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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본 세상

내가 운전면허를 따지 않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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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車)가 없다. 운전면허증도 없다. 앞으로도 면허를 따거나 차를 살 생각은 없다. 그동안 '신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자가 왜 차를 사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이번 기회에 그 이유를 밝히자면 이렇다.


뭐 환경문제를 생각해서라든지 그런 거창한 건 아니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였다. 1990년 마산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발령받고 나니 차를 사라는 선배들의 권유가 있었다. 실제 그때 취재기자들은 모두 차를 몰고 다녔다. 당시 내 월급은 50만~60만 원 정도였다. 그 월급으로 어떻게 차를 사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취방 월세만 10만 원, 겨울에 난방 겸 취사용 LP가스 네 통 가격이 10만 원인데…. 게다가 밥도 사먹고 술도 마시고 옷도 사 입고 친구도 만나고, 가끔 부모님과 조카들 용돈도 줘야 하는데…. 결국 '촌지'라는 뒷돈을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는 한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그 무렵 우연히 진주 명신고등학교 설립자인 김장하 선생 이야길 들었다. 민주화운동과 문화운동에 많은 후원금을 댔고 명신고등학교의 모든 재산도 국가에 헌납해버린 그분도 차 없이 자전거만 타고 다닌다는 말이었다. '맞아! 그런 분도 차가 없는데…. 월급 100만 원이 넘기 전엔 사지 않겠어.'


그 후 내서농협 창고 신축공사장이 붕괴돼 7명이 숨진 사고가 터졌고, 그 현장에 내가 택시를 타고 가장 먼저 도착함으로서 '기자의 신속성'은 차량 유무와 무관하다는 걸 입증할 수 있었다.


월급 100만 원이 넘은 후에도 차 없는 생활에 이미 익숙해진 터라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오고 있다. 사실 좋은 점이 더 많다. 장거리 여행 땐 버스나 기차 안에서 미뤄뒀던 책을 읽을 수도 있고 여유롭게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술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고, 주차할 곳을 못 찾아 뺑뺑이를 도는 수고도 없다. 과거 경남도청 앞 도로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김혁규 경남도지사의 관용차를 얻어 타는 호사를 누린 적도 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당시 김종하 국회의원,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수많은 사람과 동승한 적이 있다. 이게 다 내 차가 없으니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운전면허는 없지만 경운기 운전은 많이 해봤다. 군을 제대하고 고향에 있을 때였는데, 이게 요상했다. 습관이 드니까 고작 500미터 거리에 있는 담배 가게에 가면서도 경운기를 몰고 가게 되더라는 거다. 그때 운전 중독이라는 걸 알게 됐고, 지금도 운전을 배우지 않은 걸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차가 없으니 불편하거나 기분 나쁜 일도 있다. 거리 곳곳의 불법주차가 우선 못마땅하다. 아파트 1가구당 1대의 주차공간을 '기본'으로 주는 것도 그렇다. 그렇다고 차가 없는 사람에게 관리비를 깎아주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자기 차가 있는 사람은 주행 중이든 주차 중이든 항상 주차 1면 공간(2.3×5m 이상, 약 4평) 만큼의 공용면적을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욕심이 많은 나라에서 불법주차에 대해선 왜 이리 관대한지 모르겠다.


더 기분 나쁜 건 매일 차량 배기가스를 내뿜고 다니는 사람들이 길거리 간접흡연의 피해를 주장할 때다. 얼마 전 이런 만화를 봤다. 굴뚝에서 엄청난 매연을 뿜어내고 있는 화학공단의 길목에 '금연' 표시가 붙어 있었다. 과연 담배연기가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나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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