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후쿠시마 원전은 터진다 하고 터졌나요?

김훤주 2015. 3. 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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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①고리는 멀지 않았고 밀양은 가까웠다

 

2014년 갱상도문화공동체 해딴에가 한 일 가운데는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활동도 있었습니다. 물론 경남도민일보랑 공동으로 진행을 했었지요.

 

취지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여러 현상들을 함께 알아보고 그 문제점과 대립·갈등·협력 양상들도 살펴보는 기회를 우리 지역 자라나는 청소년들한테 한 번 정도는 마련해줘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데에 있었습니다.

 

앞서 2013년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낙동강 창녕함안보와 주민들 자발적인 노력으로 도랑살리기를 성공시킨 산청군 금서면 수철마을을 초등학교 어린 친구들과 함께 둘러보는 어린이 기자단을 환경 생태 보전 차원에서 운영한 데 이은 두 번째 걸음이었지요.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청소년 기자단 활동을 이렇게 한 번 정리해 봤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 홍보관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휴대전화로 사진찍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와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가 지난 7월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을 운영했습니다. 첫날은 전기에너지 관련 현장을 찾아가 취재를 하고 이튿날은 취재 결과를 바탕으로 신문을 만들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는 창원 창덕중·문성고, 김해 김해여중, 진주 개양중, 통영 통영여중, 양산 양산여고, 밀양 밀양여중 등 모두 일곱 학교 200명 남짓이 참여했습니다.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는 2012년 경남도민일보가 만든 사회적 기업으로 경남도로부터 2012년 9월 3일부터 2015년 9월 2일까지 '경남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사회·교육·문화·역사·생태 등에서 사회에 도움·보탬이 되도록 공익을 실현하는 데 목적이 있습지요.

 

경남도민일보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가치들을 그냥 주장으로 그치도록 놔두지 않고 현실에서 한 번 실현해 보자는 얘기랍니다.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도 같은 취지에서 비롯됐습니다.

 

취재 내용을 메모하는 모습.

 

지역 쟁점 현안에 대해 청소년들이 몸소 찾아보고 이를 깜냥껏 파악하고 설명하면서 가능하다면 해답까지 내놓아 보도록 하는 것입니다. 학교서도 학원서도 가르쳐주지 않고 교과서에도 참고서에도 나오지 않는 사안을 몸으로 체험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산 공부'를 한 번 해 보는 셈입니다.

 

이번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처음은 에너지 생산·소비 관련 현장을 찾은 얘기를, 두 번째는 학생들이 모둠을 이뤄 기사 작성과 지면 구성을 해 본 얘기를, 세 번째는 학생들이 손수 만든 종이신문들을 펼쳐 보여드릴까 합니다.

 

첫날 기자단이 찾아간 데는 두 군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발전본부(부산 기장)와 밀양 76만5000볼트 송전철탑 설치 현장이었습니다.(양산여고는 밀양 대신 부산을 찾아 에너지 과소비가 일어나는 현장을 둘러봤습니다.)

 

학생들은 나름대로 녹음도 하고 사진도 찍고 취재노트에 메모도 했습니다. 고리발전본부에서는 1978년 우리나라 처음 만들어진 핵발전소 고리1호기를 비롯해 고리2·3·4호기와 신고리1·2호기가 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신고리3·4·5·6호기도 설치되고 있거나 설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고리본부 홍보관에서 직원 하는 얘기를 메모하는 학생들.

 

2011년 3월 11일 일본서 후쿠시마 사태가 터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끌었던 원자력발전시설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는 고리본부(6개)와, 한빛(6개, 전남 영광)·월성(5개, 경북 경주)·한울(6개, 경북 울진)본부에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밀양시 단장면 용회마을을 찾았습니다. 한국전력·중앙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초고압 송전철탑 설치를 둘러싸고 2006년부터 2014년 현재 9년째 대립·갈등하고 있습니다. 고리본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수도권 또는 대구·경북권으로 실어나르는 데 쓰일, 76만5000볼트짜리입니다.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동네 어르신으로부터 송전철탑 설치 현장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날이 너무 덥고 시간 제약도 있어서 송전탑 설치하는 산마루까지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주민들은 송전탑 설치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이기지 못했습니다.(2014년 9월 현재 송전철탑 설치 공사는 거의 마무리됐습니다.)

 

기자단 학생들은 관심을 갖고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세부 구성이 지루하지 않도록 짜인 때문도 있지만 여태껏 전혀 마주하지 못했던 그런 현장을 둘러보고 얘기를 몸소 들은 덕분이 컸습니다.

