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두 번째 역사 탐방은 통영으로 떠났습니다. 두산중공업과 창원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마련하고 우리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주관합니다.

 

통영 하면 동피랑이나 케이블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뭐니뭐니 해도 중심은 통제영이랍니다. 통제영이 없었다면 통영이라는 도시도 있을 수 없거든요. 통제영은 가족 나들이나 현장체험학습으로 한두 번씩은 다녀올 만한 곳입니다.

 

그러나 그냥 다녀온 것과 제대로 둘러보는 것 사이에는 거리가 제법 멉니다. 이번 통영 탐방의 핵심은 통제영 제대로 알기. 통제영이라 하면 다들 이순신 장군을 떠올립니다.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이 삼도수군통제사로 활약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1593년 이순신 장군이 초대 통제사에 임명됐을 당시 통제영은 한산도에 있었습니다. 7년에 걸친 임진왜란이 끝난 뒤에도 통제영은 고성이나 거제로 떠돌았습니다. 그런 통제영이 지금 자리에 들어선 것은 1603년 제6대 이경준 통제사 시절이랍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지금 통제영과 이순신 장군이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나머지 손을 들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고 합니다. 이렇듯이 많은 사람들이 막연하게 통제영과 이순신 장군을 연결지어 생각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미션 수행을 하고 나서 풀이를 위해 세병관 마루에 올랐습니다. 세병관은 우리나라 국보입니다. 우리가 맨발로 디뎌볼 수 있는 국보는 많지 않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쓴 아이들 소감 가운데는 "나는 그동안 통영에 있는 통제영 하면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 이곳에서 활약을 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 나는 오늘 알게 된 사실을 친구들에게 자랑을 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무척 유식해 보이겠지"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사소하지만 관성적으로 잘못 알기 십상인 한 가지를 제대로 알게 한다는 것은 아이들에게 이렇듯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답니다.

 

통제영에서 팀별로 미션 수행을 했더니 조금 힘들어 하기도 했습니다. 통제영에 나와 있는 문화관광해설사도 문제를 훑어보더니 너무 많고 어렵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그래도 다들 열심히 문제를 풀러 돌아다녔습니다. 마치고 나서 보니까 가장 많이 맞힌 팀이 세 개 틀린 열여섯 문제였습니다.

 

미션 수행을 위해 기삽석통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통제영에서 미션 수행을 하는 아이들 표정.

점심을 먹고나서 당포성으로 이동하는 버스에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통제영 미션 문제가 조금 어렵게 느껴졌던 친구들도 있었지요? 그런데 왜 그렇게 냈을까요?"

 

통제영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나라 가장 큰 전통 목조건물인 세병관 앞에서 간단한 설명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 바로 옆 십이공방을 들르거나 마당을 한 바퀴 도는 정도에서 그칩니다. 통제사가 집무하고 생활했던 운주당·경무당이나 후원, 그리고 주전소(요즘으로 치면 화폐 제작 공장)는 잘 모릅니다.

 

미션 문제는 세병관을 중심으로 오른쪽 관아 건물에서 왼쪽 십이공방까지 꼼꼼하게 둘러보면서 풀도록 배치했습니다. 정답을 찾아내기도 좋지만 통제영 전체를 자세히 둘러보게 하는 데에 더 목적이 있다 하니 선생님들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통제영 엽전 만들던 자리(주전소터)를 둘러보는 아이들.

 

박경리·윤이상·유치환·김춘수·전혁림 등 예술인들이 많이 배출된 뿌리가 292년 이어져온 통제영 문화와 닿아 있다는 사실, 그리고 통제사가 자체적으로 엽전을 찍어낼 수 있었을 만큼 규모와 권력이 대단했다는 데 대한 설명을 덧붙이며 당포성이 있는 삼덕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삼덕항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특징과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비행기나 탱크가 없던 시절에 침략은 대부분 강이나 바다를 통해서였습니다. 침략을 막기 위해 성을 쌓았는데 당포성도 마찬가지랍니다. 당포성은 고려 말기 왜구를 막기 위해 최영 장군이 쌓았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일어난 해에는 이순신 장군이 앞바다에서 왜적과 싸워 이겼습니다. 당포해전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두 장군이 싸움을 했던 뜻깊은 자리라 얘기해 줬더니 아이들이 무척 흥미로워 합니다. 아이들은 역시 심오한 지식 보다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당포성.

 

당포성에 올라 삼덕항 바다를 내려보면서.

 

바다로부터 말미암았지만 육지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 바로 벅수입니다. 벅수는 들머리에 서서 마을과 사람을 지키고 액도 막아주는 액막이 역할을 하는 돌장승입니다. 삼덕항 벅수는 항구와 마주보고 있습니다.

 

바다 근처 장승이 나무가 아니라 돌로 만들어진 데는 다 사연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바다 근처 장승도 나무로 만들었는데 갯바람에 쉽게 상해 2년마다 새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문제는 장승 만들 사람이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었습니다.

 

신성한 장승을 만드는 사람은 이를테면 액이 없어야 한답니다. 몸도 마음도 정갈한 사람을 찾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요! 그러다 보니 아예 오랜 세월을 버틸 수 있는 돌로 만들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부풀어 오르는 풋나물과 새순 사이로 시원하게 부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흐르는 봄바다 내음 속에 당포성을 내려오는 아이들에게 이처럼 벅수 이야기를 들려주며 소원을 빌면 한 가지는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벅수 앞에서 너도나도 두 손을 모아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몇몇은 무척 간절한 표정도 있었습니다.

 

삼덕항 돌벅수를 들여다보는 아이들 표정이 재미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탐방소감을 썼습니다. 세 아이에게 ‘쥐꼬리’ 장학금이 돌아갔습니다. 글을 아주 잘 쓴 한 친구 그리고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열정으로 쓴 한 친구 그리고 또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낯선 누나'와 손을 잡고 미션을 했는데 마음이 너무 따뜻하고 좋았다…" 이런 글을 뽑지 않고 어떤 글을 뽑을소냐!!!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선생님들이 환호와 박수로 축하를 해 줬습니다.

 

오늘 하루도 잘 놀고 왔습니다. 3월 이번 나들이에는 누리봄다문화·좋은씨앗교실·경화(진해)·행복한·팔용·메아리(창원) 지역아동센터가 함께했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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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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