서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모르겠거든 아무 가게나 들어가 '동탑'이 어디 있느냐 물으면 됩니다.)
3일 8일 창녕장날에 맞추면 시장 구경도 재미가 쏠쏠한데요, 아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산물이 나오지는 않지만 규모가 제법 큰 편이라 눈길 돌리는 즐거움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찾아가면 장터 끝나는 어름에서 술정리동삼층석탑이 있습니다. 20m 정도 떨어져서 바라보면 안목이 그다지 높지 않은 저이지만 균형미·비례미를 잘 갖추고 있어서 긴장감·단정함·날렵함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창녕술정리동삼층석탑. 의젓합니다.
가까이 다가가 돌이 얼마나 큰지를 살펴보면 창녕술정리동삼층석탑이 국보(제34호)로 지정된 까닭도 나름 짐작이 됩니다. 다른 석탑들은 대부분 한 면을 석재를 두 개 또는 세 개를 쓰지만 동탑은 지대석과 상·하층 기단석은 물론 면석까지 한 면마다 하나씩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위에 얹은 몸돌과 지붕돌은 모두 통돌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큰 석재를 써서 만든 석탑은 무척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지붕돌 윗부분은 끄트머리가 맵시있으며 아래 받침 부분 또한 다섯 층(보통은 셋 또는 넷)으로 홈을 파는 정성을 들였습니다.
기단석에는 여러 군데에 둥근 구멍이 작게 파져 있습니다. 보호 철책을 열고 들어가면 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동탑이 오랜 세월 창녕 사람들과 피와 살을 나누며 부대껴온 자취입니다.
누구는 아이를 낳기 위해 옛적 아낙네들이 석탑을 갈아 돌가루를 내어 먹은 흔적이라 하고 누구는 동네 꼬마들이 빤주까리(소꿉놀이) 할 때 풀반찬에 곁들여 돌가루 밥을 해 먹은 흔적이라 합니다. 동탑에 모셔진 부처님은 누구에게 가피를 베풀었을까요?
그늘이 깊고 꽃밭이 멋진 하씨초가
하씨초가에서 내다보는 술정리동삼층석탑.
창녕 장터 문화재 둘러보기 마지막은 하씨초가입니다. 지은 지 얼마나 되는지 등등은 들머리에 놓여 있는 안내판을 훑어보면 될 것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억새로 지붕을 삼은 하씨초가에 들어서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합니다. 지붕을 길게 내어서 그늘이 깊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름에는 그늘이 들고 겨울에는 마루까지 햇살이 쏟아지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여기 사시는 할머니가 앞뒤 마당을 잘 가꾸시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운 여름에도 마당에는 한두 송이 꽃이 피어 있지만 봄철에 찾으면 거기 뒤란 꽃밭 때문에 자지러질 정도로 즐거워한답니다. 고등학생들과 여러 차례 찾은 적이 있는데 특히 여고생들이 더 그랬답니다.
대청마루에 드러누우면 이런 천장 모습이 보입니다.
하씨초가. 꽃이 좋습니다.
하씨초가 마당 돌틈에 피어난 채송화.
여기 들르면 저는 대청마루에 앉아 있거나 드러누워 있기를 즐깁니다. 가만가만 앉아 있으면 대청마루 나무가 주는 따뜻한 질감이 체온에 보태집니다. 드러누워 있으면 천장 이쪽저쪽으로 대를 쪼개어 걸친 위로 흙을 발라 만든 맨살이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가지런함과 한결같음에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습니다.
또 아이들과 함께 가면 디딜방아도 디뎌보고 키(오줌싸개가 옆집에 소금 얻으러 갈 때 쓰던)도 까불어보고 작두질로 풀잎도 잘라볼 수 있습니다. 대싸리로 만든 조그만 닭장도 만져보고 둘둘 말아놓은 멍석에도 손을 한 번 뻗어봅니다.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한 하씨초가입니다.
7월 18일 창녕장날에 광택제를 팔고 있는 아저씨.
송림정에서 얘기를 나누며 삶은 옥수수를 먹는 블로거들.
그러나 이것이 마지막은 아닙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창녕도 식후경입니다. 여행에서는 먹는 즐거움이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장소로는 하씨초가 뒤편 당산나무 아래 정자(술정)나 동탑 건너편 정자(송림정)를 권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 한동안은 창녕 장에서 콩국 같은 시원한 마실거리나 삶은 옥수수를 구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것들 펼쳐 놓고 함께 둘러 앉아 먹기에 딱 좋습니다. 동탑과 하씨초가 그리고 둘레 민가들이 그림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명당이기도 합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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