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올해 진실의 힘 인권상 강기훈 씨 선정

기록하는 사람 2015. 6. 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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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6일은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이라고 하는군요. 이날을 맞아 재단법인 진실의힘이 '진실의 날 인권상'을 시상하고 있는데, 이번 제5회 수상자로는 유서를 대필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강기훈 씨로 선정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널리 알리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블로그에 보도자료 전문을 올립니다.




강기훈씨, ‘제5회 진실의힘 인권상’ 선정!

2015년 6.26 유엔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기념


한국의 고문생존자들이 만든 재단법인 진실의힘은 매년 6월 26일 유엔이 정한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United Nations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을 기념합니다. 특히 <진실의힘 인권상>을 시상하여 고문과 국가폭력 생존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고문의 재발방지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 제5회 진실의힘 인권상 강기훈

 

올해 제5회 진실의힘 인권상은 강기훈씨로 선정했습니다. (*결정문 참조) 강기훈씨는 1991년 고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조작된 혐의로 자살방조죄를 선고 받아 3년형을 복역했고, 24년이 지난 올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선고 받았습니다.



심사위원회가 강기훈씨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보다, 24년을 맨몸으로 버티며 고통스런 삶과 진실을 향한 투쟁을 통해 권력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냈고, 증언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존재는, 우리가 믿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주는 동력이었습니다. 또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지금까지 단 한 사람의 반성이나 사과가 없는 현실에서, 또 다른 ‘죽임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사법부, 정부, 지식인들의 반성을 촉구하기 위함입니다.

 

심사위원회는 강기훈씨를 버티게 해줬던 힘, 그의 어머니와 아내, 두 동생, 두 자녀 그리고 그의 동지, 친구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진실을 향한 용기를 기리며, ‘고통을 견디게 한 힘’을 기억하고자 합니다. 이제서야 자신의 유서를 찾은 고 김기설씨, 투쟁의 길을 같이 걸어온 전민련 동지들, 총 2,700여쪽 분량의 <유서사건 총자료집>을 만들어 진실규명운동의 굳건한 토대를 쌓은 서준식, 염규홍씨, 그리고 강기훈씨와 함께 불행하고 비통했던 한 시대를 살아온 이들, 야만적인 폭력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 머나먼 수고로운 길을 걸어온 이들에게 진실의힘 인권상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강기훈씨는 24년 동안 ‘유서대필사건 강기훈’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하루도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인권상 결정 소식에 강기훈씨는 “상징이고 싶지 않고, 그럴 만한 일을 한 적도 없”음을 말했습니다. “그런 의미를 새기자면 오랜 시간 진실을 위해 애쓰신 많은 분들의 것”이라며 한사코 사양했습니다. 진실의힘은 피해자로서 삶을 가볍게 내려놓고, 자유롭고자 하는 강기훈씨의 뜻을 존중합니다.

 

강기훈씨와 가족들의 희생과 고통이 변화의 밑거름이 되도록 하는 것은 이제 우리의 의무입니다. 24년의 피눈물 나는 세월에 우리 사회가 답하는 길이라 믿습니다. 강기훈씨가 원하는 “아침에 해 뜨고 해질 때까지 아주 시시한 것들이 반복되는 무료하기 짝이 없는 일상”을 오래도록 누리기를 우리는 응원합니다.


고통스런 시간을 견뎌내고, 인간이 폭력보다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강기훈씨,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 <진실의힘 인권상>은?

 

(재) 진실의힘은 ‘6.26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을 맞아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온 고문과 국가폭력의 생존자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인권상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 첫 수상자는 서승 교수(리츠메이칸대학 특임교수, 71년 재일교포유학생간첩단 사건으로 19년 복역)이며, 제2회 수상자는 김근태 선생입니다. 제3회 수상자는 고문피해자들을 위한 인권변론의 길을 걸어온 홍성우 변호사이며, 제4회 인권상은 버마(미얀마)의 최장기 양심수 우윈틴 선생과 한타와디 우윈틴 재단U Win Tin and Hanthawaddy U Win Tin Foundation 입니다.

 

<제5회 진실의힘 인권상 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장으로 조은(동국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심사위원으로 권인숙 (명지대학교,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소장), 김선주 (언론인),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박명림 (연세대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 이삼성 (한림대 정치외교학과) 님과 강용주(광주트라우마센터장) 박미옥(간호사) 조용환(변호사) 진실의힘 이사로 구성했습니다. 심사위원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크게 기여한, 고문과 국가폭력 피해자 그리고 고문과 국가폭력의 예방, 피해자의 구조와 치유, 재발방지에 헌신해온 국내외 개인 또는 단체”를 추천 받았습니다. 심사 결과 강기훈씨로 정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창덕궁길 29-6(원서동)에 있는 진실의 힘 사무실. @진실의 힘


● 2015년 626 유엔 고문생존자 지원의 날

 

1997년 12월, 유엔총회는 고문방지협약이 발효된 6월 26일을 고문피해자 지원의 날(United Nations Day in Support of Victims of Torture)로 선포하고 1998년 6월 26일 첫 번째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코피 아난 당시 UN 사무총장은 “오늘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고통을 인내해온 이들에게 우리의 존경을 표하는 날”이라 역설하며 “이토록 잔악한 현상에 좀 더 주목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코피아난의 호소에 호응하여 수많은 나라, 조직들이 고문피해자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국가폭력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 날을 기념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문 방지 세계 최대 조직인 국제고문피해자재활센터(IRCT)는 2015년 6.26의 주제를 ‘재활할 권리’(R2R: Right to Rehabilitation)로 정했습니다. 오늘 이 시간, 세계 140여 나라에서는 고문생존자들의 재활권을 실현하자는 하나의 목소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울려 퍼지도록 행동하고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이겨낸 이들에게 존경을 표하고, 고문과 국가폭력에는 대항의 목소리를 높이는 오늘, 수 많은 이들의 연대와 지지의 힘이 시간과 함께 성장해 갈 것을 믿습니다.

 

(재)진실의힘은 그 목소리에 화답하며, 이미 100여개 이상의 나라가 고문방지협약을 비준했고, 수많은 나라들이 법적으로 고문을 금지했지만, 고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치고 있는 현실에 주목합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단 하루만이라도 고문생존자들을 기억하고 지원하는 일에 온전히 바치기를 희망합니다. 고문과 국가폭력이 사라지고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 받는 세상을 함께 만들고자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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