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쑥 캐다 가시 찔렸는데 엄마 생각이 났다

김훤주 2015. 4. 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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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사회복지경남공동모금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2015 토요동구밖교실 3월 생태체험 나들이는 28일 합천으로 떠났습니다. 샘동네·옹달샘·회원한솔·느티나무·어울림 다섯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더불어서였습니다.

 

합천은 가야산·황매산처럼 좋은 산이 많습니다. 저마다 골짜기를 이루고 개울까지 펼쳐보이는 산들이랍니다. 골짜기 개울을 타고 흐르는 물들은 모여서 강을 이룹니다. 사람들은 개울과 강줄기를 따라 마을을 만들고 논밭을 일구며 살아갑니다. 산 좋고 물 맑은 고장이 합천인 것입니다.

 

오늘 나들이는 나물 캐기와 습지 산책입니다. 가회면 나무실마을에서 쑥과 달래와 냉이를 캐고 합천읍내 가까운 대양면 정양늪생태공원에서 물 위를 걷고 징검다리를 건넙니다.

 

 

황매산 자락 모산재 아래 시내를 끼고 들어앉은 나무실마을. 주차장이 널러 좋습니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언덕과 논밭으로 스며듭니다. 언덕에는 아직 검불로 덮여 있고 논밭은 아무것도 심겨 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나물을 캐 본 적이 있느냐 물었더니 딱 한 친구가 손을 듭니다. 쑥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손들어 보랬더니 이번에는 셋입니다. 옛날 20년 30년 전에는 사람들 삶이 그래도 자연 속에 있었는데 이제는 나물캐기조차 이렇게 체험을 나와야 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답니다.

 

 

 

시절이 이렇다 보니 나물 캐는 방법도 아이들은 모릅니다. 함께 온 두산중공업 사회봉사단 선생님 가운데서도 젊은 몇몇은 그랬습니다. 잎을 뜯으면 안 되고 뿌리와 맞닿은 줄기 끄트머리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그 아래 흙 속으로 칼을 찔러넣어야 합니다.

 

쑥이랑 냉이가 지천으로 널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이들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양지바른 데 수북한 검불을 들추면 무리지어 나타나는 쑥입니다. 쑥은 쑥쑥 잘 자란다 해서 쑥입니다. 이런 데 쑥은 하야스럼한 보풀을 일구며 말끔하게 자라 있습니다.

 

쑥 같은 봄나물은 중금속을 잘 빨아들인다고 합니다. 중금속은 사람한테 해롭습니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찻길 가까운 데서 캐는 쑥이 그다지 좋지 않은 까닭입니다. 나무실마을은 하루종일 꼽아봐야 지나다니는 자동차가 열 대 안팎입니다. 이런 데 봄나물은 거의 보약 수준이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까 아이들 나물 찾는 안목이랑 나물 캐는 솜씨가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어떤 아이는 나눠준 봉지가 금세 불룩해져 있습니다. 점심에 때맞춰 불러모았지만 나물 캐는 재미에 맛이 든 아이들은 쉽게 돌아서지 못했습니다.

 

어렵사리 돌려세워 한우로 유명한 합천 삼가에서 해인축산식당 불고기정식으로 배를 채운 뒤 정양늪으로 옮겨갔습니다. 그 들머리에서 제일 많이 나물을 캔 팀을 골라 선물로 '쥐꼬리 장학금'을 건넸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봄꽃 봄나물 이름 알아보는 시간. 대표선수로는 민들레·산수유·냉이·달래·개불알풀·광대풀·돌나물·꽃다지가 뽑혔습니다. 저마다 이름표를 붙이고 바닥에 늘어놓은 다음 일정한 시간을 주고 아이들에게 생긴 특징을 보면서 이름을 익히게 했습니다.

 

 

그러고는 이름표를 싹 거둬들인 뒤 풀·꽃 이름을 적게 했습니다. 아이들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다 맞힌 팀이 넷씩이나 됐습니다.(뒤집어서, 하나 이상 틀린 팀도 열넷이므로 적지는 않습니다.) 가위바위보로 1등을 정해 '쥐꼬리 장학금'을 한 차례 더 전했습니다.

 

어쨌거나 봄꽃·봄풀은 하나같이 자그맣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쉴 새 없이 꽃대를 밀어올리는 민들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민들레라도 이른 봄에 피는 꽃은 낮은포복으로 거의 땅바닥에 붙은 반면 낮은 물론 아침에도 따뜻한 5월 이흐로는 꽃이 땅 위로 꽤 솟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먼저 봄꽃이 낮은 까닭은 공기보다 땅이 따뜻하기 때문입니다. 햇볕을 받아 데워진 땅과 가까울수록 꽃을 피우는 데 이로운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 어여쁜 봄꽃들이 작은 까닭을 들판에서 눈과 손으로 새겼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물과 흙이 만나는 습지 정양늪을 거닐었습니다. 지난해 스러진 마름과 갈대 등은 아직 새 순이 돋지 않았는데 왼편으로 늘어선 물버들에는 새 잎을 머금은 눈들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봄은 봄인 듯 아닌 듯할 때가 어쩌면 가장 좋습니다. 잎으로 활짝 피어나기 전에 누군가 불러주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듯이 밝은 연둣빛으로 가지를 물들이는 이 때가 어쩌면 봄기운이 가장 잘 느껴지겠는 것입니다.

 

데크를 따라 깔깔거리며 오가던 아이들은 끄트머리에서 징검다리를 만나면서 한 번 더 즐거워합니다. 연한 물감을 칠한 듯한 버드나무 아래 그늘을 거니는 친구도 있었고요.

 

돌아오는 버스에서 체험 소감을 썼습니다. 정양늪에서 돌다리를 뛰어다녀서 좋았다거나 나물 캐기를 할 때 처음에는 쑥 모양이나 캐는 방법을 몰랐는데 하다 보니 알게 돼서 많이 캤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으뜸은 이랬습니다. "나물을 캐다 가시에 찔렸는데 나물을 캐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가시에 찔렸을까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찡했다."

 

이보다 어린 한 친구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쑥을 캐니까 재미있고 힘들었다.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힘들게 쑥을 캔다."

 

즐겁게 놀고, 나물도 캐고, 봄꽃이 작은 까닭도 알고 봄풀 이름도 여럿 새긴 데 더해 엄마 생각 이웃 생각까지 할 수 있었다면 이보다 더한 공부가 어디 있을까요. 이런 친구들에게 한 차례 더 '쥐꼬리장학금'이 돌아간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랍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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