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본 세상

세상 보는 안목 생각하는 능력이 좋아졌다

김훤주 2015. 3. 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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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③시원하게 한 눈에 들도록 만들자

 

에너지지킴이청소년기자단에 참여한 학생들은 대부분 호기심과 궁금증이 많았고 자세는 또 능동적·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런 덕분인지 프로그램 전체가 탱글탱글하고 알차고 재미있게 진행됐습니다.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와 76만5000볼트짜리 초고압 송전철탑이 들어서는 밀양 용회마을을 취재하는 과정도 만족스러웠고, 그것을 신문으로 표현해 본 결과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창덕중학교는 창원 동읍에 있습니다. 무척 수줍어하는 아이들입니다.

 

취재한 결과를 그냥 평면적으로 늘어놓아서는 안 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를 생각하면서 독자가 보기 좋고 읽기 쉽도록 해야 한다는 편집 원칙에 대한 이해도 빨랐고, 현실에 적응하는 능력도 뛰어났으며 제대로 구현해내는 감각도 남달랐습니다.

 

딱 두 시간만 주고 신문만들기를 그 안에 마쳐야 한다고 했었는데, 과연 그 짧은 동안에 만든 신문이 맞는지 미심쩍은 작품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문에서 청소년기자단은 원자력 발전이나 송전철탑 같은 사회 현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기들 만든 신문을 스스로 품평해 보고 있습니다.

 

물론 초고압 송전철탑이 지나가는 밀양 용회마을 같은 경우 여태껏 그 실상이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탓에 그리고 당하는 주민이 힘없는 약자인 때문에 한전보다는 주민들을 좀더 동정적으로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바꿀 수 없는 확고한 기준으로 돼 있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이나 민주주의 원칙이 무시된 데 대해서는 더없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짚었지만, 원자력 발전·송전철탑 설치 그 자체의 가치 여부와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유연하고 신중하게 접근했습니다.

 

진주 개양중학교 아이들.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을 선택한 경우도 대립하는 주장과 논리까지 나름 충실하게 반영했습니다.

이를테면 제목은 "후쿠시마보다 무서운 고리원자력발전소",

글은 "오는 2017년 폐쇄 계획인 고리 1호기의 처리 문제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를 방법만 제시할 뿐 실질적 해결 방법조차 정확히 결정되어 있지 않다.

이미 10년을 더 쓴 고리 1호기의 잦은 고장이 있는 상황에서 밀양 주민과 반대측은 '고리1호기의 노후화는 세월호처럼 재앙이 될 수 있다'며 고리1호기의 빠른 폐쇄와 원자력 사용 자제를 주장하고 있다.

고리 원자력 관계자는 '설계는 30년 이용 계획이었지만 안전성만 확보되면 계속 가동할 수 있다'며 모호한 대답을 하고 있다. 원자력은 과연 미래지향적인가? 이제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창원 문성고 아이들은 아주 발랄했습니다.

 

양산여고는 이번에 유일하게 밀양 용회마을을 찾지 않은 기자단입니다. 대신 부산에서 전기 에너지 절약·낭비 사례를 살폈는데 또한 편벽되지 않았습니다. 우승희·최아현·박화정·한비아 학생이 만든 〈和正신문〉이 보기입니다.

 

양산여고 친구들은 자유분방했습니다. 화정신문 만든 팀은 아닙니다.

 

"남포동 시장 곳곳을 다니다 보니 에어컨(바람)이 문 밖으로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있나 하면 쓸데없는 조명을 더해 전력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히 보니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있게 사용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 마트에 들어가니 과일·야채 코너에 신선도 유지를 위해 냉장고가 가동 중이었는데 거의 다 열린 채였다. 하지만 다른 매장을 보면 비닐 같은 얇은 종류의 문을 이용해서 더욱 신선하게 유지하고 전기도 덜 쓰는 방법이 있었다."

 

아울러 기성 보도매체에 대해서는 아프게 꼬집었습니다. 보기를 들자면, '악마의 속삭임으로 왜곡된 언론'이라는 김해여중 학생들의 만평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한전이 기자 뒤에 있고 그 뒤에는 다시 경찰과 정부가 있습니다. 다리 아래쪽에는 인권위원회와 지역주민이 조그맣게 그려져 있고요.

 

 

편집에서는 파격에 가까운 시도를 해 보였습니다. 기본으로 두 번 접은 위에 비스듬히 한 번 더 접어 지면을 여럿으로 활용한 친구들도 있었고 기사나 광고를 두세 겹으로 입히거나 입체적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해여중 이 친구들은 지면 분할과 구성을 색다르게 했습니다.

 

압권은 통영여중에서 나왔습니다. 밀양 용회마을을 둘러싼 송전철탑에 걸쳐질 전깃줄을 그려넣고는 그 전깃줄을 공책에 쳐져 있는 줄처럼 삼아 글을 쓴 것이었습니다. 이런 정도 되면 거기에 적어넣은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아볼 필요조차 없습니다. 송전탑과 전깃줄이 대신 다 말해주고 있으니까요.

 

 

압권을 만든 아이들입니다.

활동을 마치고 몇몇 학생이 소감을 보내왔습니다.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전기라는 에너지의 생산과 소비 현장을 둘러보고 전기를 둘러싼 갈등·대립과 이해·협력 문제에 대해 청소년들이 들여다보고 스스로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했던 취지가 나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취지는 같지만 내용은 좀더 알차게 만들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2015년은 주제가 우리 강 지킴이입니다. 4대강사업이 벌어진 낙동강과 4대강사업이 벌어지지 않은 남강을 찾아 비교 대조하고 무엇이 진짜 강과 물을 지키는 일인지 알아 봅니다.)

 

학생들 만든 신문을 이리저리 짚어보는 모습입니다.

 

"…… 단순하게 에너지 문제의 심각성이나 에너지 절약 실천 따위만 가르쳐주지 않고, 에너지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또 이와 관련한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진행 과정에서 질문할 기회가 많았다는 점 또한 참 좋았다. 학교에서 받았던 단순 암기, 주입식 교육과 달리 능동적으로 생각해볼 여지가 많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망설였지만 프로그램에 빠져들수록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거리낌이 줄어들었다."(창원문성고 2학년 우지혜)

 

"이틀간의 에너지지킴이청소년기자단 경험은 에너지라는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만큼 보람있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원자력 발전 기술을 더 발달시켜야 한다', '위험성이 있는 원자력 발전을 지양해야 한다'라는 두 가지 입장을 취재하면서

원자력 발전과 송전탑 건립에 대한 갈등에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갈등의 원인인 전력소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동안의 소비생활에 대해서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창원문성고 2학년 김보령)

 

통영여중은 뭐랄까,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아쉬운 구석이나 모자라는 대목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학생들 탓이 아니었습니다. 이런저런 우리 사회 현안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현실이 어쩌면 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그램 참여 한 번으로 기사를 잘 쓰게 되고 편집을 잘 하게 되리라고 기대했다면 그것 또한 처음부터 잘못이겠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냥 감수성을 기르고 상상력을 키울 수 있다면 그것으로 그만이지 않겠습니까.  <<끝>>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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