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② 정해진 시간에 보기 좋게 만들자

 

경남도민일보와 갱상도문화공동체해딴에가 2014년 7월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진행한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은 사회 현실을 학생 청소년이 잠깐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들 말해댑니다. 하지만 이번 에너지 지킴이 청소년 기자단 활동은 전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줬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발전본부에서 아이들은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태 이후 더욱 중요한 현안이 된 원자력 발전과 그 안전 여부에 크게 관심을 보였습니다.

 

창원 창덕중학교 기자단 활동에서 제가 신문 편집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들은 즐겁습니다.

 

밀양 용회마을서는 한국전력과 중앙정부가 주민 반대를 뿌리치고 초고압 송전철탑 설치를 밀어붙이는 이유를 궁금해했습니다. 용회마을은 고리본부에서 수도권 또는 대구·경북권으로 전기를 실어나르는 76만5000볼트짜리 송전선이 지나갈 예정 지역 가운데 하나입니다.

 

인간으로서 기본 덕목인 연민하고 동정하고 공감하는 힘이 작지 않음도 보여줬습니다. 사회 약자라 할 수 있는 용회마을 주민들이 겪은 괴로움과 외로움과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고 또 송전철탑을 꼭 세워야 한다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주민들은 한전 쪽에서 주겠다는는 백만원 단위 보상금 몇 푼 말고는 완전 무권리 상태입니다.

 

모둠별로 돌아가며 취재 내용이나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도 마련했습니다.

 

아이들이 사회 현실에 관심이 없고 세상물정을 모르게 된 원인은 어른들에게 있습니다. 학교서도 학원서도 집안서도 아이들은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이런저런 물음이라도 던질라치면 "공부나 좀더 하라"고 핀잔 듣기 일쑤입니다. 지금 힘들여 공부하는 까닭이 나중에 세상에 나가 제대로 사람답게 사는 데 있는데도 말씀입니다.

 

이번에 아이들이 경험한 '사회 현실'은 그야말로 아주 조그만 부분입니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새롭게 나타난 사실들에 호기심을 빛내며 온 몸 세포마다 심겨 있던 감수성을 스스로 일깨웠습니다.

 

첫날 취재 현장에서부터 나타난 이런 호기심과 감수성은 이튿날 신문만들기 과정에서 상상력이 더해지며 구체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아이들은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활짝 피어날 준비가 돼 있었던 것입니다.

 

책상머리에 앉지 않고 이렇게 엎드려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잘 만들면 그만입니다.

 

둘째날 프로그램은 이랬습니다. 먼저 전날 취재하면서 느낀 바를 모둠(5명씩이 기본)별로 정리해 발표했습니다. 무엇에 귀를 기울였고 어디를 눈여겨봤으며 관심이 가는 대목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다른 모둠과 자기 모둠이 어떻게 다른지 서로 알아보는 시간이 됐습니다.

 

자료집과 취재 현장에서 알 수 있었던 사실 가운데 기본·필수가 되는 것들을 뽑은 문제들로 '도전! 골든벨'을 하며 되새겨 볼 수 있도록도 했습니다. 모두 13문제였는데, 일곱 학교 통틀어 11문제를 맞힌 학생 두 명이 으뜸이었고 이들을 비롯해 3등 정도까지는 문화상품권을 선물로 줬습니다.

 

신문만들기에 앞서서는 '지금 눈에 보이는 종이신문에 매이지 말자'고 했습니다.

 

창원 문성고등학교에서 신문 편집의 실제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신문은 100년 넘게 이어져온 낡은 직사각형에 갇혀 있으며 딱딱하고 빽빽합니다. 여러분이 사회를 책임지는 30~40대가 됐을 때 신문은 지금 신문하고 형식은 물론 내용까지 완전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상상력과 감수성을 최대한 펼쳐 완전히 새로운 신문을 만들어봅시다."

