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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정상화는 사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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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부산시청에서 ‘부산지역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의회’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오후 2시 즈음으로 기억돼 있는데, 이 자리에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몇몇 블로거들을 초청하는 바람에 저도 덩달아 끼였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구분없이 부산에 있는 공공기관 노조면 모두 참여한 모양이었는데 그런 때문인지 협의회 대표는 한국노총 공공노조연맹 부산본부 의장(도용회)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석병수)이 공동으로 맡고 있었습니다.

 

공공기관이라 하면 우리 사회 유지·발전에 필요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일 텐데 이를테면 전기·철도·환경·가스·교통·고용보험·연금·의료 등등이 되겠습니다. 부산 지역 24개 조직 1만3000명 조합원이 함께한다고 합니다.

 

 

협의회를 따르면 공공기관 노조들이 지역 차원에서 조직 실체를 갖고 한 데 모여 조직을 꾸리는 일이 전국 처음입니다. 여태 서울 중앙 단위에서 상부 또는 지도부끼리 연대·협력은 있었지만, 실제 특정 국면이 닥쳤을 때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실체의 결집은 전국은 물론 지역 어디서도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모인 데에는 다 까닭이 있습니다. 바로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부터 밀어부치고 있는 이른바 ‘공공기관 정상화’였습니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박근혜 정부 ‘정상화’를 ‘가짜 정상화’로 규정하고 이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임금피크제·성과연봉제·2진아웃제 등으로 공공기관 정상화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공공기관 정규직은 고용이 불안해지고 비정규직이 크게 늘게 되며, 지역 사회 주민들은 여태까지보다 훨씬 저급하고 저질인 공공서비스를 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은 초청받은 블로거들입니다.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는 다들 아실 텐데, 박근혜 정부는 이 둘을 연동해 놓고 있다고 합니다. 일정 나이(말하자면 60살)를 넘으면 급여를 해마다 10% 20% 30% 깎고, 그렇게 남겨지는 예산은 성과연봉제로 돌린다는 얘기입니다.

 

이러면 공공기관끼리는 물론 개별 공공기관 내부서도 경쟁이 심해지게 마련입니다. 2진 아웃제는, 업무 평가에서 두 차례 잇달아 최하위 등급을 받으면 면직·퇴출 내쫓아 버리는 제도로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현행 법률은 정리해고와 징계해고 둘만 가능하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쯤 되면 사람들은 묻습니다. 나이가 들면 효율이 떨어지고 생활에 필요한 비용도 줄기 마련인데 임금피크제가 뭐 문제냐? 성과를 더 내는 사람한테 더 주고 그렇지 못한 사람한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일반적인데 성과연봉제와 2진아웃제가 뭐 문제냐?

 

가까운 카페로 옮겨 진행한 얘기자리. 왼편 모자 쓰고 서 있는 사람이 블로거 거다란입니다. 부산지하철노조 간부이기도 합니다.

 

공공기관노조들은 이렇게 답합니다. 공공기관 노동자 고용안정을 해치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지역 사회 일반 주민들한테 돌아가는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먼저 꼽습니다. 경쟁을 제도화하면서 지표로 삼는 것은 예산 절감과 수익 증대 두 가지입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덜 쓰고 더 챙기자는 얘기입니다. 의료기관을 보기로 들자면 예전부터 항생제를 많이 쓰는 병원이 있고 제왕절개를 많이 하는 병원이 있어서 사람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항생제 사용은 예산 절감과 직결되고 제왕절개 출산은 수익 증대와 관련된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공공기관 이익을 위해 그 소비자들을 명백하게 위험하거나 좋지 않은 상황으로 몰아가기 십상이라는 얘기입니다. 핵(원자력)발전소 갖고 보자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안전이 담보돼야 하는 시설임에도, 경비 절감을 위해 설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덜 좋은 것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부산지역 공공기관 노동조합 협의회 출범 당시에는 없었던 일이지만, 지금 국가재난이라고까지 얘기되는 메르스 같은 질병을 두고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노총 쪽 도용회 의장. 민주노총 쪽 석병수 본부장.

