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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 선생의 별명은 ‘흰머리 소년’이다. 머리카락이 일찍 세기도 했지만, 때 묻지 않은 소년의 감성을 나이 들어서도 그대로 갖고 있다는 데 방점이 찍힌 별명이다. 워낙 오래되어 남들은 이미 포기했거나 당연시해버린 관행도 흰머리 소년에겐 여전히 그냥 놔둘 수 없는 문제다. 그럴 땐 ‘누가 흰머리 소년 아니랄까봐’ 하는 핀잔을 받기도 하지만 전혀 굴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10년 전 마산의 한 고등학교에 발령받았는데, 학생과 교사의 급식이 다르더라는 것이다. 같은 급식비를 내면서도 학생이 먹는 반찬은 서너 가지인데, 교사는 예닐곱 가지나 되었다. 게다가 식당에 칸막이를 치고 따로 먹고 있었다. 동료 교사에게 물어보니 ‘처음부터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단다.
흰머리 소년은 그때부터 보름 동안 혼자서 학생 줄에 서서 밥을 타 먹었다. 무언의 1인 시위를 한 셈이다. 그러면 적어도 젊은 교사 몇 명쯤은 동참해줄 줄 알았단다. 그런데 단 한 명도 그런 교사가 없더라고 했다.
김용택 선생.
그는 결국 내가 재직 중인 신문에 기고를 하여 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 학교는 닷새 뒤 여론의 비난을 견디지 못하고 ‘차별급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문제는 바로잡혔지만, 김용택 선생은 동료교사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그는 이런 사람이다. 미운털을 마다하지 않고 불합리에 대항하는 사람. 바뀌지 않는 교육현실이 답답하더라도 이렇게 조금씩이라도 바꾸고 싶다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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