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따오기 인공번식은 동물원도 할 수 있다

김훤주 2015. 6.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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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7일 창원 주남저수지 람사르문화관에서는 ‘습지 생태계 생물 다양성 증진 및 멸종위기종 복원을 위한 서식처 관리 전략 수립 전문가 회의’가 있어서 한국과 일본의 습지·생태 전문가 스물 남짓이 모였습니다.(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주최) 

 

이 날 저는 ‘사도시 따오기 야생 복귀를 위한 서식처 관리 방안’에 눈길이 갔습니다. 일본 니이가타대학 부설 필드(フィ―ルド·Field, 야생? 들판? 현장?)과학교육연구센터의 홈마 고스케(本間 航介)씨가 발표를 했습니다. 


일본 사도시는 인공 번식지에서 자라난 따오기를 2008년부터 해마다 야생에 풀어놓아 2013년 현재 142마리가 됐습니다. 홈마씨는 이번에 사도시 사례를 통해 따오기의 움직임, 생존 환경, 먹이, 둥지 등이 어떤지 보여줬습니다. 


아울러 서식지 전체에 대한 역사적 고찰(또는 고증)과 계절에 따른 생태 변화 등도 다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발표가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에서 사람들이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일러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홈마 고스케씨 발표 장면.


하지만 여러 생물들이 살고 있는 논이 중요하다든지 논을 논만이 아니라 둘레 보·도랑이나 두렁까지 함께 봐야 한다든지 농경지와 산을 이어주는 숲이 중요하다든지 하는 큰 틀에서는 별로 새삼스럽지가 않았습니다. 마찬가지로 따오기 야생 복원을 시도 중인 경남 창녕군도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처럼 따오기가 살 수 있는 환경 그 자체를 다룬 것보다는 사람과 교육(또는 학습)에 대해 일러주는 부분이 더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범위에서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사도시 환경 부교재 제작.’ 



“환경을 지키는 주체가 초고령화되고 있는 섬-니가타현에 포함돼 있는 사도시는 일본 혼슈(本州) 북서쪽 일본해(동해)에 있는 섬입니다.-에서 자라는 젊은이들에게 지역 자연의 가치를 이해시켜 주는 수단이 없고, 교사들 자신조차 사도를 알지 못한다. 


2007년에 사도시 위탁사업으로 부교재 제작을 시작해 2008년 5월 세 권으로 완성했다. 교육현장에서 활용하는 데 더해 교사의 기능향상(スキルアップ)용과 생태관광 가이드 양성에, 그리고 시민환경대학 교재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우포따오기복원센터에서 56마리 따오기를 키워낸(올해 태어난 새끼는 31마리라 합니다.) 창녕군은 2017년을 따오기 야생 방사 첫 해로 잡고 있습니다. 사도시가 환경 부교재 제작에 들어간 2007년은 사도시에서 따오기가 야생에 풀려나기 한 해 전이 되는데, 그렇다면 창녕군은 2016년 내년에는 부교재 제작을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따오기의 섬 환경 재생 지도자 양성 절차


더불어 사도시는 ‘따오기의 섬 환경 재생 지도자 양성 절차’도 마련해 놓고 있었습니다. 이렇습니다. “마을에 있는 땅과 산의 환경을 되살리고 유지·관리하는 데 새로운 인센티브를 도입한다.” “(지역) 농산물의 프리미엄화와 순환형 농업의 기술론을 확립한다.” 


“풍요로운 자연을 활용해 인원은 적지만 부가가치는 높은 생태관광을 정착시킨다.” “다음 세대 사도 환경을 담당할 아이들에게 그 중요성을 체험으로 이해시킨다.” 



마지막으로는 이렇게 말해놓았습니다. “따오기 야생복귀의 본질은 중산간(들판과 산이 맞물려 만나는) 지대 생물 다양성 보호와 농림업의 지속적인 시스템의 구축에 있다.” “서식지 만들기뿐만 아니라 사람 만들기와 경제시스템 만들기를 한꺼번에 실행하는 것이 진짜 야생복귀다.” 


우리나라 경남 창녕보다 따오기를 앞서 야생 복원하고 있는 사도시가 내린 결론입니다. 뒤를 따라가는 후발주자의 이점은 앞서간 선발주자의 경험을 보고 잘한 것은 따라 하고 잘못한 것은 피해갈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창녕군은 그런 후발주자의 이점을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따라할 줄도 모르고 따라하지 않을 줄도 모릅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창녕군은 따오기 인공 번식만 하고 있습니다. 인공 번식은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 아니라 다른 아무 동물원에서도 할 수 있습니다. 


또 제가 알기로는 따오기 서식지 만들기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단지 이른바 ‘1억4000만년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소벌)에 기대고만 있을 따름입니다. 나아가 사람 만들기-따오기 야생 복귀를 위한 환경 부교재 제작이나, 친환경경제시스템 만들기-생물다양성 보호를 통한 고부가가치 생태관광 정착과 순환형 농업 마련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길게 보면 이렇게 해야 득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까닭이 무엇일까요? 저는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래서 결국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성과에만 매달리는 자치단체장의 속 좁음과 안목 없음이 그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이렇게 창녕군이 제대로 못할 까닭이 없다고 저는 보는 것입니다. 


이날 회의에는 창녕군 공무원이 단 한 사람도 오지 않았습니다.(적어도 명단에는 없었습니다.) 함께한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회 위원장과 김경 소벌생태문화연구소 대표는 민간인이고요, 토론자로 초청받아 온 김성진 따오기복원센터 주무관 또한 공무원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홈마 고스케씨 발표가 끝난 뒤 질문하는 이인식 따오기복원위원장.


반면 창원시에서는 두 사람이 왔습니다. 이날 회의에서 창녕 우포늪과 따오기와 창원 주남저수지를 다룬 비중을 견주면 창녕 것이 창원 것보다 크게 무거웠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그런데도 대하는 태도가 이런 정도밖에 안 됩니다. 때로는 하나를 보고도 열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삼아 말씀드리면, 창녕군이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따오기를 되살리는 엄청난 사업을 진행한다지만 본청에는 이를 담당하는 독립된 부서도 하나 없습니다.(그러면서도 따오기 이미지를 팔아먹는 데는 열성입니다.)



다만 우포늪관리사업소에 따오기 담당이 있는데요, 이는 서식지 만들기나 사람 만들기나 경제 시스템 만들기 같은 정책을 기획·판단·실행하는 부서가 아니라 그냥 따오기복원센터 일상 업무(현재 주된 업무는 인공 번식)를 보는 조직으로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다 쓰고 나니까 사랑과 미움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창녕이 고향이다 보니까 나름 관심과 사랑을 품고 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좀더 잘하면 좋겠다거나 좀더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앞서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제대로 되지 않는 구석이 보이면 왜 그렇게밖에 못하나 싶어 싫은 마음이 먼저 생기고, 이어서 그 까닭을 잠깐이라도 따져나가다보면 미운 털 박히는 싫은 소리를 어쩔 수 없이 참을 수 없게 되고 맙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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