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6일부터 2월 6일까지 11박12일 가운데 우리는 3박4일을 히말라야 트레킹에 썼더랬습니다. 27일 아침 카트만두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동쪽에 있는 포카라공항까지 간 다음 곧바로 택시를 빌려타고 푼힐을 목적지로 하는 트레킹 출발 지점까지 갔습니다.

 

지금 돌아와 지도를 더듬어보니 해발 1100m 지점 나야풀이 거기였던 것 같습니다. 와서 보니 트레킹을 하는 길은 두 가지였습니다.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길과 사람이나 조랑말만 다닐 수 있는 길.

 

원래 트레킹 루트에는 자동차도 다닐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비록 비포장이기는 하지만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이 늘어나고 있었습니다. 네팔도 산악 구석구석에 사람이 살고 있기 마련이기에 그 편리를 보자면 자동차가 다닐 수 있도록 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걸어 올라가면서 만난 조랑말들.

 

하지만 트레커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길은 매력이 없습니다. 자동차가 지나가면서 일으키는 흙먼지도 고약하지만 조용한 가운데 한땀한땀 걸어나가는 그런 분위기랄까 풍경이 깨지기 일쑤이지요. 그래서 우리 일행도 여기서 다시 지프를 빌려타고 오를 수 있는 데까지 올라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걸어가면 네 시간은 걸렸을 거리를 한 시간도 채 안 돼 주파했습니다. 지프를 타고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배낭을 메고 터벅터벅 걷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좀 거시기해지면서 미안하기는 했습니다. 거기가 아마 1500 고지 힐레이지 싶습니다.

 

힐레에서부터는 줄곧 걸었는데요,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트레킹 첫날은 울레리(2100m), 이튿날은 고레파니(2800m)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나 잡아 밥을 먹고 잠을 잤습니다.

 

푼힐 올랐다가 돌아오는 여정에서.

겨울인 때문에 일찍 어두워지고 늦게 밝아왔습니다. 저녁 여섯 시 정도부터 이튿날 아침 일곱 시까지는 어둠 때문에 돌아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많이 걸었으니 피곤해 오래 잘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끼니를 때우고 커피를 마시고 술을 마시고 군것질을 하고 하더라도 밤 열 시 즈음이면 잠자리에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새벽 네댓 시에는 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추위 때문이었습니다.

 

사정을 잘 몰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탓에 옷을 입는대로 껴입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영주형은 한국에서부터 몸과 마음이 추위에 단련돼 있었고, 저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시 온다면 성능 좋은 버너는 꼭 챙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뜨거운 물을 핫팩에 담아 품고 자면 훨씬 잘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영주형은 푼힐(3100m)이 히말라야 3대 조망처(view point) 가운데 하나라고 했습니다. 고레파니에서 푼힐까지는 한 시간이면 오를 수 있습니다. 푼힐에 오르면 북쪽으로 우뚝 솟아난 설산들이 열병하듯이 펼쳐져 있다고 했습니다.

 

푼힐에서 보는 설산들. 아래쪽 만국기 같은 데는 우리로 치면 성황당쯤 된다고 합니다.

 

영주형은 날씨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여태까지 이틀 동안은 아주 맑았는데 내일 날씨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날씨는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날씨가 푼힐에서 보는 전망을 결정합니다.

 

영주형은 전날 밤 조그만 손전등을 하나씩 나눠줬습니다. “내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올라간다. 길은 험하지 않다. 대신 캄캄하다.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길 잃을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손전등으로 바닥을 비추면서 함께 움직이면 된다.”

 

푼힐 전망대.

 

영주형은 푼힐에서 조망할 수 있는 히말라야산맥 8000m를 넘는 봉우리 이름들을 읊었습니다.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낭가파르바트 뭐 이런 정도였지 싶습니다.

 

무슨 봉우리는 삼각형으로 생겼으고 어디는 물고기처럼 보이며, 어떤 산은 아주 신성시하는 데여서 등반 자체가 금지돼 있으며 등등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그런 특징과 면모를 낱낱이 고르고 나누고 살피는 일에는 의지도 안목도 없었던 터라 그냥 귓등으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냥, 만년설에 뒤덮인, 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을 한꺼번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으로 족했던 것입니다. 푼힐 마루에 올라 차고 센 바람을 맞으며 조금 기다렸더니 해가 뜨기 시작했습니다. 밝아오는 미명 가운데 북동쪽으로 설산들이 보였습니다.

 

푼힐에서 보는 설산들.

