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지역에서 출판하기

무모한 실험 지역출판에 도전한 까닭

기록하는 사람 2015. 6. 2.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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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출판사업을 해보니 대충 알겠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60~70%가 서울·경기 등 이른바 수도권에 있다. 나머지 30~40%의 다른 지역 소비자 중에서도 상당수가 예스24나 알라딘, 인터파크,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 인터넷서점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역 서점은 갈수록 살아남기가 어렵다. 2003년 228개였던 경상남도의 서점 수는 2013년 147개로 10년 만에 35.5%가 줄었다. 옛 마산지역만 보더라도 80~90년대 50~60개가 있던 서점은 현재 24개만 남았다. 이마저도 문구점를 겸한 서점이 대부분이고 순수 서점은 6개뿐이다. 게다가 함양·산청·의령군의 경우 각 1개씩의 서점만 살아남아 있다. 이런 추세로 가면 아예 서점이 없는 지자체도 곧 나올 것 같다.


아예 서점 없는 지역도 곧 나올 듯


게다가 인쇄·제본소는 물론 배본사나 총판, 심지어 DM 발송대행사도 경기도 파주 고양 일대에 모두 밀집해있다. 실력 있는 북 디자이너나 편집자도 서울에 몰려 있다. 그러다 보니 인쇄를 비롯한 모든 비용도 서울 이외의 지역이 훨씬 비싸다. 인쇄 기술과 품질도 그렇다.


우리가 그동안 냈던 책 중 일부. @도서출판 피플파워


그래서일까. 경상남도에 출판사나 인쇄사로 등록된 업체는 1500개가 넘지만, 전국 서점 유통망을 통해 판매되는 책을 내는 출판사는 3~4개 정도밖에 없다. 내가 알기론 우리가 운영하는 도서출판 피플파워, 경상대학교 출판부, 그리고 지난 2011년부터 통영에 터를 잡고 지역 출판을 시작한 남해의 봄날 정도가 고작이다. 그 외 대부분 출판사는 말이 출판사이지 자비 출판이나 관급 인쇄물을 찍어주는 인쇄대행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내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지역 출판사가 상당히 많았고, 전국 사회과학 전문서점들을 통해 그런 출판사가 낸 책들이 상당히 많이 팔리기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점점 서울 집중이 심화하면서 지역출판사들은 대부분 문을 닫거나 서울로 옮겨갔다. 대구에 있던 녹색평론사도 언제인지 서울로 가버렸다. 그래도 버티고 남아 있는 건 제주도의 도서출판 각이나 부산의 산지니 정도가 내가 아는 다른 지역 출판사다. 이들마저 안 되면 지역출판은 씨가 마를 지경이다. 그러면 지역콘텐츠도 더 이상 생산될 수 없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역출판 지원 정책도 없다. 지역콘텐츠 진흥 차원에서라도 필요할 법 한데, 이런 데 관심을 갖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은 본 적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민일보는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 출판사업을 시작했다. 어찌 보면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나 지역콘텐츠의 가치를 믿었다. 예전에는 지역에서 책을 내면 그걸 알릴 수단이 없었지만, 지금은 SNS가 있다. 지역콘텐츠로 지역에서 책을 만들어 SNS를 통로삼아 서울로 치고 올라가보자는 거였다.


지역콘텐츠에 대한 여전한 푸대접


출판사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 카카오스토리 채널을 열었다. 또 책이 한 권씩 나올 때마다 그 책의 제목으로 페이지를 개설하고, 저자와 우리가 가진 SNS 인맥을 총동원해 마케팅에 나섰다. 이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독자들의 서평이나 리뷰, 저자의 근황, 책 판매 상황, 이벤트 등 소식을 올리고 있는데, 포스트 1건당 평균 도달 수가 2000여 회에 이르고 있다. 그 중 <풍운아 채현국> 페이지 팬은 2600명이 넘었고, 그들이 다시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으로 책을 알려줬다. 내 개인 블로그와 페이스북, 트위터도 적극 활용했다. 덕분에 지난 1년 동안 우리가 낸 책 6종은 모두 2쇄 이상을 찍을 수 있었다.


아쉬운 것은 지역콘텐츠에 대한 언론의 푸대접이다. 최근 부산·경남 여성창업자 열두 명의 이약기를 모은 <나는 취업 대신 꿈을 창업했다>는 단 한 군데의 언론에도 소개되지 못했다. 1983년 뿌리깊은 나무에서 펴낸 <한국의 발견> 경남편의 30년 후 버전이라 자부하는 <경남의 재발견>도 그랬고, 경남 전통시장 20곳을 스토리텔링한 <시장으로 여행가자>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지를 지향하는 매체들이 왜 지역콘텐츠는 외면하는지 참 안타깝다.


한 나라의 문화가 풍성해지려면 다양한 지역콘텐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홈플러스와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전 국민의 소비형태를 획일화·평준화시킨다. 그러나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 고유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살아있다. 전국적으로 보편적인 것만 가치 있는 것이고, 지역콘텐츠는 촌스럽고 수준 낮은 것이라는 편견이 있는 건 아닌지 씁쓸하다.


※미디어오늘 [바심마당] 칼럼으로 썼던 글을 약간 가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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