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家畜)은 집에서 기르는 짐승입니다. 날개가 달려 있기도 하고 네 발로 움직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짐승을 기르는 용도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먹이로 삼거나 일을 부리거나 데리고 놀거나……. 진정한 가축은 이 셋을 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가축이 거의 멸종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고기(바다나 강물에서 나는 것은 빼고)는 대부분 공장에서 생산됩니다. 집에서 기르는 짐승은 대부분 가축이 아니고 반려동물이 된 지 오래입니다.

 

네팔에서는 가축이 살아 있었습니다. 쨍쨍하게 살아 있었습니다. 시골 농가 마당에서는 오리랑 닭들이 종종거리고 있었습니다. 시골 농가 마구간에서는 염소나 소 따위가 여물을 씹고 있었습니다.

 

 

코끼리도 여기서는 가축이어서 우리는 콩 비슷한 곡물을 싸담은 볏짚 뭉치를 코끼리 코에 물려주는 사람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코끼리가 비를 가릴 수 있는 움막도 지어놓았습니다.

 

 

들판에서도 염소나 물소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겨울철 풀이 지나치게 나지막해서 그런지 무릎걸음으로 옮겨다니며 배를 채우는 염소도 볼 수 있었습니다.

 

 

소나 염소는 어른도 몰고다녔지만 대부분은 어린 아이들 몫이었습니다. 저는 네팔 아이들 웃음이 해맑은 까닭이 적어도 절반은 이런 가축 돌보기에 있다고 믿습니다. 네팔은 어른들도 웃음이 좋고 해맑은데 그 까닭도 저는 이들이 어릴 적 가축을 돌보며 자란 덕분이라고 믿습니다.

 

근거가 무엇이냐고요? 과학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냥 경험이나 느낌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저는 봅니다. 우리나라 아이들도 네팔에서처럼 가축을 돌보며 지낸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웃음이 해맑아지리라 저는 여깁니다.

 

네팔 이 엄마도 아침마다 염소 젖을 짤까요? 궁금했습니다.

 

가축은 눈이 맑습니다. 바라보면 웃음이 절로 납니다. 가축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사람과는 달리 함께 있어도 몸이나 마음이 부대끼지 않는 이유입니다.

 

가축을 제대로 기르고 돌보려면 저 녀석한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잘 살펴야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낱말을 쓰자면, 가축 돌보기는 바로 ‘배려’인 것입니다.

 

가축은, 개나 고양이나 염소나 송아지는 물론 닭이나 오리조차도 따뜻합니다. 사람도 따뜻하지만 가축과 달리 털이나 깃이 없습니다. 가축은 품으면 바로 온기가 느껴지지만 사람은 품어도 바로 온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람 품에 안긴 가축은, 그 녀석이 어리면 어릴수록 더욱 더한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선물합니다. 가축을 안고 가만히 있으면 심장 뛰는 움직임도 느껴집니다. 가축이랑 이렇게 교감하고 배려하며 사는데 어떻게 웃음이 해맑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네팔 시골에서, 저녁나절 염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 한 무리를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입가에 웃음이 물려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염소를 안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바라보노라니 저도 저절로 어린 시절로 돌아갔습니다.

 

 

어릴 적 우리집은 가축을 여러 가지 길렀습니다. 어릴 적 추억은 많은 부분 가축 관련입니다. 가장 보드라운 추억은 염소입니다. 작은형과 저는 봄여름가을 염소를 앞장세우고 들로 산으로 풀 뜯기러 돌아다녔습니다.

 

어미 염소와 새끼 염소가 언제나 대여섯 마리는 됐던 것 같습니다. 들판 나가면 작은형은 제게 염소를 맡기고 다른 데로 가곤 했습니다. 물론 여기저기 나무에 비끌어매는 일까지는 끝내 놓고 그랬지요.

 

쓸쓸해진 저는 염소 새끼를 보듬고 있기를 좋아했습니다. 새끼 염소는 ‘매애매애’ 울며 제게 따뜻한 체온을 넘겨줬습니다. 염소 눈동자는 바라보고 있으면 속절없이 슬퍼지고 말 정도로 크고 맑았습니다.

 

염소는 몸을 떨 때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무서워 그러나 하며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끼는 내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떨 때는 안고 있던 염소를 휘~익 집어던지기도 했는데 염소는 ‘매애매애’ 울면서 떨어지는 도중에 용케도 중심을 잡았습니다. 저는 엎어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과 엎어지지 않아 괘씸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습니다.

 

염소는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를 좀더 바쁘게 했습니다. 염소는 식물성만 먹습니다. 겨울에는 풀이든 나무든 잎사귀가 없습니다. 가을에 부지런히 풀잎 나뭇잎을 뜯고 베고 찌고 날라서 말리기까지 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촉새 강아지풀 벼나 보리처럼 생긴 풀은 말리면 쪼그라들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잎이 넙적한 녀석이 우리는 좋았습니다. 우리는 개울가나 산기슭이나 논두렁이나 밭두렁에서 꼴을 뜯었습니다.

