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 번째 역사탐방은 4월 18일 마산에서 이뤄졌습니다. 의림사와 창동 오동동을 찾아간 것입니다. 의림사를 찾아가는 버스에서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우리나라 3대 사찰은 어디 어디 어디일까요?" 그러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3대 사찰이라는 것이 있었나? 뭐 이런 반응들이지요. "3대 사찰 가운데  두 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경남에 있어요. 양산 통도사하고 합천 해인사……. 그러면 나머지 하나는 어디일까요?" 이쯤하면 쏟아져 나오는 대답은 정말 간단하답니다. "경주 불국사~~~!!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교과서에 가장 많이 나오는 절간이 경주 불국사이다 보니 다들 으뜸으로 꼽고 당연히 3대 사찰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머지 하나는 경주 불국사가 아니라 전라남도 순천시에 있는 송광사라 이야기하면 다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본다는 그런 표정을 짓습니다.

 

 

이는 뭐 이렇게 꼽히는 3대 사찰이 중요하다 해서 일러주는 것은 아니고요, 절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면서 좀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편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찾아가는 의림사는 그렇게 화려하고 잘난 절은 아니에요. 규모가 크고 격식을 잘 갖춘 그런 절도 아니고요. 그렇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마산이라는 지역에도 역사가 오래된 절이 있다는 사실을 이런 기회를 통해 한 번 알아보게 되는 것이지요.

 

혹시 절을 교회처럼 종교적인 장소라고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 유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교회나 성당인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절간이 종교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선조들의 삶과 철학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장소랍니다.

 

 

무슨 세밀한 설명보다 이렇게 크게 보는 이야기를 빼먹지 않고 들려주는 것입니다. 설명을 마치자 아이들과 더불어 한 때를 보내려고 출동한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한 분이 슬그머니 물어오십니다. "저 있잖아요 경주 불국사가 3대 사찰이 아니었어요? 나도 지금까지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요……"

 

그러면서 좀 머쓱해하는 표정을 짓는데 그 모습이 어쩌면 귀엽기까지 하십니다. 물론 토요일 하루 아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지만 아이들과 더불어 봉사를 나오신 선생님들도 함께 역사탐방을 하고 작으나마 새로운 사실을 알아간다면 모두에게 다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아이들과 여러 절을 많이 다녀봤지만 의림사가 가장 좋은 점은 마음껏 뛰어다녀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보통 절간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는 말이 '정숙'이지요. 그런데 의림사는 정숙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주어진 미션을 풀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아 좋았습니다.

 

 

스님들조차도 마당을 가로지르다가 아이들 앞에 멈춰서 열심히 설명을 해주시기까지 했습니다. 봄날 아이들의 방문으로 시끌벅적해진 절간 분위기를 부처님도 이해를 해 주시지 않았을까요.

 

대웅전 처마에 매달린 풍경에 물고기가 있는 까닭이며, 석탑 층수를 세는 방법과 삼성각에서 산신령을 모시는 까닭 등등을 아이들은 모두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줄기를 하나씩 벗기다 보면 나중에는 양파처럼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고 해서 불교에서 무아(無我)의 경지를 상징한다는 파초 이야기도 일러줍니다.

 

 

이렇게 미션 문제를 풀어가며 부처님의 제자들을 일러 나한이라 한다는 얘기도 덧붙입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겠지만 한 번 들었던 이야기들이 훗날 불현듯 추억처럼 떠오를 수 있을 정도만 돼도 좋겠지 싶은 마음으로 말씀입니다.

 

점심은 창동에서 해결을 했습니다. 쌍둥이집에 들어간 아이들은 돼지두루치기를 맛봤고 피노키오에 들어간 친구들은 돈가스를 먹었습니다. 이처럼 창동 오동동에는 그대로 남아 있는 오래된 음식점이 곳곳에 있습니다. 그런 데서 밥을 먹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맛있게 점심을 먹은 친구들은 본격적으로 창동·오동동 근·현대 문화유적 미션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과 짝을 이뤄 3.15 의거 발원지, 남성동 파출소, 조창 터, 옛 시민극장, 마산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과 떡볶이집·분식집·레코드 가게 등을 사진에 담아오는 미션이랍니다.

 

요즘 들어 창동과 오동동을 찾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풍을 오는 학교도 있고 동아리 활동이나 체험 활동에 나서는 팀들도 많아졌습니다.

 

 

어른들에게는 개인적인 추억의 장소이기도 하고 또 근·현대 역사의 흔적이 많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창동·오동동은 적당하게 쇠락한 작은 도시의 중심가쯤으로 여겨져 왔던 곳입니다. 그런 인식에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션 수행을 위해 뛰고 달리는 아이들에게는 정답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찾아다니는 그 자체가 즐거운 것입니다. 아이들은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런닝맨>을 하는 기분이라며 신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조창터' 표지석입니다. 옛날 조창이 있던 데여서 창동이 됐습니다.

공부도 좋고 역사도 좋지만 하루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면 그게 최고입니다. 그냥 엄마 아빠랑 한 번 와 본 적이 있는 곳일 뿐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곳인 줄 몰랐다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창동예술촌 아고라 광장에 모여 미션 수행 일등 팀에게 쥐꼬리장학금을 전달했습니다.

 

창동아고라광장에서 소감을 쓰고 있습니다. 둥글게 모여 앉아 소감문을 쓰고 있습니다.

 

아쉽게 상금을 놓친 친구들에게 마지막 남은 기회는 오늘 하루 소감문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소감문의 대부분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의림사가 무엇인지 창동·오동동에 왜 오는지 몰랐는데 오늘 하루 너무 즐거웠다,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한 자 한 자 정성껏 글을 쓴 친구 두 사람한테 다시 쥐꼬리장학금을 건넸습니다. 아이들에게 작은 격려가 된다면 좋은 일이겠지요. 멀리 떠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보람있게 역사 탐방을 마무리한 하루였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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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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