 

전지 절반 크기 종이를 모둠별로 나눠주고 나서 편집회의에서 광고 배치까지 신문 만드는 전체 과정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취재와 기사 작성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만 편집은 절대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회의를 통해 무엇을 머리기사로 쓰고 다음은 무엇으로 할지 등등 지면 구성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합니다. 또 서로 역할을 잘 나누고 자기 맡은 일은 마감 안에 어떻게든 해내야 합니다."

 

양산여고 아이들의 취재 내용 소감 발표 시간.

 

전날 취재하면서 찍은 사진은 미리 출력해 오도록 일러놓았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신문 만들기는 신문활용교육(NIE) 차원에서 자주 이뤄집니다. 이번에 청소년 기자단 진행을 하면서 학교에서 만들어진 이런저런 신문들을 들춰봤더니 그냥 기사를 쓰고 죽 늘어놓은 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편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었습니다.

 

"편집이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을 가르는 일입니다. 도드라지게 할 것과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입니다. 독자 눈길을 사로잡을 기사와 그렇지 못한 기사를 가려내는 일입니다. 큰 것을 크게 하고 작은 것을 작게 하는 일입니다.

읽을 사람을 늘 의식하면서 그이들 눈에 어떻게 하면 좀더 편하고 자연스레 들도록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일입니다. 편집은 평면인 종이를 입체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신문 만들기에 열중해 있습니다.

 

아이들은 이를 재빨리 받아들여 자기것으로 삼았습니다. 종이를 울퉁불퉁오톨도톨하게 하는 작업이 바로 편집이라는 뜻을 제대로 알아들었습니다.

 

아울러 신문 만들기에 드는 시간을 2시간 남짓으로 제한했습니다. 신문 특히 일간신문은 오늘 만들지 못하면 내일 신문이 없습니다. 기자 개개인이 마감시간을 지키지 못해도 마찬가지랍니다.

 

회의를 하고 지면 구성 계획을 하고 기사를 쓰고 교정을 거친 다음 실제로 앉히기까지 모두를 정해진 시간 안에 해치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이런 연습은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데도 보탬이 됩니다. 대부분 학교에서는 집에서 써오게 하거나 시간을 아주 많이 주거나 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러면 글쓰기 실력이 잘 늘지 않습니다. 석 달 열흘 시간을 주고 쓰라고 하면 누구나 게으르지만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반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안에 글쓰기를 마치도록 연습하면 긴장감 속에서 속도감 있게 생각·취재·정리·집필을 연속적으로 해내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처음에는 글의 완성도가 좀 떨어지겠지만 말씀입니다. 이런 까닭을 대면서 "지금부터 두 시간 안에 모두 끝내야 합니다" 말했을 때 아이들 그 난감해하는 표정이란!

 

"평소 동아리에서 써본 서평이나 신문만들기와는 달리 짧게 주어진 시간 안에 종이 한 장을 글로 채우고 꾸며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이 밀려왔다."(창원문성고 우지혜 학생) 그러나 아이들은 적응하는 능력이 대부분 뛰어났습니다.

 

편집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신문 만들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습니다. "분야를 정해 한 명씩 맡으면 효율적이라는 조언을 듣고 그대로 진행했더니, 마간시간보다 몇 분 늦었지만 두 번째로 빠르게 신문을 제작할 수 있었다. … 직접 취재를 하고, 마감시간을 정해 신문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고 좋은 경험이었다."(같은 학생)

 

게다가 이런 과정에서 발현된 아이들의 능력과 재치는 처음에 품었던 기대를 훌쩍 뛰어넘기 일쑤였습니다. 현직 기자들조차 만들기 어려운, 어쩌면 현직 기자이기에 생각도 할 수 없는 그런 지면 구성을 척척 해낸 것입니다.

 

이번에 참가한 일곱 학교(창원 문성고·창덕중, 통영여중, 양산여고, 밀양여중, 진주 개양중, 김해여중) 학생들의 작품 소개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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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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