 

비록 핵물질로 직접 전기를 만드는 고리1호기 같은 시설에까지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홍보관 여러 시설과 안내를 눈에 담고 본부 직원 설명을 듣는 것만 해도 기자단 학생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송전철탑 반대 운동 경과를 담은 동영상을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보고 있습니다.

 

고리본부에서는 원자력발전을 두고 발전 과정에 폭발이 일어나는 공정은 전혀 없으며 게다가 설비도 완벽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새어나갈 수 없어서 △안전하다고 얘기했습니다.

 

또 생산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인 탄소가 거의 나오지 않으므로 △친환경적이고, 석탄이나 수력·햇볕 발전과 달리 △값이 아주 싸다고 했습니다. 이는 한수원이 내놓는 일반적인 주장이랍니다.

 

이를 청소년 기자단더러 옳고그름을 가늠하거나 그 근거를 따져 묻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대부분은 이런 얘기를 그냥 들어넘겼지만 낱낱이 따져 묻는 모습도 있었습니다. 양산여고 한 학생은 알차게 자료를 준비해 숫자까지 대가며 따졌으며 다른 학교에서도 그런 기자가 한둘은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꼬치꼬치'보다 더 힘이 센 것은 현실이었습니다. 아무리 안전하고 완벽하다 말해도 그런 얘기는 현실에서 일어났던 사고들과 신문·방송에 종종 나오는 사고와 비리들 앞에서 무력했습니다. "그래도 사고가 터지면…?", "비리가 있는데 어떻게 완벽해요?", "후쿠시마는 미리 터진다 하고 터졌나요?"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담는 드럼 모형.(고준위 폐기물:발전에 직접 쓰인 우라늄 폐기물은 아직 처리 방안도 나와 있지 않답니다.)

 

대답은,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지질 구조가 지진에 안전하고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과 시스템이 다르다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송전철탑 들어서는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도 학생들에게는 예전에 경험 못한 얘기와 모습이었습니다. '76만5000' 숫자로는 전혀 실감되지 않는 전자파 문제, 주민들 하소연이 무시당해온 사연, 고리본부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핵발전에 대한 다른 관점이 그러했습니다.

 

학생들은 송전철탑이 주민들에게 안겨주는 고통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였습니다. 용회마을 송전철탑은 오른쪽과 왼쪽 산마루 가까운 높은 지대에 설치되고 있었습니다. 이 두 철탑에 76만5000볼트 전압으로 온도가 높아 껍질도 입히지 못하는 전선이 서른여섯 가닥이 걸쳐진다고 주민들은 말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우리는 보상을 바라지 않아요. 다만 이 자리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만 해 주면 돼요"라고 거듭 말했습니다.

 

용회마을 한 주민에게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전자파도 걱정거리였습니다. 한전은 전자파 피해가 없다고 말합니다. 주민들은 이미 충남 당진 견학을 다녀왔는데 이미 76만5000볼트 송전선이 흐르고 있었고 갖은 암 발병이나 가축 폐사, 괴상한 소음 등등 전자파 피해가 심각했어요, 바로 용회마을에도 곧 닥칠 문제잖아요, 말했습니다.

 

그래서 살 수 없는 동네가 됐고 살던 땅을 떠나기 위해 토지를 처분하려 해도 살 사람조차 없는 실정이라는 얘기였습니다.

 

주민들은 송전철탑 반대투쟁을 하다 보니 철탑의 뿌리가 원자력발전에 닿아 있음을 알았다고 했습니다. 위험한 시설이라 사람이 적게 살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경상·전라 바닷가에 원자력발전소를 짓습니다. 그런데 전기는 가져가야겠기에 먼 거리를 이어주는 송전철탑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용회마을에서 반대운동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원료 우라늄을 전기 만드는 데 쓰고 남는 폐기물은 핵폭탄 제조에 쓰이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해야 하는지는 아직 해답이 없는 상태며,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실수나 고장이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장담을 할 수 없다는 얘기도 곁들였습니다.

 

첫날 프로그램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나중에 소감을 물었더니 "원자력발전 실체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밀양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서로 다른 얘기라서 헷갈린다", "공존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습니다.

 

또 "전기소비나 소비생활 전체를 돌아보게 됐다", "주위 일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게 생각하고 쓰는 전기가 다른 사람들 희생 때문일 수 있다니 놀랍다" 등 생각을 넓혀가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자 하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는 좀 뜬금없는 반응도 나왔고요. 하하.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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