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월) KBS-TV 인순이의 토크드라마 <그대가 꽃>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전설의 주먹' '시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 '조선 3대 구라'로 불리는 방동규(방배추) 선생을 방송했더군요.
'[19회]전설의 방패주먹, 배추가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방송된 프로그램을 오늘에야 다시보기로 봤습니다. 한국전쟁 때 의용군으로 입대해 실종된 형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가슴 아팠습니다.
또 익히 <배추가 돌아왔다>는 책을 통해 알고 있었던 내용이지만, 고문기술자 이근안에게 무자비한 고문을 당하는 부분에서는 분노가 솟구쳤습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가 있더군요. 이 또한 기록이므로 이미 방송된 내용이라 하더라도 바로잡아야 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씁니다.
드라마에서 방동규 선생이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의장 김태홍의 피신을 도와준 혐의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이근안에게 고문을 당한 사건이 1987년으로 나오는데요. 실제로는 1986년 9월쯤이었습니다. 김태홍은 보도지침사건으로 경찰의 수배를 받았는데요. 그는 1986년 12월 13일 광주에서 체포됐죠.
방동규 선생은 광주까지 그를 데려다 준 후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경찰에 붙잡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보름동안 혹독한 고문을 당하게 되죠.
방송화면 캡처
그런데 드라마에선 그 때가 1987년이라고 나옵니다. 전두환의 4.13호헌조치도 나오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조작사실도 나오는데, 그 사건도 1987년이었죠. 그 해 방동규 선생이 붙잡혀 갔다고 나오는 대목이 잘못된 사실이라는 겁니다.
방송에서는 "그 때 내게 도움을 청했던 후배이자 민주언론운동협의회 사무국장이었던 김태홍도 당국에 의해 수배 중이었다."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는데요. 이것도 잘못입니다. 시점도 틀렸을 뿐더러 사무국장이 아니라 의장의 신분이었습니다.
어쨌든 방동규 선생은 당시 고문으로 말미암아 인간으로 견디기 어려운 끔찍한 후유증을 겪었죠. 그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 결과는 혹독했다. 몸이 거의 으스러진 것이다. 만신창이가 된 내 몸이 어느 정도였냐면, 혹독한 고문으로 쩍 하고 벌어져버린 항문이 도무지 닫히지 않았다. 항문이 풀렸다는 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는 얘기다. 이후 몇 개월 동안 아내는 내 곁에 붙은 채로 똥오줌을 받아내야 했다.
망가진 건 몸 만이 아니었다. 고문후유증으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한참 심했을 때는 바깥나들이도 못했다. 자폐증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끔찍한 일을 겪고도 그는 이근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지만, 그런 그를 아주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권력의 그물망에 걸린 사람인 건 그나 나나 마찬가지일 테니."
얼마 전 방동규 선생을 뵈었습니다. 5월 1일 그가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양산 개운중학교에서였습니다. 그는 학교 현관 옆에 있는 교사 휴게실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방동규(가운데) 선생과 함께. 오른쪽은 여태전 상주중학교 교장. @김주완
방동규 선생. @김주완
방동규 선생. @김주완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헬스클럽에 다니며 보디빌딩으로 몸도 단련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디빌딩 관련 잡지도 사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전국대회 노년부 우승이 목표라고 합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지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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