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경남 창원의 한 카페에서 좀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 편집국이 주최한 이 행사는 휴먼라이브러리(Human Library) 방식으로 진행됐다. 6명의 기자 이름과 프로필을 미리 공지하고, 이들 기자와 만나고 싶어하는 독자를 모집했다.
그렇게 만난 20명의 독자들은 6개 테이블에 나눠 앉아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중에 전체적인 소감을 발표했다. 초반 어색함을 풀기 위해 지역가수의 노래공연도 있었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한 테이블별 스피드퀴즈도 있었다.
반응이 좋았다. 독자들은 이 만남 덕분에 기자와 신문에 대한 친밀도가 높아졌고, 앞으로 신문을 더 꼼꼼히 읽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오늘 만난 기자가 쓴 기사는 꼭 찾아 읽고 피드백도 하겠노라고 말했다. 신문에 대한 충고와 덕담도 이어졌다.
18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가로수길 카페 비바에서 열린 제1회 경남도민일보 독자와 기자의 만남 '얼굴 한번 봅시다'에서 이혜영(오른쪽) 기자와 한 독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구연 기자
'바심마당'에 쓰는 첫 원고를 이런 자화자찬으로 시작하는 것은 이 속에 지역신문의 살 길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바로 독자와 친밀감을 높이는 것이다.
과거 SNS가 없을 땐 독자가 신문사 또는 기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가 일상 소통수단이 되면서 기자와 독자, 신문사와 독자가 서로 알고 지낼 수 있는 판이 생겼다. 이전까지 독자들은 신문이 재미없거나 볼만한 기사가 없으면 구독을 중단하는 것 외엔 달리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수시로 자신과 알고 지내는 기자의 페이스북 담벼락이나 메시지를 통해 피드백을 보내고 내가 궁금한 사안을 취재해달라고 요청한다.
기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예전에 아는 사람이라곤 혈연·학연·지연이나 직장 동료, 출입처 취재원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SNS에서 새롭게 맺은 친구들은 나와는 전혀 이질적인 일을 하거나 연령층도 모두 다르다. 그런 다양한 사람을 만날 기회를 SNS가 만들어 준 것이다. 이로써 기자도 자신의 팬(fan)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페이스북을 유심히 보면 대체로 자신이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페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함께 아는 친구'가 많은 사람들끼리 친구가 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지역신문의 기회다. 기자가 자기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과 페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교류하다보면 자연스레 기자로서 자신의 브랜드가 형성된다. 기자 개개인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면 그가 속한 신문사의 브랜드도 저절로 상승한다.
기자가 자신의 독자 커뮤니티를 통해 나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들을 통해 내가 쓰는 기사에 대한 반응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면 기자로서 그만큼 뿌듯한 일이 있을까? 그들의 제보, 제안, 취재요청을 바탕으로 출입처를 벗어나 새로운 독자의 시선과 시각으로 더 좋은 기사를 쓸 수 있다면 나의 발전과 신문 발전에도 더없이 좋은 일 아닌가?
독자의 입장에서도 신문이나 기자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바로 내 곁에, 그것도 아주 친밀한 관계로 있으며, 언제든지 내가 손을 내밀면 잡아줄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신문을 구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모든 기자가 페이스북을 활용하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의 경우 이미 브랜드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의 독자층을 형성해가고 있는 인기 기자들이 제법 눈에 띈다. 나도 지난 연말 페이스북에 '우리 신문 좀 구독해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렸더니 30여 명의 페친이 구독신청을 해주셨다.
기자와 독자의 친밀감이야말로 지역신문만이 할 수 있는 강점이자 활로다. 소위 '전국지'라는 서울지역신문들이 해마다 독자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남도민일보 독자는 매년 완만하게나마 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김주완(경남도민일보 이사/출판미디어국장)
※미디어오늘 1월 7일자 '바심마당'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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