 

질병 예방을 위해서는 특별한 시설과 별도 대응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지만, 예산 절감과 수익 증대에 목을 매면 당장 돈이 되지 않고 지출만 늘리는, 그렇지만 공공성으로 볼 때는 반드시 갖춰야 하는 그런 장치·시설을 소홀하게 만들도록 하는 제도가 바로 성과연봉제 같은 등등이라는 것입니다.

 

노조 쪽 이야기를 이렇게 들어보면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바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지역 사회 주민들에게 이런 얘기를 실감나게 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정상화’라는 프레임을 먼저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나쁘게 만들고 공공서비스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일을 벌이면서 ‘공공기관 정상화’라 포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대표가 나란히 앉았습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소를 옮겨 도용회 한국노총 공공연맹 부산본부 의장 석병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산본부장 이의용 부산지하철노조 위원장 등과 얘기를 주고받았는데요, 가장 큰 주제가 바로 이 ‘정상화’였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2년째인 2014년부터 ‘부채·적자 해소를 위해’ ‘공공기관 정상화’를 들고 나와 지금껏 계속 진행하고 있는데 노조는 이를 두고 ‘가짜 정상화’라 할 뿐 딱히 달리 규정을 못하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습니다.

 

공공기관 노조들이 정부 ‘가짜 정상화’에 맞서 조금 나서려 해도 정부가 일반 국민들을 향해 ‘귀족노조가 기득권 지키려고 투쟁을 벌인다’고 한 마디 던지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다들 걱정했습니다. 아무리 그렇지 않다고 호소하고 설득해도 ‘정상화’ 틀에 갇히면 끝장이기에 정말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가장 오른쪽 안경 쓴 이가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

 

그러는 가운데 부산지하철노조 이의용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정상화는 바로 공공기관을 사기업화하는 정책이다.”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저는 공공기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 어떤지는 잘 모르고 그래서 세세한 부분까지 이래라저래라 할 깜냥이 못 됩니다. 다만, 분명한 알고 있는 사실은 박근혜 정부가 ‘정상화’라는 그물을 던져놓은 이상, ‘그것은 가짜 정상화’라 해서는 절대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어쩌면 이의용 위원장이 말한 ‘사기업화’라는 규정이 지금 사태의 핵심을 찌르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정상화’ 그물을 벗어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사유’ 또는 ‘사유화’에 대해 좋지 않은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유’ 또는 ‘사유화’라 하면 대부분은 ‘공리민복’은 도외시하고 ‘사리사욕’만 챙기는 행태(실제로도 그렇습니다.)라고 여기면서 싫어하거나 미워하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정부 공공기관 정상화는 가짜 정상화가 아니고 바로 사기업화다’라는 얘기고 이렇게 분명히 표명해야 그 대치가 선명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공공기관 정상화가 아니고 사기업화다’라 한다 해도 그 성패 또는 승패가 단박에 정리되고 갈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른편 세 사람은 블로거들입니다.

공공기관 노동자들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데, 이에 대한 일반 국민들 상대적 박탈감과 반감을 어떻게 다독거리고 달랠지 하는 변수도 있고 공공기관 노조가 일반 국민들과 일상 속 거리를 어떻게 좁힐는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어느 하나 손쉬워 보이지 않는 어려운 국면입니다만,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공공기관 정상화라는 프레임 또는 그물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가짜 정상화’라고만 해서는 안 되고, 핵심을 찌르고 들어가 ‘대자본을 위한 사기업화’라고 규정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지금 메르스 국면을 보면서도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은 공공기관이 제 구실을 못했기 때문에 터지거나 더 심해진 사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그 바닥에는 ‘나중에는 어찌 될 값에 지금 당장은’ 조금이라도 더 싸게 공공서비스(수준은 저질·저급이지만)를 제공해 대자본·대기업 원가를 절감시켜 주고 대자본·대기업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주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해도해도 안 되는 경우는 ‘공공기관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대자본·대기업에 넘기는 ‘사유화’를 시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떻게든 이를 해결 못하는 이상 겉모습만 다를 뿐 본질은 완전 똑같은 그런 재난이 앞으로도 줄줄이 이어질는지도 모른다 싶은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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