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학교서도 생생 직업체험 할 수 있으면"

김훤주 2016. 1. 7.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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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진로 체험 활동 (3)

"진로 설계가 가장 어려웠어요"


두산중공업이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하는 '마이 드림(M. Y. Dream, Make Your Dream) 청소년 진로체험단'이 12월 16일 발표회를 끝으로 한 해 일정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이번 청소년 진로체험단 활동은 직업 탐색에서부터 체험을 거쳐 설계에 이르기까지 통합적으로 진행됐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울러 단순히 동영상을 보거나 강의를 듣는 것으로 직업 체험을 끝내는 여태까지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로 지역에 있는 직업인을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누고 실습까지 했다는 점 또한 색달랐습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체험한 직업은 요리사(양식·중식), 네일아티스트, 가수·작곡가, 동물사육사, 바리스타, 마술사, 제빵사, 헤어디자이너, 패션디자이너, 심리상담사, 경찰관 등 모두 열한 가지였습니다. 



먼저 아이들 희망을 받은 다음 조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요, 텔레비전 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화려하고 빛나게 여겨지는 직업도 있었고 머릿속에서 주관적으로 희망하는 직업도 있었으며 장래 수익을 보장해 주리라는 기대로 선택한 직업도 있었습니다. 


10월 3일 여덟 번째 모임은 참여한 학생들이 서로 체험 소감을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겉으로 보는 직업하고 실제로 일하는 직업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고 밝혔습니다. 남들 보기에는 멋지고 그럴싸하지만, 그 뒷면에는 힘든 노동과 면밀한 준비 또는 계획이 있을 수밖에 없더라는 얘기였습니다. 


이를테면 물 위에 떠 있는 고니가 보기에는 무척 멋스럽고 여유롭지만, 그렇게 떠 있기 위해서는 물 속에서 갈퀴 달린 발을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이런 두 가지를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 해도 곧장 직업이 되기는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았다고 했습니다. 


네일아트의 경우 자기 손톱을 꾸미고 색칠하는 것은 즐겁고 재미있지만, 다른 사람 손톱을 꾸미고 색칠하는 것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얘기였습니다. 또 이미 만들어진 색깔이 아니라 손수 새로운 색깔까지 만들어야 한다면 단순히 좋아하는 정도로만 직업으로 삼기는 어렵겠다는 말이었습니다. 


크게 기대하지 않고 참여했는데 뜻밖에 거기서 취향이나 적성을 발견하고 흥미와 관심을 느낀 경우가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경찰 체험을 보기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여한 학생들 대부분이 딱딱하고 지루한 직업이리라 지레짐작했었지만 막상 경찰서를 찾아가 경찰관 제복이 주는 권위도 느껴보고 유치장·수갑도 체험해보고 지문 채취 등 첨단 과학 기법 수사 등을 실습해보면서 역동적이고 재미있는 직업이 바로 경찰이라는 생각을 했다는 것입니다. 


11월 14일 아홉 번째 모임에서는 향후 진로 설계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이번 직업체험을 통해 앞으로 하고자 하는 직업을 정한 학생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직업인과 얼굴을 맞대고 얘기를 나누며 실습까지 한 것은 분명 작지 않은 성과지만, 그것만으로 중학생이 장래 직업을 정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이런저런 장래 직업을 꿈꾸고 있었는데, 그 앞모습과 뒷모습을 함께 보고 느낄 수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향후 직업을 정할 때 좀더 입체적으로 여러 측면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돼서 좋았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가능한 범위에서 진로 설계도 했습니다. 직업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꿈을 마음껏 펼쳐라' 또는 '네 끼를 한껏 발산하라'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경찰이 되려면 체력과 추리력을 키워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됩니다. 자격 시험을 쳐야 하기 때문에 영어와 국사 과목을 잘해야 합니다. 


이렇게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이상과 맞춰나가는 것이 진로 설계였고 또 거꾸로 자기 조건을 따져보면서 꿈을 고치고(또는 다듬고) 희망 직업을 바꿔나가는 것도 진로 설계였습니다. 


12월 16일 열 번째 마지막은 두산중공업 게스트하우스 회의실에서 발표회로 진행됐습니다. 


두산중공업 김명우 사장과 창원교육지원청 안병학 교육장 등 20명 남짓이 함께하는 가운데 전체 진행 경과 설명·보고, 참가 학생들이 만든 동영상 상영, 진로체험 참가 학생들 소감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참가 학생들에게는 김 사장과 안 교육장이 번갈아가며 수료증과 상장을 나눠줬습니다. 



두산중공업과 창원교육지원청은 이번 '마이 드림 청소년 진로체험단' 성과를 바탕 삼아 같은 날 '자유학기제 진로교육 업무 협약'을 했습니다. 



2016년에는 모든 중학교에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다고 합니다.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대부분 1학년 2학기)에는 진로체험을 비롯한 자율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집니다. 


올해 '마이 드림 진로체험단' 활동을 한층 더 끌어올린 내용으로 '맞춤형 진로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년 시범 공급에 나선다는 얘기입니다. 


이날 발표회에서 김 사장은 이런 프로그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려는 취지를 쉬운 표현으로 정리했습니다. 



"대부분 청소년들이 공공기관이나 기업체에 취업하려 할 때 자기가 무엇을 잘하고 또 좋아하는지 모른 채 일단 응시부터 하고 봅니다. 기업체나 공공기관도 일단 뽑고 나서 처음 바닥에서부터 완전 재교육을 합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쓸데없는 낭비입니다. 


진로체험을 맞춤형으로 미리부터 해 나가면 취향과 적성을 찾고 자기 현실 조건 등을 고려할 수 있어서 이런 낭비를 줄이고 청소년과 기업체·공공기관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문화사업을 전담하는 경남도민일보 자회사)가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끝>>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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