 

햇살은 날씨가 흐린 탓인지 설산에 크게 많이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오른 사람들은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젊을수록 어릴수록 감탄 소리가 컸습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 한국 중국 등등 사람들 국적은 여럿이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하나였습니다. “우와!!”

 

영주형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러 나라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면서 ‘언러키(unlucky)’라고 되풀이 말했습니다. 날씨가 맑아 구름이 없었으면 푼힐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봉우리를 빠짐없이 봤을 텐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였습니다.

 

네팔을 아홉 번씩이나 찾은 영주형은 지식과 경험이 많다 보니 그런 불운(unluck)을 바로 알아차렸습지만 하지만 네팔에 대해서는 초짜인 저는 그런 불행조차도 행운(luck)으로 ‘착각’했습니다.

 

바라보이는 모든 봉우리들이 좋았고 산악과 구름에 얼비치는 붉은 햇살도 좋았으며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숨은 모습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제 '착각'이 별로 싫지 않았습니다.

 

푼힐에서 보는 설산들.

 

해가 남김없이 뜨고 나니 덩달아 감흥도 사그라졌습니다. 사람들은 온 길을 되짚어 내려갔습니다. 우리도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곧바로 짐을 꾸리고 길을 나섰습니다. 이제는 내려가는 길입니다. 물론 줄곧 내려만 가지는 않았습니다. 어지간한 산 하나는 됨직한 가파른 오르막도 있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서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아마 타다파니(2700m)였지 싶습니다. 우리는 이 게스트하우스에서 멋진 설산을 눈에 담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어쩌면 푼힐에서보다 풍경이 더 좋았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창으로 보이는 설산들.

 

아침에 일어나 바깥을 서성대다 2층 방으로 도로 들어왔는데요, 북동쪽으로 난 창문을 통해 해가 솟으면서 설산을 비추는 장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는 방 안에 앉아서 이렇게 멋진 풍경을 누리는 행운(luck)이 제 몫이 되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우와!"라고 살짝 내지른 다음 얼른 사진을 한 장 찍고는 곧장 밑으로 내려가 축대 끄트머리에 서서 해 뜨는 모습 햇살이 설산에 어리는 모습을 느긋하게 즐기고 누렸습니다. 좀 있다 보니 영주형도 옆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더군요.

 

 

 

 

 

행운은 하나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타다파니를 출발한 우리는 간드룩(1900m)이라는 데서 잠깐 쉬면서 점심인가를 먹었는데요, 거기 우리가 들었던 게스트하우스(이름이 ‘외로운 행성(Hotel Lonely Planet)’이었습니다)는 바로 마당에서 전혀 힘들이지 않고 멋진 설산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안나푸르나 남벽, 힘출리, 강가푸르나, 안나푸르나-3, 마차푸추르.

 

 

영주형은 네팔에 대해서만큼은 참 아는 것이 많습니다. 거기 앉아 쉬면서 영주형은 간드룩에 우리하고 같은 몽골족이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구릉족인데, 무슨 연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몽골고원에서 남서쪽으로 내려와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이 골짜기로 스며들었다는 것입니다.

 

구릉족 마을 전시관 물건들. 우리나라 대로 만든 바구니나 광주리 같습니다.

 

그이들과 우리가 공유하는 것도 있다고 했습니다. 아이들 말은 오래도록 바뀌지 않고 전승되는데, 우리는 ‘엄마’라 하고 구릉족은 ‘아마’라 한다 했습니다.(이렇게 글로 적어놓으면 ‘엄마’와 ‘아마’가 별로 같지 않은 듯 여겨지지만 나중에 구릉족을 만나 실제로 발음을 들어보니 꽤 비슷했습니다.)

 

간드룩 빠져나가는 지점.

 

영주형은 이렇게 묻기도 했습니다. “훤주야, 백두산이 높이가 얼마냐?” “글쎄 2744m라고 배운 것 같은데요?” “우리가 올랐던 푼힐은 얼마야?” “3200m 고지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래 맞다.  푼힐이 무슨 뜻일 것 같아?” “모르겠는데요.”

 

“그 일대에는 푼(Poon)이라는 종족이 살고 있거든. ‘푼족의 힐(hill)’, 언덕이라는 말이야. 말하자면 네팔에서는 백두산보다 높은 3200m짜리조차 그냥 언덕인 셈이지.” 사소하고 조그맣지만 전체의 특징을 제대로 담고 있는 부분을 잡아내는 영주형의 이런 능력이 저는 부럽습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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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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