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은 정말 ‘개판’이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데는 반드시 개가 있었습니다. 첫날밤을 묵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 도심에서도 개를 볼 수 있었고 이튿날부터 3박4일 일정으로 푼힐을 목적지로 삼아 트레킹을 하는 곳곳에도 개가 있었습니다. 오르내리는 산길에도 우리가 머무는 산골마을에도 개는 있었습니다.

 

트레킹을 마치고 나와 1월 30일 하룻밤을 지낸 두 번째 큰 도시 포카라에도 개들은 넘쳐났습니다. 포카라에서 우리는 저녁 무렵과 새벽녘에 대로를 따라 산책을 하곤 했는데요, 여기서는 개 여러 마리가 우리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날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로 옮겨갔는데요, 거기 광장을 중심으로 바닥에 길게 벽돌을 깔아놓은 길에도 개들이 많았습니다. 여기 개들은 성지 순례 등등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먹이를 종종 던져주는 때문인지 포카라 개들보다 훨씬 줄기차게 따라다녔습니다.

 

룸비니 광장의 개.

 

치트완 국립공원 가까운 풀밭에 만난 개.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피부병이 심합니다.

룸비니 둘레 테누하와를 비롯해 두 군데 마을에도 들어가 봤는데요, 여기도 개들은 차고 넘쳤습니다. 야생 호랑이가 있다는 치트완 국립생태공원과 그 둘레 마을, 옛적 힌두사원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오래된 도시 박타푸르에도 개들이 많았습니다.

 

다시 카트만두로 와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록된 세계 최대 불탑과 불교 사원 같은 데도 개판이었습니다. 불탑 앞에 서너 마리가 한꺼번에 뒹굴기도 했고 힌두사원에서는 개들이 탑 위에 올라가 엎드려 있기도 했습니다.

 

힌두사원 탑 위에 올라간 개들.

 

영주형한테 물었습니다. “네팔에는 개들이 참 많네요.” “네팔에서는 개를 기르지 않아. 그래서 저렇게 마음대로 어디든 돌아다녀.” 네팔에 온 뒤로 개가 목줄을 한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었고 사람과 동행하는 개도 본 적이 없었음을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네팔에서는 개를 사람이 먹는 고기로 여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키워서 잡아먹을 일이 없으니까 사람들은 개를 소유하지도 않고 기르지도 않습니다. 개들은 길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사람이 버리거나 던져주는 먹이가 있으면 주워먹고 암캐 수캐가 때맞춰 교미해 새끼도 낳습니다.

 

도시의 밤은 거리의 개들이 짖고 으르릉대는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개소리가 하도 심해 게스트하우스에서 잠들었다가도 순간순간 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개들은 밤새 싸움을 했습니다. 길거리의 개들한테도 자기 영역이 있는데요, 이 영역을 침범해 들어오는 다른 개와 다투는 소리였습니다.

 

시장거리에서 서로 장난치고 있는 개들.

 

포카라에서 밤중에 들른 허름한 술집에도 개가 있었습니다. 문 밖에만 있지 않고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술집 주인한테 “당신 개냐?”고 물었더니 아니라 했습니다. 그러면서 먹고 남은 고기조각을 개한테 던져줬습니다. 그러니까 그 술집이 자리잡은 일대를 자기 영역으로 삼은 개였습니다.

 

네팔 도시 곳곳에는 크고작은 힌두사원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사람들은 기도하고 빌고 하면서 여기에 제물을 바칩니다. 이런 제물도 개들에게 먹이일 것입니다. 이런 사원 또한 개들은 서로 영역을 나눠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네팔 개들은 눈여겨보지 않아도 쉽게 알아챌 정도로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털이 벗겨져 맨살이 드러나 보이는 경우는 모두 피부병에 걸려 살갗이 짓물러져 있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뒷다리로 이쪽저쪽을 긁어대는 어떤 개는 정도가 심해서 진물이 흘러내리기도 했습니다.

 

힌두사원 안에 드러누운 개들.

 

아무도 개를 소유하지 않고(요즘 들어서는 애완용 또는 호신용으로 소유하는 경우가 조금씩 생겨나는 모양이기는 했습니다) 아무도 개를 보살피지 않기 때문이겠습니다.

 

그래서 네팔은 구속(拘束) 구금(拘禁) 구인(拘引)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나라입니다. 개(狗)처럼 묶는 것이 구속이고 개(狗)처럼 가두는 것이 구금이며 개(狗)처럼 끌고가는 것이 구인입니다. 네팔에는 구속되는 개도 없고 구금되는 개도 없고 구인되는 개도 없습니다.

 

네팔에서 개는 자유(自由)입니다. 자유는 단순히 ‘자기 뜻대로 행동함’이 아닙니다. ‘스스로 말미암음’입니다. 다른 무엇에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존재하는 존재라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네팔에서 개들은 자기 힘으로 존재하지 못합니다.

 

사람에게 먹이를 기대지 않으면 존재하지 못합니다. 근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가 현실에서 자유롭다 보니 비참해졌습니다. 사람의 소유가 되지 못하니까 당연히 사람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소유하다는 보호하다와 같은말이고 보호받다는 소유당하다와 같은말입니다.

 

치트완국립공원 근처 타루족이 사는 마을을 찾아가는데 개가 따라오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이렇게 사람과 개의 관계를 보고 있으려니 대한민국과 그 국민의 관계에 문득 생각이 미쳤습니다. 사람과 개 사이에는 ‘소유’가 성립되지만 국가와 국민 사이는 그렇지 않습니다. 소유를 소속으로 바꾸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소속되다는 보호받다와 같은말이 되고 소속시키다는 보호하다와 같은말이 되지 싶습니다. 소속되는 국민은 국가에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소속시키는 국가 또한 국민에게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국민은 삶터·일터에서 일하며 세금을 내고 국가도 지키며 교육까지 받는 의무를 해야 합니다. 국가는 그런 국민이 병들지 않고 굶주리지 않고 차별받지 않고 살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민 두 사람과 네팔 개 한 마리.

 

네팔에서 개들은 소유당하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은 소속돼 있어도 보호받지 못하는 다수가 있습니다. 네팔에서 개들은 그나마 사람한테 먹이는 얻어먹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상남도라는 광역자치단체는 여태 줘왔던 아이들 점심 밥그릇을 빼앗았습니다.

 

네팔 개가 팔자가 더 좋을까요? 대한민국 국민이 팔자가 더 좋을까요? 네팔이 더 개판인가요? 대한민국이 더 개판인가요? 개들은 뭐라 할까요? "멍멍, 그런 건 알아서 하시고, 피부병이나 치료해 주세요. 그게 당신들한테도 이로워요."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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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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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www.walkview.co.kr 워크뷰 2015.03.27 03: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잘 알게 되었습니다^^

    • Favicon of https://100in.tistory.com 김훤주 2015.03.27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맙습니다. ^^ 끝까지 읽어주셔서요~~~
      결국 국가도, 그 현실태인 정부의 경우는
      국민들 투표로 뽑힌 사람들로 구성되니까
      책임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겠지요.
      민주주의 나라에서는 적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