 

염소는 아카시아 잎사귀를 아주 좋아합습니다. 여름에 아카시아잎이 좋은 데를 눈여겨봐 뒀다가 가을이 되면 작정하고 땄습니다. 다행히도 아카시아나무는 곳곳에 많았습니다.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가 사방(砂防) 효과를 보려고 뿌리가 무성하고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이 나무를 심어댔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어린 저는 아카시아를 곳곳에 심어준 박정희가 고마웠습니다. 우리 염소는 박정희 덕분에 아카시아잎을 많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카시아잎과 다른 풀들을 구분해 말렸습니다. 아카시아잎 건초는 말하자면 최고급 먹이였습니다. 다른 풀도 깨끗하고 큰지를 따져 따로 구분해 광에 넣었습니다.

 

풀이 마르는 것도 절로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덩이가 진 그대로 말리면 안에서 뜨기 십상이었습니다. ‘갑빠’를 펼치고 고르게 늘어놓은 다음 시시때때로 뒤집고 돌리고 하지 않으면 금세 그렇게 됐습니다. 이런 노동이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염소를 위한 일이었기에 즐거웠습니다.

 

네팔 이 엄마도 아침마다 염소 젖을 짤까요? 궁금했습니다.

 

엄마는 그런 염소에게서 아침마다 젖을 짜내 다른 집에 팔았습니다. 염소가 돈까지 장만해줬던 것입니다. 젖 잘 때 저는 염소 뒷다리를 꽉 붙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염소는 힘이 셉니다. 어설프게 잡았다가는 뒷다리에 얼굴이 걷어차이기 일쑤입니다.

 

엄마는 나무랐습니다. 제가 다칠 뿐 아니라, 짜던 젖도 쏟아지기 십상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선잠이 깨어 눈을 비비며, 추운 겨울에는 오돌오돌 떨어가면서, 염소 뒷다리를 꼼짝 못하게 붙잡고 있기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엄마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먼저 뒷다리를 잡아줄 자식을 깨워야 했습니다. 저나 작은형이나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찌 그리 힘들던지요. 손수 젖을 짠 다음 생젖을 솥에 부어 연탄불로 끓이는 일도 엄마 몫이었습니다.

 

염소젖을 배달할 유리병을 끓는 물로 소독하고 깨끗하게 씻는 일도 있었습니다. 코카콜라 350ml 작은 병을 썼는데요, 뜨거운 물로 소독하는 와중에 쩍쩍 갈라터지기도 했습니다. 소금으로 간도 맞춰야 했습니다.

 

젖 배달은 우리 몫이었습니다. 가까운 데도 있었고 먼 데도 있었습니다. 모르는 집은 적었고 대부분 아는 집이었습니다. 국민학교 같은 반 여자아이가 나와 젖병을 받아갈 때면 좀은 부끄러웠습니다.  엄마는 염소젖 배달해 생기는 돈은 우리 학자금으로 쓰겠노라 말씀했습니다.

 

염소를 모는 네팔 아이들과 맞닥뜨린 그 짧은 순간에, 옛날 기억들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저도 염소를 한 번 안아보고 싶었습니다. 아이한테 염소를 건네받아 안았더니, 염소가 발버둥치면서 ‘매애’ 울었습니다. 주인이 아니라 낯선 사람이라 그랬겠지요.

 

아이는 저를 보며 웃었고 그런 웃음을 마주하는 저도 웃었습니다. 염소는 밭으로 가더니 마른 풀 꽂아두는 나무막대 있는 쪽으로 기웃거렸습니다. 막대에 새가 한 마리 날아와 앉았습니다. 염소랑 함께 노니는 듯했습니다. 네팔에서 지낸 나날 가운데 어느 하루가 이렇게 저물었습니다.

 

 

저는 성격이 모질고 차가운 편입니다. 우리 집안 내력도 좀은 그런 편입니다. 이런 성질을 조금은 눅여준 존재가 이런 염소와 가축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염소를 비롯해 여러 가축들과 함께 지낸 나날들이 없었다면 더욱 모질고 차가운 인간이 됐을 것입니다. 어쩌면 갖은 악행을 저지르는 나쁜 놈이 돼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세월을 돌이킬 수만 있다면, ‘소녀’ 박근혜나 ‘소년’ 홍준표한테, 하얀색 어린 염소를 한 마리 선물하고 싶습니다. 선한 눈동자 보드라운 느낌 따뜻한 체온을 염소와 나누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한국 국민과 경남 주민들한테 이토록 험한 세상살이를 시키지는 않았으리라 여기는 것입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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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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