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피플파워 7월호 독자에게 드리는 편지
저는 요즘 언론비평 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매월 고정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말 '무모한 실험, 지역에서 출판하기'라는 글에서 저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한 나라의 문화가 풍성해지려면 다양한 지역 콘텐츠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홈플러스와 이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전 국민의 소비 형태를 획일화·평준화시킨다. 그러나 전통시장에는 그 지역 고유의 생활양식과 문화가 살아있다."
그렇습니다. 최근 <담론>이라는 책을 펴낸 신영복 선생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변방'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대칭적으로 자기를 강화하고 군림하는 집단은 다 자기 이유가 있는데. 그런데 그런 중심부 집단은 그게 또 약점이 돼요. 중심부는 변방의 자유로움과 창조성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반드시 무너지게 되어 있어요. 인류 문명의 중심은 부단히 변방에서 변방으로 옮겨왔잖아요. 그런데 이런 역사적 변화는 그렇게 쉽게 진행되는 게 아니에요. 역사의 장기성과 굴곡성을 생각하면, 가시적 성과나 목표 달성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자부심 있게, 그 자체를 즐거운 것으로 만드는 게 중요해요. 왜냐면 그래야 오래 버티니까. 작은 숲(공동체)을 많이 만들어서 서로 위로도 하고, 작은 약속도 하고, 그 '인간적인 과정'을 잘 관리하면서 가는 것!"
우리가 월간지를 내고 출판을 하는 까닭
마침 엊그제는 경상대학교 출판부 '지앤유'에서 뉴스레터를 발행한다며 짧은 축하 글을 써달라기에 이렇게 보냈습니다.
"지역 출판이 없으면 지역 콘텐츠도 없습니다. 지역 콘텐츠가 없으면 정신문화도 사라집니다."
어떤가요? 동의하시나요? 정신문화가 사라지면 신영복 선생이 말한 '창조성'도 나올 데가 없겠지요. 저희 도서출판 피플파워는 이런 믿음과 사명감으로 월간 <피플파워>를 만들고 저자를 발굴하고 책을 출판합니다. 저희가 지역의 사람과 문화, 역사를 소중히 여기고 남강오백리 같은 지역자원을 스토리텔링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도시와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고요.
이번호에는 BNK금융그룹 성세환 회장을 특별히 모셨습니다. 경남은행을 인수해 부산은행과 함께 경남·부산·울산 광역경제권 상생과 발전에 촉매제가 되겠다는 그의 구상을 들어봤습니다.
6월호 한국TC전자 이연실 씨에 이어 이번호에는 한국소니전자 여성노동자 하영란 씨의 눈물겹지만 아름다운 이야기가 실립니다. 마산·창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노동자 도시입니다. 그들의 80년대를 기록하는 것도 <피플파워>의 역할입니다.
이번호에도 척박한 문화예술계의 현실에서도 꿋꿋이 자기 세계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도예가 성낙우 씨, 연극인 김정희 씨, 화가 배우리 씨 등이 그들입니다. 또한 스스로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잘 살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김일석 진주 EXR스포츠센터 대표의 이야기도 읽어볼 만 합니다. 특히 그가 꼭 실현하고 싶다는 진주성 순국선열 7만 의총 건립사업도 관심이 필요하겠군요.
평범한 엄마로 살다 사회운동가로 변신한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마을도서관운동으로 시작해 마을방송으로 지역공동체 구축에 나서고 있는 이재균 경남정보사회연구소 소장 같은 분들도 우리 사회의 창조성을 만들어나가는 소중한 분들입니다. 이들의 작은 움직임이 모여 세상을 바꾸리라 믿습니다.
편집책임 김주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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